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들은 역전의 용사였다
근로감독관들은 역전의 용사였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5.0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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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관 10여명 근심위 회의장 봉쇄로 혁혁한 전과 올려
“잡으라는 악덕 사업주는 못 잡고 노동자들만 때려잡아”

▲ 1일 새벽 1시5분경 표결처리를 강행한다는 소식에 따라 회의실을 봉쇄하려는 양대 노총 조합원들과 이들을 막아서는 근로감독관들이 한데 뒤엉켜 회의실 입구는 아수라장이 됐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열린 지난 30일, 회의장인 중앙노동위원회 8층 복도는 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들과 표결을 저지하기위해 몰려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로 가득했다.

특히 건장한 체구의 근로감독관 10여 명은 낮부터 회의장 출입자 확인 및 근심위 위원 보호를 위해 눈을 부릅뜨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1일 새벽 1시 5분경, 근심위가 투표를 강행할 것이란 이야기가 8층 복도에 전해지자 조합원들은 회의장 출입을 봉쇄하기 위해 몰려들었고 근로감독관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 양대 노총 조합원들과 근로감독관들이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면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근로감독관들은 조합원들의 회의장 출입을 저지하기 위해 온 몸으로 막아섰고 일부 근로감독관의 경우 상의가 찢어지는 일도 벌어졌다.

근로감독관들의 눈부신(?) 전과로 인해 회의장 진입에 실패한 조합원들은 5분 후 경찰병력이 8층 복도에 들이닥치면서 물러나야했다.

몸싸움 당시 일부 근로감독관들은 계속해서 어디로 전화를 걸어 현재 상황을 보고하기에 바빴고, 한 근로감독관은 “지금 진압중”이라는 용어까지 사용했다.

현장에 있던 일부 조합원은 “근로감독관이 왜 여기서 이러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정작 잡으라는 악덕 사업주들은 잡지도 못하면서 노동자를 때려잡는데 앞장서는 근로감독관”이라고 맹비난했다.

▲ 양대 노총 조합원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인 일부 근로감독관들은 상의가 찢어지기도 했다. ⓒ 박석모 기자 smpark@laborplus.co.kr
이어 근심위가 3층으로 회의실을 변경하는 과정에서도 근로감독관들의 전과는 혁혁했다. 근심위원들이 경찰이 막아서고 있던 반대쪽 계단으로 이동하는 사이 근로감독관들은 건물 엘리베이터를 3층에서 잡아놓고 조합원들과 기자들이 움직이지 못하게 했으며 경찰들은 3층 계단 출입문을 봉쇄했다.

결국 모든 상황이 종료된 새벽 3시, 근로감독관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회의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