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는 ‘나쁜 것’이 아니라 ‘다른 것’
차이는 ‘나쁜 것’이 아니라 ‘다른 것’
  • 김한준_ SERI 포럼 대한민국대표강사모임 회장
  • 승인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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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인정해야

대기업의 생산직 사원 J씨는 내일까지 업무개선 제안 경진대회 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래서 J씨는 점심도 못 먹고 계획서를 만들어서 L과장에게 제출했다.


L과장은 “이게 뭔가? 내가 지시한 것과 다르잖아. 다시 작성하도록 해”라고 화를 냈다. J 씨는 사례를 들면서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L과장은 요지부동으로 퇴짜! 그는 다시 고심을 하면서 사무실을 왔다갔다하다가 예전의 자료를 다시 찾아서 날짜만 바꿔서 제출했다.


과장은 그제야 만족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전대로 하면 돼! 머리 아프게 만들지 말라고!”

 

‘갈등’의 출발은 ‘차이’


우리는 쉼 없이 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통해 알게 모르게 서로의 삶에 부단한 영향을 미친다. 무인도에서 산다면 모를까 단 하루라도 이러한 관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실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직장인들의 삶이란 이러한 다양한 형태의 관계 맺음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관계로 인해 즐거운 일도 있지만 그 만큼의 상처와 고통이 함께 따르기도 한다. 또한 그 상처와 고통이 치유되기까지 우리가 소모해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또 어떤가?


그것도 감내할 복이라고 여긴다면 계속되는 오해와 갈등은 굳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이 오해와 갈등은 서로에 대한 증오와 관계의 파국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다. 갈등을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만 있다면 상대적으로 우리는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줄이면서 보다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러한 오해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것도 시간과 에너지의 소모를 줄이면서 보다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관계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일까?


갈등은 ‘차이(difference)’에서 출발한다. 서로 다른 사고와 가치관, 생활습관과 문화의 차이,  삶의 목표, 방법 등 정말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서로에게 ‘차이’를 드러낸다. 그리고 뜻밖에도 이 자연스러운 차이가 서로의 긴장, 오해, 미움, 갈등을 낳고 있는 것이다.


김 과장은 매우 사교적인 사람으로 직장 일이 끝나고 나면 사무실 동료들과의 사적인 만남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게 되고, 자주 늦은 귀가를 한다. 이에 대해 아내는 남편이 가정적이지 못하다는 불평을 자주 털어놓고, 이 때문에 결국 이들은 일주일 동안이나 말없이 지냈다고 한다.


상설매장을 찾은 어느 고객은 판매원의 친절하고 상냥한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것이 지나친 상술로 여겨져 불편한 마음에 빨리 매장을 떠나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러한 행동과 사고의 차이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만든다. 그러므로 갈등이 있다는 것은 서로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며, 차이를 느끼는 한 어떤 관계든지 언제나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효과적인 관계형성의 핵심은 서로가 그 차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려고 하는가에 대한 태도에 달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에 대한 인식이 문제다


차이가 갈등의 원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차이’ 자체가 모든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차이’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일 뿐만 아니라 그것이 바로 그 존재의 존엄성과 가치를 입증하는 것이며, 또한 서로를 필요로 하는 명백한 이유인 것이다. 문제는 ‘차이’가 아니라 바로 ‘차이에 대한 우리들의 인식’이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갈등의 악순환은 이 차이에 대한 그릇된 인식에서 기인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거나 의견 충돌을 보였을 때, 자신과 다른 행동을 보일 때, 둘 중 어느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은 그르다고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것은 서로에게 긴장감을 유발하고, 그 결과 상대를 의심하고 그와 경쟁하게 만들기 때문에 ‘영광스런 승리’보다는 서로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기게 된다. 즉, ‘이기지 않으면 진다’는 승-패(win-lose)의 철학에 근거한 불행한 삶의 태도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고치려면 차이를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차이에 대한 인식과 해석’을 바꿔야 한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차이는 ‘나쁜 것’이 아니라 단지 서로 ‘다른 것’이라는 점을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나도 이기고 상대도 이기는’ 승-승(win-win)의 철학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다르다’라는 인식은 상대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며, 이것이 곧 서로의 대화가능성을 열어놓게 되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서로는 매우 긍정적이며 협력적인 관계로 옮아갈 가능성을 보다 높일 수 있게 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차이에 대한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놀라운 인식의 지평이다.


차이에 대한 관대함과 존중은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서로가 win-win하는 협력적인 관계를 이루게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서로의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