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활성화 포럼은 새로운 공동체 운동
사회적기업 활성화 포럼은 새로운 공동체 운동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5.05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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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빈부 갈등 해소 위한 대안 운동
노동운동, 고용과 안전보건으로 주제 바꿔야
인터뷰 ‘사회적기업 활성화 포럼’ 공동대표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한국 보수 진영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 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으로 감옥을 드나들었고, 60~70년대 노동운동의 산실이었던 영등포도시산업선교회 출신이기에 보수 진영 내에서는 ‘빨갱이’란 소리를 듣기도 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으로 재직 시에는 범죄행위자나 기소자의 공천권을 전면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당의 주류와 대립하기도 했다. 진보진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던 ‘배신자’로 그를 불렀다.

갈릴리교회 인명진 목사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직에서 물러난 후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그는 사회적기업이 “자선사업도, 시혜적 복지도 아닌 그야말로 취약계층 스스로 일어서기 위한 기업”이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13일 사회적기업을 육성·발전시킬 목적으로 시민단체, 종교계, 학계, 경영계, 노동계, 정부가 모여 ‘사회적기업 활성화 포럼(이하 포럼)’을 결성했다. 포럼의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를 만나 사회적기업의 중요성과 발전 방향, 노동운동에 대한 ‘충고’ 등을 들어봤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 운동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로 정착이 됐고, 좋으나 싫으나 그 방법대로 가는 수밖에 없고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성과라고 하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고,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를 바라볼 때 여전히 찜찜한 것은 빈부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사람들은 점점 외로워지고, 점점 소외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사회의 낙오자로 전락하는 계층이 있다. 사실 희망이 없는 사람이 생기면 원망이 생기고, 갈등이 생기고, 또 원망과 갈등을 넘어서면 심한 대립이 생긴다. 우리 사회가 빈부의 대립으로 계급적 갈등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숨길 수 없는, 정직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대두되고 있는 것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 운동이 필요한데 그 중에 하나가 노동운동이다. 급진적 노동운동을 통해 해결해야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급진적 노동운동은 현재 사회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고, 대안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서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또 하나 이런 상황 속에서 복지 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데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걷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복지는 끝도 없고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다. 또한 시혜적 복지로 빈부격차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정부와 가진 사람에 대한 원망, 적대감, 갈등이 증폭된다. 이것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국가적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사회적기업이라는 것은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구제도 아니고 자선사업도 아니고 투쟁도 아니고 대결도 아니고 서로 더불어 도우면서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하나의 새로운 대안 운동이다. 무조건적인 복지, 구제적·시혜적 복지나 노동운동과 같은 투쟁을 통한 나눔을 넘어서는 하나의 대안적인 세상을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제시된 것이다.”

사회적기업의 구체적 모습은 무엇인가.

“사회적기업의 대상은 취약계층, 장애인, 노인, 탈북자, 부녀자 등 우리가 돌봐야할 대상들이다. 소외된 계층인 이 사람들이 어떻게 동정과 구제, 투쟁이 아닌 자기들이 스스로 일을 해서 보람도 느끼고, 스스로 삶을 자립할 수 있을까하는 지점의 고민이 필요했다.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최첨단 기술도 필요하지만 이러한 노인, 장애인 등이 기술과 자본 없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기업이나 삶의 터전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장애인들이 복잡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은 못 한다하더라도 단순 작업의 경우 더 집중해서 잘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기업이 장애인에 맞는 기술을 지도하고, 생산된 물품을 사주고, 공장 설립하기 위해 지자체가 장소를 제공하고 정부는 세제혜택 등 지원대책을 강구해 이들을 지원하면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대규모 기업과 작은 제품을 생산하는 일터가 협력할 수도 있고, 작은 기업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을 부담해 국가의 지원에 보답하고, 대규모 기업은 복지사업에 참여하면서 일자리도 나누고 기술 지도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이 협력해 서로 윈-윈하는 인간적 정이 통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 이런 것들을 찾아봐야 한다.

우리가 말을 붙여서 사회적기업이라고 하는데 이를 풀어보면 ‘서로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 만들기’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기업은 자선사업도, 시혜적 복지도 아니다. 사회적기업은 그야말로 기업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립이라는 단어가 더욱 어울리는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사회적기업 컨설팅을 위한 아카데미 설립 예정

포럼의 결성 취지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사회적기업과 관련해 정부주도로 진행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공무원들이 창의성 있게 뭔가를 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디어가 있어도 어떻게 기업을 설립해야 하는지 컨설팅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만 그런 것이 부족했다. 정부도 공무원들이 하기에는 벅찬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민관 합동기구인 포럼을 지원한 것이다.

포럼은 우선 사회적기업을 만들려는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러니까 지자체의 지원, 기술, 자본이 필요한 것인지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컨설팅을 진행하기 위해 아카데미 사업을 펼치려고 한다. 사회적기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오는 사람에게 기업 설립에서부터 정부, 지자체, 대기업의 지원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컨설팅해주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포럼에는 기업에서 컨설팅 전문가로 참여한 사람도 많다.

