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로고송의 대부? 아니, 나는 가수일 뿐
선거 로고송의 대부? 아니, 나는 가수일 뿐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6.0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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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의 대통령을 당선시킨 목소리의 주인공
새로운 음반을 기약하며 노래와 함께 사는 인생
가수 방대식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가수 방대식? 독자들 중 대부분은 이 가수를 잘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설명을 듣고 나면 ‘아~ 그 노래를 불렀어?’라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에 내 손모가지를… 걸 수는 없고 장담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로 시작되는 현대카드의 CM송과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라는 뮤지컬 풍의 하이마트 CM송을 부른 사람이 바로 가수 방대식이다. 재밌는 것은 하이마트 광고에서 여성 역할을 한 목소리는 바로 가수 방대식의 부인인 정미영씨였다. 방대식은 1집 가수, 부인인 정미영씨는 2집 가수다.

CM송 뿐 아니라 KBS, MBC, SBS, 투니버스, YTN 등 방송사의 로고송, 애니메이션 주제가, 영화·드라마 삽입곡, 유명 가수의 보컬코러스까지 그가 참여한 작품만도 몇 천개가 넘는다는 설이 있다. 방대식 본인은 “대형 할인매장에 가봤더니 내가 CM송을 부른 제품이 70% 정도 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몇 만개의 제품이 있었을 텐데…. 여하튼 대단하다. 그런 그가 요즘 아주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선거 로고송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수 방대식? 독자들 중 대부분은 이 가수를 잘 모를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만 설명을 듣고 나면 ‘아~ 그 노래를 불렀어?’라는 탄성이 터져 나온다에 내 손모가지를… 걸 수는 없고 장담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로 시작되는 현대카드의 CM송과 ‘시간 좀 내주오 갈 데가 있소~’라는 뮤지컬 풍의 하이마트 CM송을 부른 사람이 바로 가수 방대식이다. 재밌는 것은 하이마트 광고에서 여성 역할을 한 목소리는 바로 가수 방대식의 부인인 정미영씨였다. 방대식은 1집 가수, 부인인 정미영씨는 2집 가수다.CM송 뿐 아니라 KBS, MBC, SBS, 투니버스, YTN 등 방송사의 로고송, 애니메이션 주제가, 영화·드라마 삽입곡, 유명 가수의 보컬코러스까지 그가 참여한 작품만도 몇 천개가 넘는다는 설이 있다. 방대식 본인은 “대형 할인매장에 가봤더니 내가 CM송을 부른 제품이 70% 정도 되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몇 만개의 제품이 있었을 텐데…. 여하튼 대단하다. 그런 그가 요즘 아주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선거 로고송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4명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가수?

인터뷰를 위해 가수 방대식을 만났을 때 그는 쭈뼛거리며 명함을 내놓았다. 명함에는 ‘선거 로고송 전문’이란 말과 함께 ‘4명의 대통령을 당선시킨 목소리의 주인공’, ‘총선+지방선거 로고송 : 3,000여곡 녹음’이란 슬로건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밀려드는 섭외 요청에 아예 명함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도 명색이 가수라 선거로고송 전문이란 명함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는 듯 했다.

그렇다면 ‘선거 로고송이란 영역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궁금해 하시겠지만 뭐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광고음악을 만드는 프로덕션이 광고만 하는 것도 아니고, 녹음실도 수도 없이 많기 때문에 섭외 시에는 그도 무슨 녹음이냐 제품이 뭐냐는 식으로 굳이 묻지 않는다고 한다. 그저 언제 시간이 괜찮다는 정도만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1998년 15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른 보컬코러스 가수 4명과 DJ DOC랑 김대중 후보의 로고송을 부르게 됐다. 그런데 이틀 후 다른 녹음실에 갔더니 이번엔 이회창 후보의 로고송 녹음이었다.

