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매각 논란, 해답은 없나
지방은행 매각 논란, 해답은 없나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4.0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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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경영만이 지방은행 살길” VS “지방은행 살아남으려면 규모 키워야”
지역밀착 통한 지방은행 역할 강화가 숙제

지방은행 인수합병이 금융권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금 ‘지방은행 공동지주회사’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노동조합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형화만이 살 길?

지방은행 매각설 논란은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지주을 민영화한다고 밝히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분리 매각될 것이란 시나리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언급되는 유력한 시나리오는 ‘부산은행+경남은행’설과 ‘광주은행+전북은행’설이다. 경남은행 자산은 약 23조6,000억 원으로 같은 경상도 계열인 부산은행(약 30조)과 합칠 경우 50조원 이상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또한 자산규모가 약 17조 정도인 광주은행도 전북은행(7조 원)과 합병할 경우 호남 금융권에서 세력을 키울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일부 지방은행이 합병을 시도한다 하더라도 국내 금융권 내에서 실제 큰 시너지가 나기는 힘들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자산규모가 200조 원을 넘는 현실 속에서 경쟁을 위한 합병시도 자체가 무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강력하게 떠오르는 안 중 하나가 6개 지방은행의 공동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합종연횡이다. 이럴 경우 총 자산규모 115조 원의 대규모 지주사로 지방은행의 대형화 및 겸업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작년 12월 한국금융연구원 이병윤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지방은행의 현황과 발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방은행들이 대형 시중은행보다 나은 경영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작은 규모로 인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여타 지방은행과의 합병 또는 연합 지주회사 설립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한 대구은행 하춘수 은행장은 지난 3월 25일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은행권의 "‘지방은행 공동 금융지주사’는 각 지방은행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경쟁력 있는 사업다각화를 통해 다양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과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1일 열린 ‘금융노조 지방은행지부 상임간부 워크숍’에 참가한 김영철 교수도 “전국 지방 금융예금은 전국단위 대비 32.2%로 심각한 침체수준이며 대형화와 겸업화, 글로벌화 등으로 불리한 환경변화를 겪고 있다”며 “지방은행 공동지주회사를 통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규모의 경제 효과를 창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지방은행을 시중은행처럼 보지 말라”

하지만 지방은행지부들은 공동지주회사 방안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실성이 없고 설사 된다고 하더라도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무엇보다 합종연횡을 바라보는 각 지방은행지부의 시각이 다르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제주은행지부는 민간금융지주회사의 계열사에서 분리 매각돼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반면 부산은행과 전북은행은 독자생존 은행이기 때문에 합종연횡보다는 경영확장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실제 부산은행은 2011년까지 ‘BS금융지주사’ 전환을 위해 작년에 이미 BS투자증권을 출범시키는 등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또한 규모의 문제도 여전하다. 지방은행 2,3개가 합쳐져도 문제지만 설사 6개 지방은행이 모두 손을 잡는다고 해도 총 자산규모가 115조 정도에 불과해 대형 시중은행들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부들은 공동지주회사 안건 자체가 지방은행 문제를 시중은행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오류라고 지적했다.

한 지방은행지부의 간부는 “지방은행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 지원 등 공공적 기능이 더 강하다”며 “결국 각 지역마다 지방은행이 독자경영할 수 있도록 정부정책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경남은행도 4월 2일 워크숍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경남은행은 당기순이익 2,000억 원을 내는 등 최고 자산건전성과 우수한 생산성으로 시장가치가 크다”며 “은행의 자율권과 완전고용이 보장된 독자분리매각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깊어가는 고민, 움프쿠아에서 배우자 

지난 3월 19일 전북은행장에 취임한 김한 은행장은 지방은행지부 워크숍’에 참석해 “2008년 포춘지에서 선정한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중 하나로 선정된 미국 오리건주의 지방은행 ‘움프쿠아(UMPQUA)’처럼 전국의 지역은행들이 경쟁 없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지역밀착형 세그먼트(세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움프쿠아처럼 체험을 팔아라’의 저자 레이 데이비스에 따르면 움프쿠아 은행은 ‘은행원이 일하는 스타벅스’라고 칭할 정도로 고객들이 편안한 커피숍처럼 여길 수 있도록 ‘은행’의 개념이 아닌 ‘매장’의 개념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화분 대신 애완동물을 데리고 오는 고객을 위해 물그릇을 비치하는 등 지역민들의 시각과 초점에 맞춰 지역은행(지방은행)의 새로운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도 받고 있다. 또한 지방은행 문제는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규모가 아닌 회사의 비전과 전망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지방은행 독자생존 역시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연간 7조~30조의 규모는 금융권 대형화라는 바람 앞에서 촛불과 같은 현실임은 분명하다.

정부도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분리매각 추진을 앞당기겠다는 발표 외에는 뚜렷한 정책방향이 없어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인수 및 합병만이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금융권과 노동조합의 시각이다. 이미 IMF를 겪으면서 충청은행, 경기은행 등 지방은행들이 합병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정리해고가 감행되거나 지방은행의 정체성마저 사라지는 결과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은행이 서로 협력해서 움프쿠아 은행처럼 지역과 더욱 밀착해 새로운 방안을 강구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