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망대] 금융산업, IMF 경제위기 이후 ‘몸집 불리기’ 주력
[산업 전망대] 금융산업, IMF 경제위기 이후 ‘몸집 불리기’ 주력
  • 김대익_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05.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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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화·특성화로 경쟁력 높여야

 국내 금융산업은 IMF관리체제를 겪으면서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고, 현재도 보이지 않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외적으로는 IMF 이전에 접하기 어려웠던, 아니 찾아보기조차 힘들었던 외국계 금융사들의 간판이 주위에서 쉽게 발견된다. 그만큼 외국자본이 우리 금융산업에 많이 유입되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내적으로는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세계적 추세인 대형화 및 겸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 결과 국내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및 생산성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그렇지만 여전히 외국의 금융산업과 비교할 경우 국내의 경쟁력은 낮은 수준에 불과하여 외국 금융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구성


한편 금융산업은 일반적으로 크게 은행으로 대표되는 간접금융시장과 증권회사로 대표되는 직접금융시장으로 구분된다. 간접금융시장은 은행 등 예금수취 금융기관이 자신의 책임 하에 여유자금을 소유한 예금자로부터 예금을 수취한 후 자금이 필요한 대출자에게 자금을 중개하는 시장을 말한다.

 

그리고 은행 등 간접금융시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기관들은 예금자로부터 대출자에게 자신의 책임 하에 자금을 중개하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게 된다. 수수료는 통상적으로 고객에게 금융기관이 지불하는 금리와 예금금리보다 높게 적용하는 대출금리의 차인 예대마진을 통해 회수한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부담하는 책임이 클수록 즉, 대출고객의 신용이 낮을수록 높은 대출금리가 적용되어 예대마진의 폭도 그만큼 커진다.


직접금융시장은 증권회사 등 예금수취 기능이 없는 금융기관이 여유자금을 소유한 투자자와 자금이 필요한 기업 등을 직접 연결해 자금의 중개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시장이다. 즉, 기업들이 증권시장에서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기업운영이나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을 말한다.

 

증권회사 등 직접금융시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기관들은 여유자금을 소유한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 등에게 자신의 책임이 아닌 투자자 및 조달자의 책임 하에 자금을 중개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수수료는 간접금융시장의 경우와는 달리 통상적으로 조달금액에 대하여 일정비율의 수수료를 받게 된다.

 

대형화, 겸업화 추세


국내 금융산업은 크게 은행, 증권, 보험의 3대 축으로 구성, 운영되고 있다. 즉 은행의 지불결제기능, 증권의 유가증권 중개업무, 보험의 위험인수업무라는 고유 기능에 대해 분리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리주의 결과 IMF 관리체제 이전까지는 간접금융시장과 직접금융시장이 어느 정도 균형적인 성장을 해왔다. 그런데 IMF 관리체제를 겪으면서 금융산업 전반에 불어온 구조조정은 금융산업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가장 많은 시련을 겪은 곳은 은행이다.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기업에 대출한 자산이 부실화됐고, 이와 더불어 은행 또한 부실화됐기 때문이다.


1997년 말 33개이던 은행들이 19개로 감소하면서 7만 명 이상의 은행직원들이 정들었던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증권사와 투신사는 오히려 각각 42개, 47개로 증가했다. 보험사는 19개가 구조조정된 반면 19개가 신규진입하며 동일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IMF관리체제 이후 은행이 가장 큰 구조조정을 겪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국내 은행들의 생산성과 자산의 건전성은 크게 향상됐고, 국내 금융산업을 세계적인 추세인 은행 중심으로 재편하며 주도하고 있다.


현재 세계 및 국내 금융산업의 추세는 대형화, 겸업화 및 IT의 발전에 의한 비금융업권의  금융업 진출이다. 먼저 대형화 현상은 외국에서 보다 일반적이지만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우도 은행을 중심으로 대형화가 진행돼 왔고, 향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판단된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인수 및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 등이 국내 은행의 대형화 사례다.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이 직접금융시장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동원금융지주가 한국투자신탁증권을 인수했다.