“도착해서 알게 됐는데 이건 상도의가 아닌 것 같아서 담당자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담당자가 괜찮다고 하더라. 그 이틀 뒤에는 이인제 후보의 로고송 녹음이었다. 그쪽에도 김대중, 이회창 후보 측의 로고송을 불렀다고 했지만 그쪽도 괜찮다고 했다. 아마 미리 알았다면 안했을 텐데 당시 20대의 젊은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세 후보 로고송을 다 불렀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그런데 재밌는 것은 그가 로고송을 부르며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대중 후보는 DJ DOC의 ‘DOC와 함께 춤을’이란 가요를 개사한 로고송을 만들었던 반면 이회창 후보는 교가 같은 이미지의 조금 딱딱한 로고송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로고송이 뜨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선거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대중가요를 선택한 김대중 후보가 이길 것으로 보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16대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의 CF송을 했고 17대 선거에서는 이명박 후보의 로고송을 부르게 됐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명박 캠프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사실 음악 하는 사람인데 선거 음악을 한다는 것이 그리 땡기지도 않았고 나이가 들어가니까 먼저 들어온 캠프의 음악만 하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자 손학규 캠프에서도 전화가 왔다. 그때는 정중하게 거절하고 다른 가수를 소개시켜줬다.”

이렇게 3명의 대통령을 목소리 하나로 탄생(?)시킨 ‘킹메이커’ 방대식은 선거철만 되면 섭외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실제 인터뷰 당일부터 일주일 간 선거 로고송 녹음이 예약돼 있어서 목소리 보호를 위해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진행했던 것이 사실이다.

술김에 한 말 때문에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그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3명의 대통령인데 명함에는 4명의 대통령으로 되어 있다. 그게 또 재밌다. 결론부터 말하면 캄보디아 훈센 총리의 선거 로고송까지 불렀다. 그가 몸담고 있는 봉사단체 ‘정준호의 사랑의 밥차’에서 절단장애인협회와 공동으로 발목 지뢰 피폭으로 고생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2번 정도 방문했었다.

당시 캄보디아 정부에서 한국어 통역을 담당하셨던 분이 ‘밥차’팀의 통역도 담당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분이 한국에 오실 기회가 있어 같이 술자리를 했는데 그 통역 분이 캄보디아에도 곧 선거가 있다는 말을 했다. 술에 얼큰하게 취한 그는 혀 꼬부라진 소리로 호기롭게 “내가 (로고송) 불러준다고 그래. 기존 로고송을 그쪽 말(캄보디아어)로 하면 되잖아”라고 말했던 것이 진짜가 되었단다. 술자리 실언에 대해 설마 했는데 통역을 담당했던 분은 캄보디아 국민당에 이미 연락을 취한 후였다.

그는 “다음 날 술이 깨서 생각해보니까 내가 오버한 것 같은데 이미 뱉은 말이라 살짝 겁도 났지만 뭐, 도전한다는 생각에 짜릿한 마음도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의 주사(?) 때문일까? 캄보디아 국민당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고 캄보디아 정부는 가수 방대식에게 공명선거에 기여했다는 이유로 훈장을 수여했다.

그래도 나는 가수다

4명의 대통령을 배출하고 수많은 지방선거 승리자를 양산(?)한 그지만 그는 CM송 전문, 선거 로고송 전문 가수가 아닌 진짜 음악을 하는 가수이고 싶다. 뭐, 여전히 노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는 지금도 가수지만 음반을 내고, 음악프로에 출연하는 성공한 가수이길 원한다.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꿈이 가수였기 때문이다.

