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한국국제협력단(KOICA)노동조합
<59> 한국국제협력단(KOICA)노동조합
  • 안형진 기자
  • 승인 2010.06.0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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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 아이디어가 ‘노·사 신뢰’로
무리한 ‘금전적 보상’ 보다 ‘감성적 보상’ 주력
인력충원·정년 보장 “노사자율에 맡겨야”
ⓒ 한국국제협력단노동조합
지난해 11월 25일, 한국은 OECD 개발원조위원회 (DAC) 가입심사에서 24번째 DAC 회원국이 됐다. 해방 후 국제사회에서 ‘최빈국’으로 인식돼 각국의 원조를 받던 한국이 65년 만에 개발도상국에 원조하는 국가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와 같은 대외원조사업의 중심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이 있다.

국제협력단은 1968년 ‘외화 벌이’를 위해 중동이나 독일 등 해외로 국내 인력을 파견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해외개발공사’를 모태로 하고 있지만 1991년부터 개발도상국 대외원조사업을 진행하는 기관으로 성격을 바꿨다. 국가적인 해외인력파견 사업을 총괄했던 기관은 이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국제협력단노동조합(위원장 박춘건, 이하 국제협력단노조)은 ‘기관의 발전적 역할과 조합원의 권익 향상 모두 노·사가 함께 고민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여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기서 노조가 가진 무기는 바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다.

조합은 아이디어 뱅크여야 한다

국제협력단노조는 조직 발전과 조합원에 도움 될 수 있는 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사측에 제안하는 창의적 사고와 능동적인 행동력을 조합활동의 핵심으로 상정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 때 ‘흥미’가 떨어지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 송년 파티행사에는 멕시코에서 온 5인조 밴드를 초청해 공연 프로그램에 추가해 줄 것을 사측에 제안했다. 행사 참여도와 흥미를 높이고 일종의 국제교류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그 결과 행사에 참여한 직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행사에 참여한 밴드 역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최근 노조는 세계 각국에서 온 연수생들이 의미있는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각국 연수생 간의 만남의 장을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국제협력단노조 박춘건 위원장은 “회사와 조합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에 대해 필요한 아이디어들을 사측에 제안한다”며 “이같은 활동들은 노사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대화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민첩’하고 ‘민주’적인 젊은 조직

조합원 수 200여 명의 국제협력단노조는 작은 만큼 민첩한 조직운영을 지향한다. 노동조합은 회사에 요구하거나 제안하려는 내용의 초안을 만들어 사내 인트라넷을 이용해 노조 내 각 대표자들에게 알린다.

여기서 대표자는 노동조합의 지부장과 같은 간부들이 아니라 입사년도 별로 각 기수가 자발적으로 선출한 직원 대표자다. 이들은 동료들과 노동조합이 제안한 사안을 검토하고 의견을 모아낸다. 이렇게 취합된 의견은 다시 노동조합에서 모아 검토해 노조안을 만들고, 조합원 투표 역시 전자투표로 실시한다. 조합원들이 만들어가는 자치 조직과 온라인 소통으로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민첩하고, 민주적이다.

ⓒ 한국국제협력단노동조합

박춘건 위원장은 “국제협력단은 ‘허리가 부실한’ 인력 구조를 가지고 있어 연령층의 폭이 크고 간부 직원(팀장급이상)들은 조합 활동이 어려워 대부분 젊은 조합원들이 노조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며 “조합원 특성상 단결력이나 화합이라는 측면에서는 미흡한 부분은 있으나, 젊은 조합원들의 장점을 잘 살려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 통한 ‘감정적 보상’에 주력

“한정된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정부출연기관의 현실을 감안해 경영진에 무리한 요구는 하지 않지만, 조직 발전과 조합원 복리증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철저한 준비와 대화를 통해 결과를 만든다.”

이는 현 집행부가 가진 노조 운영의 원칙이다. 때문에 노동조합은 각종 제도 개선안을 만들어 회사의 발전과 조합원의 근무조건 향상을 이뤄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에 집행부는 다면평가제도의 인사평가 비율을 기존 50%에서 10%로 낮췄다. 이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평가하는 다면평가제도가 인사평가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다보니 직원 간 ‘인기 관리’ 분위기가 형성돼 인사의 공정성, 형평성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조는 해외근무 선발의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공정한 해외근무 기회를 부여해, 인사 상 특혜 시비 등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공정성을 추구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노조는 파견자 선발 시 우선 고려사항으로 해외근무 경험이 적은 자, 아이디어 제안 실적 우수자 등 근무성적 우수자의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는 제도 개선안을 만들어 시행토록 했다.

ODA(공적개발원조) 교육원의 설립 역시 노사가 함께 추진한 의미있는 성과였다. ODA 교육원은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돼 국제협력단 직원뿐 아니라 정부기관, 민간회사, 학생들을 대상으로 ODA에 대한 전문성 함양을 위한 연수·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능력 개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 한국국제협력단노동조합

현재 국제협력단 노조가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현안은 사업 확대에 따른 부족 인력 충원, 정년 연장, 직원 복지 증진이다.

박 위원장은 “국제협력단의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사업예산 규모도 대폭 증가된 상황에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으로 일방적인 조직·인력 감축이 이뤄지고 있어 사업수행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박 위원장은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하는 사안들에 대해 정부에서 제재를 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등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의미는 이해하지만 각 공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이행하지 않는 기관에 피해를 주는 강압적인 방식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며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비판했다.

덧붙여 박 위원장은 “노동조합 역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힘든 상황일수록 노사가 ‘신뢰’로 뭉쳐야 함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