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이 다 합종연횡 바라는 것 아니다
지방은행이 다 합종연횡 바라는 것 아니다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4.0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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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생존이냐, 지분 매각이냐…지방은행들 입장차 심해
지주회사 통해 독자생존 방안 마련해야
두형진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 의장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우리은행 민영화와 대형은행의 합병설이 지방은행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고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신한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인 제주은행이 분리매각 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덩달아 지방은행간 합병으로 ‘합종연횡’을 통한 대형화와, 보험이나 증권업 같은 제2금융권과의 합병설까지 나오면서 지방은행들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런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런 대형화 및 민영화는 당연하게도 지방은행 직원들에게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의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큰 불안감. 이 때문에 지방은행노동조합들은 지방은행의 ‘합종연횡’이란 문제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노조 산하 6개 지방은행지부들이 지역 금융경제 및 금융정책에 공동 대응하고자 2006년 설립한 지방은행노동조합협의회(의장 두형진 전북은행 위원장, 이하 지노협)에서는 오는 4월 1일부터 이틀간 지노협 상임간부 워크숍을 통해 앞으로의 문제점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대형화라는 큰 물결을 단위사업장 노동조합이 막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고민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두형진 지노협 의장을 만나 지방은행이 나아갈 길에 대해 들어봤다.

밴드 활동으로 스트레스 해소

금융노조 일정 때문에 서울에 자주 올라오시는 것 같다. 자주 본조에 올라오다보면 지부 활동 챙기는 데 어려운 점은 없는지?

“전주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데 6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힘든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북은행지부 위원장도 함께 맡고 있기 때문에 지회도 열심히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지방은행이어도 다른 노조들과 연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행사가 있을 때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피로가 누적되기도 하는데 따로 체력관리는 하지는 않고 매일 맨손체조를 하는 정도이다. 대신 전북은행 내에서 5년 전부터 ‘에이스투엠’이라는 밴드를 만들어서 주말마다 연주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90년대부터 했는데 운영이 안 돼서 없어졌다가 2003년에 다시 만든 것이다. 나는 드럼을 치고 있는데 최근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해 밴드공연을 나가기도 했었다.”

지노협을 통해 지역 간 활동이 활발한 것 같다. 지방 간 거리차도 커서 지역은행노조가 서로 모이기도 쉽지 않을 텐데 평소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조율하고 있는지.

“지방은행의 협의 의장국이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하고 있다. 지노협의 큰 활동은 매 분기에 회원사 대표위원장들이 모여서 지방은행 현황이나 노사안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다. 또 1년에 한 번 상임간부들이 모두 모여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은행이 몇 개 되지 안 되기 때문에 모임에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별다른 불평불만은 없다.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지노협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는 편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방부처 관계자 만나 협조 요청할 것

올해 3월 3일에 지노협 의장으로 당선됐다. 앞으로 지노협의 의장을 맡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다룰 사업은 무엇인가.

“올해 은행권이 금융 빅뱅을 예고하고 있어서 합종연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협의회 역할이 제한되어 있기는 하지만 지방은행끼리 서로 협의하고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방은행간 상황이 다 다르지만 직원 복지향상이나 임금 부분에 있어서 의논해서 배려할 생각이다.

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하는 정책도 고민하고 있다. 전북은행지부의 경우 가족테마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직원들이 일만 하다 보니 정서가 메말라 있다. 집에서 찌든 모습으로 있다가 회사에 나오면 일도 안 되고 고객에게도 피해가 간다. 따라서 가족생활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와 함께 직원들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1인 1취미 운동’을 하고 있다. 이런 제도를 지부대표자들과 논의해서 다른 지방은행 내에도 등산이나 바둑, 축구, 사물놀이 동아리 등을 만들어서 직원들이 주말마다 활동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지방은행노조들이 함께 모여 이런 활동을 같이 함으로써 시너지도 내고 파급효과도 크게 하려는 생각이다.”

지방은행 발전은 지역경제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현재 지방은행 활성화를 위해 지노협 차원에서 활동해왔거나 계획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동안 지노협 차원에서 다른 지방은행 행장들과 모임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방은행 간에 함께 논의할 만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든 점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부분에 있어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은 지방은행 모두의 문제다. 전라북도만 해도 전북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역경제 전체의 3%밖에 되지 않아 지역 취약성이 많다. 따라서 은행 내 이자 수익도 줄고 있기 때문에 다른 통로에서 수익을 내야 한다. 지역금고나 법원금고, 교육금고 같은 것들이 지역에서 지역은행으로 자금이 유통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은행지부 위원장들이 각 지방부처 관계자들을 만나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6개 지방은행의 지주회사화로 독자 생존해야

최근 지방은행은 금융권의 대형화 및 민영화 바람과 함께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이나 증권업과의 M&A가 가시화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는데 현재 사정은 어떤가.

