KT노조, “아직 적극적 참여단계 아니다”
KT노조, “아직 적극적 참여단계 아니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4.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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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희망노동연대와 일정부분 거리 둬
Special Report 새희망노동연대, 노동운동 재편의 뇌관 될까…② KT노조와 새희망노동연대

새희망노동연대의 창립으로 전화통이 불이 난 곳이 있었다. 작년 민주노총을 탈퇴한 KT노동조합(위원장 김구현)이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KT노조가 새희망노동연대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자 이에 대한 문의 전화가 계속됐던 것이다.

KT노조는 그 자체로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 조합원 3만 명의 대규모 노조라는 점, 민주노총을 탈퇴해 독자적인 노동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점 등으로 KT노조의 행보는 항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었다. 그렇기 때문에 KT노조의 새희망노동연대 참여는 세력 재편의 서막으로 보여 졌던 것이다.

그러나 KT노조 차완규 정책실장은 “KT노조가 새희망노동연대에 참여했다는 기사는 오보”라면서도 “국민을 섬기는 노동운동이라는 코드가 KT가 추진하려는 노동운동과 동일하다는 내부적 정리는 있었지만 조직적 참여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심정적으로 지지는 하지만 적극적 결합은 아직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우호적 관계 형성에 대해서는 굳이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KT노조의 신노사문화는 새희망노동연대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은 것일까?

▲ KT노조의 신노사문화 운동은 새희망노동연대의 '주인노동운동'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 KT노조
HOST운동, 하나되는 기업문화가 목표

지난 3월 5일 KT 이석채 회장과 KT노조 김구현 위원장은 서울 서초동 KT 올레캠퍼스에서 ‘창조적 신노사문화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창조적 신노사문화’는 ‘HOST 운동’으로 대표된다는 것이 KT노조 차완규 정책실장의 설명이다. 여기서 HOST란 Harmony(화합), Originality(창조), Share(나눔), Transparency(투명)의 단어 앞부분을 따서 만든 것이다.

HOST운동은 조합원의 주인의식을 향상시키고 타인을 배려해 노사가 하나되는 KT 문화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Harmony(화합)를 통해 반목과 다툼, 대립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열린 소통, 수평적 의사체계, 공공성 강화, 노사 상호 존중문화, KT그룹 노동자의 통합을 요구했다. Originality(창조)는 KT 노조만의 창조적이고 독창적인 활동을 만들어내자는 것으로 정책자문기구 설치, 이동정책실 운영, 국민을 위한 깨끗한 정치 후원회 구성 등을 주요 사업 골자로 하고 있다.

Share(나눔)는 국민들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만들기 위해 매년 민주노총에 지급했던 연맹비 8억 중 일부를 KTTU 장학재단 설립에 사용해 저소득층 자녀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을 시작했다. Transparency(투명)는 노동조합의 중심인 민주성, 도덕성, 자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재정자립위원회 설치, 경영참여, IT산업 노동자 통합연대조직 건설 등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차완규 실장은 “재정자립이라는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3대 자산(민주성, 도덕성, 자주성)은 노조에서 기필코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HOST 운동을 통해 KT노조는 과거의 노동운동과 결별하고 조합원 우선, 국민 우선의 새로운 노동운동을 만들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다른 점과 같은 점

KT노조의 이러한 행보가 새희망노동연대와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되는 것은 시기적인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KT노조 측은 보고 있다. 차완규 실장은 “HOST 운동은 이미 작년 12월에 완성된 기획이지만 3월에 있을 정기 대대를 앞두고 새희망노동연대 창립과 비슷한 시기에 발표돼 오해를 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KT노조는 KT와 각 기업 간에 정보화사업MOU 체결을 측면지원하기 위해 해당 기업 노조와의 미팅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는 와중에 올해 초 서울메트로와의 MOU 체결 지원을 위해 서울지하철노조를 몇 번 방문했던 것이 새희망노동연대에 가입했다는 소문으로 퍼진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새희망노동연대가 추구하는 ‘노동자를 섬기고, 국민에게 봉사하는’ 노동운동과 KT노조의 HOST 운동은 겉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KT노조는 구체적 실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차완규 실장은 “새희망노동연대가 주장하는 새로운 노동운동은 현재 추상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그러나 KT노조의 HOST 운동은 우리의 구체적 현실에 기반한 실천적 프로그램”이라고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는 새희망노동연대가 여러 노조의 느슨한 연합체라는 사실도 KT노조가 올해부터 시작하려는 구체적인 ‘실천’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해석된다. 그렇다면 굳이 새희망노동연대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독자적인 실천 활동으로 진입하는 것이 새로운 노동운동을 선점하고 홍보효과도 좋다는 계산도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의 상명하달식 명령체계에 조합원들의 반발이 극심했던 KT노조의 입장에서는 또 다시 어떠한 조직체계 내로 편입돼 이전과 같은 일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KT노조 한 간부는 “조합원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주장하지만 나도 모르게 과거와 같이 지도부의 활동을 일방적으로 전하는 식의 구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KT노조가 민주노총과의 관계에서 받았던 스트레스, 학습효과가 현재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어느 조직에 들어간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KT노조의 고민은 구체적 실천 활동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조합원들이, 국민들이,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KT노조를 바라보는, KT에 우호적이든 아니든, 시선은 ‘역시나’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KT노조의 고민이 엿보인다. 문제는 KT노조의 이러한 행보가 조합원들의 호응을 얼마나 이끌어내고 HOST 운동의 핵심인 상생과 화합, 나눔에 동참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 김구현 KT노동조합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