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 없는 승자들의 나라
여유 없는 승자들의 나라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6.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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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프로야구 기아타이거즈와 LG트윈스의 맞대결이 잠실에서 벌어졌습니다. 이날 경기는 기아 선발투수 윤석민 선수의 초반 난조로 예상과 달리 LG트윈스가 크게 앞서 나갔습니다. LG트윈스가 8-1로 앞선 3회말 공격, LG의 이대형 선수가 도루를 성공시켰습니다. 그러자 5회말 기아 투수 박경태 선수는 타석에 들어선 이대형 선수를 향해 공 4개를 연속해서 몸 쪽으로 던졌습니다. 이에 경기 주심은 박경태 선수에게 빈볼을 던졌다며 퇴장을 명했습니다. 이후 기아의 팬과 LG의 팬뿐만 아니라 스포츠 기자들 사이에서도 당시 상황이 빈볼을 던질 정도의 사안이었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기아 측에서는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는데도 도루를 감행한 것은 상대방을 무시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LG 측에서는 3회였기 때문에 경기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를 상황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누구를 비난하거나 그래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LG 트윈스의 박종훈 감독이 이야기했듯이 한회에도 8~9점이 나는 현대 야구에서 이기고 있더라도 불안했던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4월 2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소지품 검사 강화, 차량 등 적재물 검사 및 신원확인 근거 신설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경찰관직무집행법 일부 개정안(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른바 ‘불심검문’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대신 ‘불심검문’이란 단어의 불편함을 ‘직무질문’으로 바꾸겠다고 합니다. 불심검문은 인권침해 소지가 많았던 조항입니다. 범죄예방 차원에서 행해지도록 되어 있는 불심검문의 쓰임은 대부분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검문에 더 많이 활용됐던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범죄는 행위가 있어야 성립됨에도 범죄가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일반 시민을 범죄자로 예단한다는 점에서 법적 안정성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그동안 인권단체의 꾸준한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심검문을 강화하겠다니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국민을 범죄자로 몰아넣는 이런 결정에 저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한편으로는 한국사회 승자들의 여유 없음이 서글프기까지 합니다. 민주노동당에 후원을 했다는 이유로 134명의 공립학교 재직 전교조 교사에 대한 즉각적인 해임을 발표한 교육과학기술부나 천안함 사건에 대해 북한을 철저히 응징하겠다며 대북 삐라살포와 선무방송에 나선 정부 또한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만큼 그들이 자신들의 현재 상황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승자에겐 관용과 여유가 미덕이라고 봅니다. 그래야 패자에게도 기회가 생기는 것이고 승자를 몰아붙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 쪽이 죽어야 다른 쪽이 사는 사회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 왜들 그리 상대를 죽이지 못해 안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승자나 가진 자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