가수 방대식의 데뷔 무대는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동네 노래자랑에 나가 박상규의 ‘그 한마디’를 멋들어지게 불러 인기상을 탔던 것이 그의 첫 무대였다. 그 이후 학창시절 밴드를 결성해(본인은 드럼도 없어 입으로 반주를 넣었던 그냥 동네 밴드라고 한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고 아버지를 일찍 여윈 관계로 집안형평이 어려워 일명 ‘미사리 가수’ 즉 음악까페 가수로 활동하다 1987년 늦은 나이에 서울예술전문대(현 서울예술대학) 방송연예과에 입학해 본격적인 가수로서의 길을 걸었다. 당시 대학 동아리인 예음회에 가입해 김건모, 조갑경, 표인봉, 박미경, 김원준, 조규만, 박선주, 컬투의 김태균, 박성신 등과 함께 활동하다 선배의 아르바이트 권유로 광고음악계에 뛰어들게 된다. 당시 광고회사에 소속돼 월급을 받으며 일주일에 하루 녹음에 참여했던 가수가 바로 조갑경, 김건모 등이다.

그 사이에도 당시 메이저 음반사였던 서울음반 소속 가수로서 음반 작업을 준비했고 이후 조하문 소속의 Y음반에서도 음반 작업을 준비했다. 그러나 한창 음반작업을 하던 도중 음악방송 PD 뇌물 사건이 터지면서 소속 음반사가 연루돼 음반작업이 중단됐고 결국 약 5년이란 세월이 더 흐른 후 1995년 1집 음반인 ‘Lament’를 발표했지만 세간엔 잘 알려지지 않았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그는 광고음악에서는 알아주는 1인자지만 아직도 자신의 음반을 내기위해 항상 준비하고 있다. 44세란 나이가 음반 마케팅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고 인지도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방대식 스스로도 음반을 내는 것에 대해 주저하는 마음도 있지만 그는 자신만의 경쟁력이 있음을 주장했다. 

“음악에 대해서는 자만하지도 않고 항상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광고음악을 하면서 좋았던 점은 새로운 음악들에 빨리 적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레코딩 가수의 강점은 화성을 알고 코드를 이해하고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정면에 있는 가수가 아니라 한 발짝 뒤에 있는 가수인데 사실은 내공이나 쌓아온 것을 보면 누구에게 뒤진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악보 주고 ‘바로 레코딩 합시다’하면 디렉터가 원하는 90% 이상의 퀄리티를 제일 빨리 할 자신은 있다.”

그의 이런 주장이 뻥(?)으로 들리지 않는 일화가 있다. 대히트 상품인 현대카드 CM송을 녹음할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실제 카피는 대단히 파격적이었다고 한다. ‘오늘밤도 확실히 불태워보자. 자격없는 사람은 구경이나 해’라는 식의 카피였다고 그는 기억하고 있다. 나중에 가사가 수정은 됐지만 결국 그가 맡은 역할은 플레이보이 역할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생각에는 자극적이지만 저질스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 삐딱하게 서서 뒷주머니에 손을 넣고 얼굴을 약 15도 정도 틀고 약간 불량성 있게 보이는 컨셉으로 불렀다고 한다. 그게 대박이 터진 이유다. 이렇듯 그는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만의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해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가수 중 하나인 것이다.

이래서 가수 방대식을 보면 빅마마의 ‘Break Away’ 뮤직비디오가 생각난다. 무대에는 얼굴 이쁘고 몸매 좋은 가짜 가수가 노래를 부르지만 진짜 가수는 무대 뒤에서 목소리만 들려준다는 내용의 뮤직비디오가 어쩌면 방대식의 이야기는 아닐까?

그러나 음반시장의 현실이 어디 그런가. 그것 또한 빅마마라는 성공한 가수의 이야기 아니던가. 그도 그 현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는 가능성에 더 주목한다.

“우스갯소리로 전에 알고 지내던 PD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니가 대학 때는 건모보다 더 잘했는데…’라고. 그래서 나는 아직 안 끝났다고 했다. 나 또한 열심히 노력하겠지만 잘 안 되면 내 아들이 있다. 아들도 가수다. 방귀대장 뿡뿡이 세션으로 4년째 활동 중이고 모래요정 바람돌이 주제곡도 불렀다. 건모는 아들이 없으니 내가 이길 수 있다. 하하”

CM송으로 벨소리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던 가수 방대식. 왠지 그의 아들이 아닌 그의 음반을 듣고 싶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