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ㆍ사랑ㆍ기쁨 나눈다
감격ㆍ사랑ㆍ기쁨 나눈다
  • 성지은 기자
  • 승인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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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노조 금강산 장애인 등반대회 가져

어느 따뜻한 봄날 오후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금강산 등반대회에 참가하자는 감격의 전화. 내가 금강산을 간다는 기쁨으로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며, 난생 처음 그들의 아픔을 몸으로 느끼면서 우리가 얼마나 장애인의 어려움을, 그리고 생각을 모르고 살았던가를 반성하게 됩니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땀을 흘리면 흘릴수록 처음 전화 받고 좋아 날뛰던 나의 짧은 소견을 질타했습니다.


함께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등에 업고,
휠체어를 들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갔던 금강산 등반은 평생 잊지 못할 꿈의 등반이었습니다.

 

 
지난 4월 11일 LG전자노동조합(위원장 장석춘)은 ‘장애인 금강산 등반대회’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4시간 동안 금강산 구룡연을 등반했다.


이 행사에는 LG사회봉사단(단장 김영기 부사장, 장석춘 위원장)의 김영기 부사장과 70여 명의 조합원들, 140여 명의 장애인들이 참여해 장애인 공연단의 공연 등 문화행사를 가졌다.


이와 함께 북측장애인들에게 휠체어와 지팡이를 기증하는 등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나눔의 시간이 됐다.
처음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휠체어를 안고, 업고 걷는 길이 수월치만은 않았지만 장애인들이 정상에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합원들과 노동조합 집행부는 아주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한다.


이 행사에 참여한 조합원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 매일 나의 안위에 매몰돼 있던 좁은 마음들이 너무 부끄러웠다”며 “나누는 기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노동조합 장석춘 위원장은 나눔 활동에 대해 “노동조합의 사회봉사활동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권익보호 활동만 할 경우 사회적 고립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더욱이 많은 기업들이 최근 나눔 경영을 내세우고 있는데, 그 시작을 위해 소외계층과 비정규직 문제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LG전자노조는 지난 96년부터 ‘월급우수리기금(끝전)’을 모아 근육병어린이 돕기, 영등포 쪽방촌 돕기, 수재의연금 전달 등 지속적인 나눔 활동을 진행해 왔다. 또, 2003년부터는 특별히 성과급 재원을 사회봉사기금으로 출연하고, 회사에서도 함께 동참해 ‘LG사회봉사단’과 ‘사회공헌그룹’을 만들어 체계적인 공헌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사회봉사단’은 스텝을 제외하고도 조합원 및 사무직, 관리자 등 모두 200여 명 정도의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다.

 

노동조합 김해광 조직국장은 “이제껏 봉사활동을 해 오면서 그저 돈만 전달하는 것 보다는 함께 동참할 수 있는 일을 해 오려고 노력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며 “기업의 이윤추구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회 환원이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노동조합에서 먼저 나서서 체계적인 나눔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좀 더 도움이 많이 필요한 사람들을 찾고 나눔 활동을 하기 위해 비인가시설을 찾으려면 구청 등에 한참을 수소문해야 하고, 또한 정작 지원을 요청해 온 곳들은 신뢰할 수 없는 곳이 많아 선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다.


김해광 국장은 “기업이나 혹은 개인이 좀 더 봉사활동을 활발하게 하기 위해서는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언제든지 찾아서 따뜻한 마음을 전달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작은 정성을 모았다고 하지만, 15억 이상의 돈을 모으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믿음은 필수적이다.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회공헌사업이 내부의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해광 국장은 “오랜 시간 동안 회사와 노동조합 간에 활발한 대화를 시도한 것과 정보를 공개하고 더 나은 방안을 함께 고민해 가는 과정에서 희망퇴직이나 구조조정 등을 최소화한 것이 조합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조합원들과 함께 노력하는 것만이 조합원들과의 믿음을 쌓는 유일한 길임을 집행부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LG전자노조는 노경공동 사회봉사단을 재정비하고 조직을 체계화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개별 공장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이벤트성이 아닌, 인간적인 나눔의 연대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우리 사회는 ‘장애인들은 목숨을 걸어야지만 외출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애써 외면한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한 시간 속에서 LG전자노조는 벅차고 뜨거웠던 가슴을 잊지 않을 것이다. 또, 이것이 LG전자노조의 상생의 길에 큰 역할을 할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