컨설팅 과정에서 사업이 될 만하다고 판단되면 이 사람들에게 뭘 도와줘야 되는가를 포럼은 고민하게 된다.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지자체장을 만나야하는데 이 사람들이 지자체장을 만날 수가 있나? 그렇기 때문에 포럼이 대신 만나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에게는 그들이 가진 기술 중 나눌 수 있는 기술을 약자들과 나눠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언제까지 기술지도 해 달라고 요청할 것인가? 보통사람들이 기업에 접촉할 수 있나.

그것을 우리가 대신해주겠다는 것이다. 자본이 필요하다면 창업자금 주선하고 알선하고 기업 후원 받아내고, 정부가 갖고 있는 일자리 창출 재원 얻어주고 해서 인큐베이팅해 사회적기업이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지원해주는 것이 앞으로 포럼이 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포럼은 새로운 형태의 새마을운동이다. 공동체 운동이다. 서로 더불어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운동이다. 이렇게 해서 포럼에서 1년에 몇 개씩 사회적기업을 만들어내고 사례발표를 통해 이를 알려내면 취약계층의 소외받던 사람들도 희망을 가지고 자립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돈 있고, 많이 배우고, 빽이 있어야만 살아가는 사회가 아니라 당신들도 기업을 할 수 있다는 희망, 스스로 자립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기업으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각 사회적기업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사회적 관심과 기업 물품에 대한 착한 소비가 필요할 것 같다.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이런 사람들이 협력해서 만든 물건에 대해 착한 소비로 사회적 기업을 더욱 육성하는 사회적 캠페인이 일어나야 한다. 포럼에서는 앞으로 계속해서 사례발표를 통해 절망 가운데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서고 그들의 땀과 노력이 어떤 물건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주면서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는 사회가 얼마나 훈훈한 사회인지를 보여주도록 하겠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나는 지금 굉장히 흥분돼 있다”

목사님께서는 이번 포럼 활동에 대해 매우 의욕적으로 임하시는 것 같다.

“이제 자본주의는 되돌릴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이미 사회주의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온 상황에서는 자본주의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하고 이 문제에 내 평생을 바쳐보고 싶을 만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도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포럼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포럼을 법인으로 만들지 않고 반시민단체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관변화 될 가능성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굉장히 흥분돼 있다. 젊었을 때는 투쟁을 통해 권익을 찾는 일을 했으며 그때는 그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노동운동이 이념적인 운동으로 변질되고 세상이 변한 상황에서 대안이 뭔가 하는 고민 속에서 사회적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일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일로서 여생을 이 일을 위해서 쏟아 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노동운동은 자해행위와 비슷

지금을 노동운동의 위기라고 한다. 오랜 세월 노동운동을 지켜보셨던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급진적 노동운동이 안 되는 이유는 투쟁의 대상, 즉 경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세계경제로 편입됐기 때문에 이제 투쟁의 대상이 한국의 기업주, 정부가 될 수 없다. 노동자들이 권익을 위해 투쟁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세계 경제 질서를 제대로 바라보지 않고 맹목적인 투쟁주의로 일관한다면 노사 모두 같이 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과거에는 투쟁을 통해 기업이 가진 많은 것을 일부 되찾아오기도 했지만 급진적 노동운동의 방향이 노동자들이 바라던 대로가 아닌,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돼 기업은 망하고, 자신들은 직장을 잃고, 실업으로 인해 가족들까지도 엄청난 피해를 짊어지게 된다. 또한 이는 국가와 사회가 피해보는 엉뚱한 결과를 나타낸다. 이것이 자해행위가 아니고 무엇인가. 특히 조선이나 자동차산업 등은 국내에서 실컷 투쟁해봐야 세계 시장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자해행위밖에 되지 않는다.

한때는 나도 정권에 맞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했지만 이후 내 마음속에 들었던 회의는 가질만한 능력이 있으면 자본가보다 더 가지려고 하는 노동자들의 욕심만 채워준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었다. 당시에는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야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더 근본적 문제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던 것 같다.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보다 누구 것을 뺏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동운동, 주제를 바꾸자

앞으로 노동운동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동운동이라는 것이 국민적 지지를 받아야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 중심의 노동조합 이기주의는 개탄할 일이다. 도요타 사태를 보며 대기업 경영진뿐 아니라 노동운동에도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은 본사에서 생산되는 부품뿐 아니라 수만 가지 부품이 하청공장에서 생산된다. 하청공장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류 부품을 만들 수 있겠나. 본사 이기주의, 대기업 노동조합의 이기주의로 그들은 이득을 챙길지 모르지만 하청업체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해야 한다.

우리 공장만 잘 살아서 되는 세상이 아니다. 모든 노동자들이 연결되어있다. 또한 기업이 망하면 노동자만 괜찮은 세상도 아니다. 옛날 것을 고집하지 말고 유기적 세상에서 새로운 노동운동 모색해야 한다. 과격한 투쟁방식이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정당성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형식적 민주주의가 갖추어진 지금에는 새로운 방향의 노동운동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