“한국금융지주나 미래에셋 같은 제2금융권이 지방은행권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별로 바람직하지 않고 실제 이뤄지지도 않을 것이다. 돈이 있으니 인수할 수도 있지만 대주주 문제도 있는 것이고 지방은행은 지역경제에서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시중금융권에서 갑자기 치고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또한 이러한 분위기는 제2금융권이 제1금융권과 합종연횡해서 은행업에 진출하려고 하는 것이지 제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제2금융권이라면 제2금융권끼리 합쳐서 시너지를 내는 것이 낫지 은행권과 합쳐봐야 면허증만 따는 정도지 효과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방은행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합종연횡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어떤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대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은행규모가 작아서 국제금융에서 뒤지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을 지방은행이 모인다고 따라갈 수도 없는 형편 아닌가. 시중은행은 시중은행대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M&A도 필요하지만, 지방은행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그 역할을 더욱 강화시켜서 중추적인 기능을 하도록 배려해서 육성하는 것이 낫다.

지금까지 없어진 지방은행이 10개 정도 된다. 지주사에 포함된 지방은행들도 지방에 맡겨서 스스로 살 길을 찾을 수 있게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더 낫다. 게다가 합종연횡이라고 해도 지방은행마다 처한 위치가 달라서 생각도 다르고 서로 생각하는 합종연횡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전북은행과 부산은행은 독자생존 은행이고, 경남ㆍ제주ㆍ광주은행들은 지주회사 은행이다.

그러다보니 독자생존 은행들은 현상 유지가 더 중요하고 다른 세 은행은 생존이 문제가 되니까 지분 매각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각각 지주회사를 만들어서 시너지를 얻어서 가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만약 정부에서 무조건 합병하라고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지만 지방은행끼리 합친다고 해도 자본이 넉넉하지 않아 그것도 문제가 된다. 따라서 그렇게 쉽게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한 합종연횡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일어나면서 노동자들이 생사의 갈림길에 마주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기 때문에 지노협의 역할이 더 크다. 앞으로 합종연횡이 되더라도 일방적 구조조정은 반대하기 때문에 지방은행들이 단결해서 경영진들과 논의해 좋은 시너지가 나도록 노력할 것이다. 좋은 시너지라고 하면 6개 지방은행의 지주회사를 만들어서 전산이나 마케팅 부분을 따로 만들어내고 나머지 기능은 법인화시켜서 독자생존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자산규모가 적어 인수의 어려움과 합병 후에도 독자생존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그동안 지방은행들이 계속 수익을 내오는 등 어려움 속에서도 약진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실 10개 지방은행이 있었지만 4개의 지방은행이 없어지면서 지방은행의 역할과 기능이 많이 약화됐다. 특히 충청권 같은 경우 지방은행이 없어서 시중은행이 들어와 있지만 시중은행에서 수익만 내려고 했지 실제 지역경제 활성화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지방은행을 합쳐서 더욱 그 수가 축소된다면 더욱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분명 차별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다. 시중은행은 전국화이다 보니 아무래도 지역경제를 헤아리기도 힘들고 도움 주기도 어렵다.

반면 지방은행은 지방에서 법인화돼있고 지역인재를 쓰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시너지를 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부산과 경남은행이 합병된다고 하는데 지주를 만들지, 독자 생존하는 방법을 찾을지 빨리 해법을 찾아야 한다. 광주은행이나 경남은행이 많은 손실을 낸 부분도 있지만 반대로 많은 이익을 내오고 있다. 따라서 손실을 냈던 단점을 보완하고 지원해준다면 두 은행들이 독자생존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판단된다.”

지방은행 차원에서 느끼는 금융산별교섭의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 지노협이 금융노조에, 또 금융노조가 지노협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지방은행노조들이 이미 산별의 틀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산별교섭이 무너지면 함께 약화될 수 있으므로 산별노조 테두리 안에서의 활동은 중요하다.

다만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비교할 때 임금이나 복지혜택이 낮기 때문에 같은 잣대로 두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따라서 지방은행 노조의 특성에 맞는 지원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역에서 행사를 할 때도 좋은 강사를 모집하려고 해도 수도권보다 연수비용을 많이 들기도 하고, 조합원이나 간부들이 노동대학에 가서 노동 교육을 받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금융노조에서의 재정지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