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이 선거였으면 좋겠다
1년 365일이 선거였으면 좋겠다
  • 봉재석 기자
  • 승인 2010.05.31 17:01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친절과 웃음이 넘치는 살기 좋은 대한민국
▲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일요일 아침, 휠체어를 탄 몸이 불편한 한 장애인이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현관문을 나서자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달려와 문을 열어주고는 혹여나 휠체어가 넘어질까 조심스레 호위하며 안전하게 문 밖을 나서도록 도와준다. 문 앞에 대기하는 고급 승용차만 없었을 뿐이지 멀리서 보면 마치 거물급 인사가 나서는 듯 보인다. 휠체어의 장애인을 도와준 사람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시 제 위치로 돌아가 자신들의 일을 본다. 그들의 얼굴엔 항상 웃음이 넘친다.  

“000후보, 탁월한 선택입니다” “기호 0번, 여러분의 종이 되겠습니다” “타고난 일꾼 000, 맡겨만 주십쇼”  

그들은 다름 아닌 이번 6월 2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원들인 것이다. 요즘 일요일만 되면 교회 입구에는 교인들보다 선거운동원들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형형색색의 모자와 점퍼, 띠들로 알록달록 꽃보다 더 화사하다. 교회 안에는 예배시간에는 찬송가 소리로, 예배를 마치고 나면 후보자들의 이름으로 가득하다. 최근 교회에 새로운 교인들도 부쩍 늘었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미스코리아처럼 번호가 적힌 긴 띠를 두르고 있다. 교회 예배당에도, 로비에도, 식당에도 번쩍거리는 형광색들로 눈이 아플 지경이다. 이것이 요즘 교회 풍경이다. 

이는 교회뿐만이 아닐 것이다. 도심의 사거리에는 각 코너마다 선거차량을 앞세운 운동원들이 노래하며 춤추며 진풍경이 벌어진다. 선거를 며칠 앞두고 있는 요즘엔 이곳저곳이 온통 과잉 친절과 과다 웃음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우연일까? 최근 또 하나의 변화는 주거환경이 깨끗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낡은 놀이터는 친환경 소재로 된 놀이기구들로 탈바꿈하고, 불법주차 차량들로 가득해 통행하기 불편하던 좁은 도로는 어느새 불법주차 차량들은 사라지고 가려져 있던 꽃과 나무가 드러나 쾌적한 환경으로 변화되고, 이틀전만해도 지날 때마다 덜컹거리던 도로는 오래된 승용차의 승차감마저 좋게 만드는 새로운 포장길로 닦여져 있다.

한 예로, 지난 1월경에 기자가 거주하던 지역의 시에 생활민원을 넣은 적이 있다. 살고 있던 아파트 뒤편에는 2차로밖에 되지 않는 좁은 도로가 있다. 그 도로 위에는 낮이고 밤이고 할 것 없이 불법주차 차량들이 한 차로를 가득 차지하고 있어 운행 차량들의 통행이 상당히 불편했다. 더욱이 밤이 되면 아파트 규정상 단지 내에 세울 수 없는 덤프트럭, 학원버스 등 대형차량들이 수두룩하게 도로를 점령하고 있다. 그 뒤편에는 산이 있어서 어두워지면 우범지역으로 바뀐다. 실제 일부 불량 학생들에 의해 행인들이 피해를 보는 사고가 종종 일어나기도 했다.

▲ 차 안에서 찍은 사진. 2차로로 된 도로에는 중앙 차선은 오래전에 지워져 보이지 않고, 차로 한편은 화물 차량들이 점거해 줄지어 서있다. 앞 쪽에서 보이는 것처럼 반대편에서 차량이 올 때면 최대한 인도쪽으로 붙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지나가야 한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에 기자는 대해 이런저런 상황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은 후, 해당 불법차량 단속과 함께 애초에 차량을 세울 수 없도록 도로 경계용 안전봉 설치 등의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그리고 1주 후, 시에서는 야간에는 인원부족으로 단속을 할 수가 없으며, 안전봉 설치는 경찰서와 협의를 해야 한다는 답변을 제시했다. 그리곤 아무런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4월경 기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게 되어 민원 내용에 대해 잊고 지내다가 최근 5월 초경에 이전 살던 곳을 지날 일이 있어 다시 그 길을 찾았는데 새로운 변화가 나타났다. 제기한 민원대로 도로 경계용 안전봉이 설치돼 있고, 통행은 아주 수월할뿐더러 주변 환경마저 깨끗해졌다.

▲ 최근 변화된 모습. 도로 경계용 안전봉이 설치된 도로는 차량 통행이 용이해졌고, 불법 주차 차량들이 있던 자리에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나무들이 드러나 주변환경이 더욱 환해졌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이 모든 것들이 어쩜 이렇게 선거를 앞두고 한꺼번에 일어나는지 모르겠다. 요즘 같으면 대한민국도 살만한 나라라 할 만하다. 사람들을 친절하게 만들고, 주거환경까지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선거가 좋다. 이제 선거가 불과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 이제 선거운동도 끝나겠지. 아쉽고 슬프다. 난 1년 365일 선거였으면 좋겠다.

추신: 불철주야 선거운동에 매진하고 계신 모든 후보님들께 드립니다. 수고 많으시죠? 며칠 있음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그 중에는 웃는 분도 계실 테고, 속 쓰린 분들도 계실 겁니다. 결과야 어떻든 우리 국민들의 선택이니 겸허히 받아들이시고, 지금처럼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이셨던 친절과 웃음,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관심과 배려 등을 잊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결코, 당선이 성공이고 탈락이 실패가 아니랍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선거는 이번 한 번뿐이 아니랍니다. 우리 국민들에겐 여전히 눈과 귀가 있습니다. 사진 한 장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봉재석의 포토로그  못 다한 우리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