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 함께 갈 수 있을까?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 함께 갈 수 있을까?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5.03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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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통한 가격경쟁,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중소기업에 대한 설비투자 확대부터 시작하자
Issue in Issue 강한 중소기업이 고용의 핵심이다 ① 산업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지난 4월호에서 <참여와혁신>은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과연 가능할지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현재의 산업구조를 유지하는 한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조건이라면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도소매·음식숙박업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은 안정적이지 않고, 전문화된 서비스는 취약계층을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변화시키면서 그 과정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산업구조 고부가가치화는 대기업 전유물?

여기서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일자리 창출을 이야기하면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거론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산업구조를 고부가가치화 하는 것은 보통의 경우 설비투자를 확대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과정을 수반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그 자체로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보다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반드시 이뤄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의존한 수출주도형 모델로 불렸다. 이런 모델은 모든 자원을 제조업 위주의 수출산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국가권력이 강력한 힘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하지만 저임금 장시간 노동을 기반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가능하지가 않다. 중국을 필두로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이 더욱 싼 인건비를 무기로 한국과 경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더욱 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과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면서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다른 한편 경제와 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도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의존한 수출주도형 모델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이 뜻하는 바는 경제발전의 한 축인 노동자들이 성과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산업구조의 고부가가치화는 경제가 발전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경제성장의 측면이든 분배의 측면이든 이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산업이 고부가가치화 되기 위해서는 신규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설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동시에 그 설비를 가동할 인력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

신규투자의 필요성 때문에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투자의 여력이 있는 기업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로 인식되곤 한다. 그리고 적어도 아직까지 투자의 여력은 대기업에 몰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에게는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라는 문제가 남의 일로만 여겨지는 것도 현실이다.

중소기업, 종사자 많지만 투자비중 낮아

투자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은 통계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최근 산은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 산업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서 101조4,44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20.2%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2008년 대비 4.85%가 줄어든 84조3,958억 원을 기록했다.

이를 기업 규모별로 보면 1,000명 이상 대기업은 지난해보다 20.01% 증가한 86조7,931억 원으로 전망되는 반면, 300명 미만 중소기업은 지난해 대비 4.83% 증가한 5조4,827억 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넘어서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 기업규모별 설비투자 추이

하지만 일자리의 수는 설비투자 추이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1998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동안 일자리의 수는 전체 산업에서 319만2,379개가 늘었다. 그중 300명 미만 중소기업에서는 322만1,634개가 늘어난 반면 1,000명 이상 대기업에서는 오히려 15만8,826개가 줄었다. 300~999명 중견기업에서는 12만9,571개가 늘었다.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중소기업은 1998년 85.10%에서 2008년 88.97%로 늘었다. 반면 대기업은 1998년 6.71%에서 2008년 5.16%로 비중이 줄었다. 

▲ 기업규모별 고용비중

두 추이에서 서로 겹치는 기간인 2005년부터 2008년까지를 비교해 보면 300명 미만 중소기업에서는 설비투자가 1조7,338억 원이 증가하는 동안 종사자 수는 88만7,092명이 늘었다. 반면 1,000명 이상 대기업에서는 설비투자가 10조7,414억 원이 증가하는 동안 종사자 수는 10만8,440명이 느는 데 그쳤다. 300~999명 중견기업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설비투자가 4,306억 원 늘었으며, 종사자 수는 17만2,492명이 늘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3년 동안 1억 원의 설비투자를 늘려서 고용할 수 있는 일자리 규모는 300명 미만 중소기업에서 51.16개, 300~999명 중견기업에서 40.06개, 1,000명 이상 대기업에서 1.01개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설비투자의 내용 등 여러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그렇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동일한 규모의 설비투자를 확대할 때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중소기업 일자리 5개 중 1개는 비어있다

이런 비교를 통해 중소기업의 고용흡수 능력은 대기업보다 더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다른 각도에서 보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리는 것이 고용 측면에서는 더 효과적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대기업의 경우 생산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돼 있는 상태여서 설비투자에 따른 고용유발효과가 낮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반면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설비투자가 뒤처져 이를 개선할 여지가 많고, 개선에 따른 고용유발효과 역시 높게 나타난다.

중소기업의 경우 뒤처진 설비투자를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도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중소기업에서는 설비투자 확대 - 생산성 향상 - 고용 증대가 선순환하는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일자리 확대와 함께 갈 수 있는 길은 중소기업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길은 중소기업의 기반을 강화해 산업의 미래를 단단하게 다지는 길이기도 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하지만 현실의 모습은 사뭇 다르다. 사회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지만, 그와 동시에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박명수 한국고용정보원 연구개발본부장은 “지난해 3/4분기 5인 이상 사업체에서 충 원하지 못한 내국인 인력은 7만9천 명으로 미충원율이 17.6%에 이른다”며 “그중 300명 미만 사업체의 미충원 인력은 7만5천 명으로 19.9%의 미충원율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소기업 일자리 5개 중 1개는 비어있다는 뜻이다.

박 본부장은 이 같은 현상과 관련 “중소기업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소기업 인력수급의 미스매치 해소를 통해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취업 중인 청년층은 취업정보가 부족하거나 정보를 몰라서 취업이 어려웠다고 지적하고 있어, 취업정보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빈 일자리를 채우는 것으로도 고용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왜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에 취업하기를 꺼리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해결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요컨대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