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위, 표결 처리 강행
근심위, 표결 처리 강행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5.0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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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9, 반대 1, 기권 5…공익위원안 통과
노동계, “활동 마감 시간 지난 표결은 무효” 주장

▲ 30일 오후 열린 근심위 전체회의가 정회된 후 양대 노총 추천 근로자위원들이 중앙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위원장 김태기, 이하 근심위)가 근로자 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익위원안의 표결 처리를 강행해 향후 노사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5월 1일, 새벽 2시 40분경 중앙노동위원회가 입주한 한국산업인력공단 건물 3층 회의실에서 진행된 근심위 전체회의에서 김태기 위원장은 공익위원안의 표결 처리를 강행해 찬성 9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공익위원안의 통과를 선언했다.

전날인 4월 30일 오후 3시부터 진행된 마지막 전체회의는 노사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돼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자 김태기 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들은 오후 10시경 공익위원 중재안을 간사회의를 통해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공익위원 중재안은 100인 미만 사업장은 1명(시간환산 2천 시간), 300인 미만은 2명, 1천인 미만은 3명, 5천인 미만은 7명, 1만인 미만은 11명, 1만5천인 미만은 14명, 1만5천인 이상은 3천 명당 1명을 추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1천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16개 광역자치단체에 2~3개 사업장이 퍼져 있을 경우 10%를, 4~6개 사업장이 퍼져 있을 경우 15%의 가중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타임오프 사용인원에 대해서는 300인 이하 사업장은 3배수,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2배수의 인원이 사용하도록 했다.

이러한 중재안이 전달되자 경영계는 즉각 반발했다. 실태조사 결과와 경영계 요구안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었다. 특히 3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오히려 전임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노동계도 중재안에 대해 한국노총 요구안에 미흡하며 대기업 사업장의 경우 현실의 고려 없이 전임자 축소에만 매달리고 있다며 반발했다.

노사의 첨예한 의견차이로 본회의가 개최되지 못한 상황에서 근심위 활동 종료 시한인 오후 12시가 넘자 노동계는 정해진 시한 안에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국회의 의견을 듣고 공익위원이 최종 안을 확정해야 한다며 산회 선포를 요구했다.

민주노총 강승철 사무총장은 현장에서 대기 중이던 간부들에게 “약속된 시간인 4월 30일 오후 12시를 넘어 근심위 공익위원의 최종 개악안은 전면 무효가 됐음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더 이상 회의가 진행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회의장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러나 김태기 위원장은 아직 회의가 속개되지 않은 것뿐이지 산회를 선포하지는 않았다면 표결 처리를 강행할 뜻을 밝혔다.

5월 1일 오전 1시 5분경, 김태기 위원장은 회의를 속개하고 표결 처리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현장에 있던 50여 명의 한국노총, 민주노총 간부들은 회의장을 봉쇄하기 위해 현장에 파견나와 있던 노동부 근로감독관과 격렬한 몸싸움을 펼쳤다.

중앙노동위원회 8층 회의실 복도가 아수라장이 되자 근심위 측은 경찰 병력을 동원해 회의실 출입구를 확보하고 항의하던 노동계 간부들을 복도 끝으로 몰아붙였다. 당시 근심위 근로자 위원 5명은 회의실로 진입해 이미 최종 활동 시간이 경과한 만큼 산회를 선포해야 한다고 김태기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러한 대치가 계속되자 김태기 위원장은 오전 2시 40분 경 “여기는 혼란스러우니 배석자 없이 근심위 위원들만 따로 회의를 갖자”며 3층 회의실로 옮길 것을 요구했다. 근로자 위원들이 회의장 변경에 강력히 항의했으나 김 위원장은 “내려오지 않는다면 공익위원과 사용자 위원으로 표결에 붙이겠다”고 맞받아쳤다.

오전 2시 50분경, 3층으로 회의장을 옮긴 근심위는 5분 만에 표결처리를 강행해 공익위원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을 끝낸 김태기 위원장은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을 만나 “면제한도는 의결됐다. 중소기업 노동조합의 재정이 열악하다는 점을 감안해 하후상박(下厚上薄)의 원칙을 적용했다”며 “표결 처리를 강행한 것은 4월 30일까지 합의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약속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이미 최종 시한을 초과해 표결을 진행했으며, 근로자위원을 감금한 채 표결이 진행됐기 때문에 이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본회의에 참석했던 민주노총 강승철 사무총장은 “3층으로 이동하자 근로자 위원 1명 당 3명의 근로감독관이 붙어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막은 상태에서 표결을 진행했다”며 “표결 대상이었던 공익위원안이 무엇인지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손종흥 사무처장도 어떤 안을 갖고 표결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강 사무총장은 이어 “3층 회의실에 내려갔을 때는 이미 경찰 병력에 의해 복도 등 출입문이 봉쇄된 상태였고 표결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마련돼 있었다”고 말해 표결 처리를 강행하기 위해 다른 노동계 간부들을 근로자 위원과 떼어 놓기 위해 회의실을 옮긴 것뿐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이번 근심위 표결에서 통과된 공익위원 중재안은 1차 중재안에서 조합원 규모별 사업장을 더 세분하게 구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100명, 300명, 1천명으로 나누어져 있던 구간을 50명 미만, 100명 미만, 200명 미만 등 10개의 구간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중치는 없으며 상급단체는 논의하지 않았고 적용 업무는 모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나와 있는 업무만을 대상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표결 처리로 인해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해 향후 표결의 효력 문제와 관련한 법적 분쟁뿐 아니라 노동계의 실력 행사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오는 7월 1일 타임오프제 시행 전까지 노사관계, 노정관계는 극도로 악화될 것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