 

이 같은 금융산업의 대형화는 내적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통하여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생산성을 제고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IMF 이후 외국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갔던 은행들이 씨티은행, 스탠더드챠터드은행 등 자본력이 큰 전문은행들에게 경영권이 재차 넘어가면서 대형은행들과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두 번째는 겸업화의 진행이다. 겸업화는 금융산업을 구성하고 있는 은행, 증권 및 보험 간의 업무장벽이 허물어지고 공유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겸업화는 금융산업의 발전에 따른 복잡화 및 고객의 일괄금융서비스에 대한 욕구의 증가에 가장 크게 기인한다.


즉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기법의 발전에 따라 여러 금융영역을 커버하는 복합 상품의 등장과 여러 금융기관을 다니며 자신에게 적합한 금융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한 금융기관에서 자신의 기호에 맞는 모든 금융상품을 구매하기를 선호하는 고객의 경향이 금융산업의 겸업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


최근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내 금융산업의 겸업화를 은행 중심으로 살펴보면 그림<1>과 같다. 은행은 예금과 수신상품의 판매를 주로 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기관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고, 더 나아가 비금융권의 상품까지도 판매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03년 은행의 보험상품 판매가 허용되면서 은행들은 보험상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보험사와 은행을 연계한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또한 자산운용사의 수익증권 판매는 2004년에는 은행을 통한 판매가 27% 수준까지 상승하며 은행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비금융권에 대해서는 모바일뱅킹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비금융권의 각종 상품권을 판매하고 있는 추세이다.

 

비금융권의 금융업 진출과 금융지주회사 설립


마지막으로는 비금융권의 금융업 진출이다. 비금융권의 금융업진출은 IT기술의 발달에 크게 기인한다. 일례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업자의 소액결제시장의 진출은 국내에서 일반화된 경우다. 또한 은행 및 금융업자들과의 제휴를 통해 모바일 뱅킹 서비스나 모바일 거래중개 시스템 등을 제공하며 진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형 유통업자들의 경우 자신의 고객을 기반으로 카드산업에 진출하는 등 비금융업자들의 금융산업 진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국내 금융산업의 전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 안에서 국내금융환경을 적절하게 반영하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형태로 지속적인 대형화의 진행을 들 수 있다. 현재 은행권을 제외한 타 금융권은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가 아직 미진한 수준이다. 그 결과 생산성 및 수익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관과의 경쟁에서도 경쟁력이 약하다.

 

특히 증권업계는 외국계 대형 투자은행들과의 경쟁을 위해서 자체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 투자은행의 탄생이 절실한 입장이기 때문에 대형화의 추진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예상된다. 은행 또한 외국계 대형은행의 진출에 따라 경쟁이 심화되면서 추가적인 대형화를 위한 인수합병이 예상된다. 특히 금년 말 외환은행의 경영권 향방을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과 향후 우리금융지주의 정부주식 매각도 은행권의 대형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다른 한편으로 현재 은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겸업화도 보다 다각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은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보험 및 증권을 자회사로 삼아 타 금융업무의 고유 영역까지도 겸업할 수 있다. 반면 보험의 경우는 아직까지는 은행을 자회사로 가질 수 없다. 따라서 향후 금융의 겸업화가 외국의 경우처럼 활발하게 이루어질 경우 국내의 경우도 현재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뿐만 아니라 투자은행 및 보험회사를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등장이 예상되고, 금융산업의 겸업화도 보다 더 다각화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금융산업의 대형화 및 겸업화의 진전은 금융기관의 생산성 및 경쟁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금융기관의 탄생도 촉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러한 추세에 편승하지 못한 금융기관들은 생존을 위하여 자신의 포지션을 재정립하여 전문·특화 금융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