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만은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
불만은 귀가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
  • 박경화 기자
  • 승인 2005.05.10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끊임없는 ‘경청’이 리더십의 원천이죠”
아시아나항공 품질보증팀 이경석 과장

아시아나항공 품질보증팀 이경석(43) 과장은 지난 95년부터 만 10년째 제안·개선조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에는 모두 99개의 개선조가 활동하고 있는데, 짧은 개선활동 역사에도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국표준협회 주관의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1999년부터 2004년까지 6년 연속 금상을 수상한 것. 또 올해 3월에는 12개 계열사가 참가한 금호아시아나그룹 품질경영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어느 기업이나 그렇듯 개선조 활동을 이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초기에는 구성원들의 보상요구와 불만 때문에 여러 차례 벽에 부딪히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을 뚫고 개선활동이 많은 성과를 거두기까지의 과정에는 이 과장의 10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구성원들에게 순도 100%의 신뢰를 보여라

 

이경석 과장은 개선조 활동의 여러 어려움을 딛고 열정을 갖도록 해준 데는 상사의 응원이 컸다고 말한다. 구성원들에게 ‘무엇이든 해보라, 실패해도 상관없다’고 말하는 관리자는 많지만 실제로 실패를 너그러이 수용하고 성장의 계기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없다면 개선활동이 일상으로 자리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처음에 부장님이 우리 팀으로 와서는 저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이 과장,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이 과장이 90%를 하세요. 나머지 10%는 내가 책임질게요.”


이 말이 이경석 과장에게는 ‘천군만마’가 됐다. 그 이후로 이 과장은 분임조 활동을 하는 현장 직원들을 대할 때 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애쓴다고 한다.


현장관리자의 역할은 일을 잘하도록 지시·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에게 ‘순도 100%의 신뢰’를 보여주고 일을 편하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마음’을 써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구성원의 열정을 자극하라


개선조 활동 도입 초기에는 현장 직원들의 불만도 심심치 않았다. 업무 외의 일이기 때문에 O/T 수당을 주거나 상금을 더 후하게 줘야 한다는 목소리, 중압감만 키운다는 불만도 있었다. 하지만 이경석 과장은 물질적 보상을 통해 개선조 활동을 촉진하려고 하지 않았다. 인간의 욕구란 물질적 보상으로만 채워지는 게 아니라는 믿음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의 개선활동은 단지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아니라 승객들의 목숨인 항공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항상 상기할 수 있도록 돕죠.” 이경석 과장은 현장 직원들이 제안활동에 열의를 쏟는 것도 인간의 욕구와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열정을 촉진하고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자신과 회사, 모든 관리자의 몫이라는 것.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에 매달리지 말자


전국대회에서 상을 ‘휩쓸고 있는’ 개선조들을 이끌고 있는데도 그는 가시적인 수치에 너무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관리자들 참 수치 좋아하죠, 제안 몇 건, 채택 몇 건, 목표달성에 몇 프로 미달 등등 끝이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런 수치화가 현장 직원들 짓누르는 부담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죠.”


이 과장은 개선조원들의 솔직한 마음을 들어보고 나서야 그런 부담이 오히려 개선활동의 장애물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잘하려는 마음이 앞서서 말도 꺼내보지 못한 채 묻혀버리는 제안이 많고, 개선활동이 어렵게만 생각되는 이유가 바로 이런 부담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굳이 잘하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100가지 우수 제안보다, 실패를 거듭하던 한 사람이 내딛는 작은 시도와 용기를 응원한다. 그것은 수치로 잡히는 성과는 아니지만 제안활동을 촉진하는 ‘마르지 않는 샘’이라는 게 이 과장의 믿음이다.

 

완벽한 툴(Tool)은 없다, ‘마음’이 빈자리를 채운다


아시아나항공에서는 개선조 활동 외에도 많은 제도가 있었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공동활동이나 분임조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보상 장치를 만들고 다른 회사의 제도를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제도들은 대부분 단명했다. 이 과장은 이것이 모두 제도의 결함이 아니라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 때문이라고 말한다.


“툴(Tool)들은 모두 훌륭했어요. 외국에서 수입한 분임조 모델도 있었고, 제도 자체로만 보면 손색이 없었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시도가 다 실패한 것은 제도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충분히 ‘마음’을 쓰지 못한 탓이에요.”


현장직원들의 불평이 있을 때 이 불만을 제도로 보완하기에 앞서 그 내용이 무엇인지 마음으로부터 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조언이다.

 

말이 안 되도 일단 들어라


개선조 활동을 위한 토론 전에 보통 아이스 브레이킹(Ice Breaking)시간을 갖는다. 본격적인 토론 전에 굳은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만들고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쏟아내는 이 시간만큼은 절대로 상대방의 말을 가로막지 않는 것이 개선조의 원칙이다.


“아무리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해도 말할 기회를 균등하게 준다는 원칙을 깨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는 순간부터 불신이 싹트고 이 불신이 결국에는 자유로운 토론을 가로막는 거죠.”
실제로 그간의 개선조 활동성과는 끊임없는 ‘경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인터뷰 내내 김영석 과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팀플레이의 힘’이다. 특히 한 사람의 뛰어난 아이디어보다 현장직원들의 생각을 조각조각 모아서 큰 그림을 완성하는 개선활동에서는 팀플레이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간 관리자의 리더십도 마찬가지예요. 상사의 배려와 현장 직원들의 신뢰, 중간관리자의 리더십이 삼위일체가 될 때 진짜 생기 넘치는 직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