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하는 전문직, 있어도 안하는 단순직
없어서 못하는 전문직, 있어도 안하는 단순직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6.03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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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훈련을 둘러싼 시각차 뚜렷
비용·시간에 의지마저 억눌리는 중소기업
Issue in Issue ② 변화를 위한 교육훈련

교육훈련이 중소기업을 변화시키는 모범답안은 아니다. 사업장마다 자신의 특색에 맞는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변화 방식을 설계하고 재단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 역할을 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중소기업 교육훈련에 대한 모범답안 역시 정해진 것은 아니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교육훈련을 바라보는 태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중소기업의 사례를 통해 교육훈련이 이뤄지기 위해서 그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되어야 한다.

ⓒ (주)가민정보시스템

혁신 교육과 성과 반영 통한 사업트렌드 선도

혁신 교육과 성과 반영 통한 사업트렌드 선도변화를 위한 교육훈련 중 가장 선호되는 과정이 문제해결능력과 경영능력 및 리더십 배양과정이다. 많은 기업들이 사업장 혁신과 인재경영을 내세우며 전문교육업체를 통해 이 같은 최신 교육훈련과정을 노동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반도체 및 FPD(평판 디스플레이)용 전자재료와 발포제 제조업체 ‘동진쎄미켐(회장 이부섭)’도 그런 곳 가운데 하나이다. 이곳에서는 사업 특성상 전문인력을 위한 기술교육은 물론, 리더십 교육과 일반경영, 회계교육 등 각 업종에 맞는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 품질관리 및 혁신을 위해 TRIZ(창의적 문제해결 이론), 6시그마, DOE(실험계획법) 같은 최신 문제해결능력 향상 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자신의 업종과 희망사항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이는 회사 내 리더 양성이라는 경영 트렌드에 맞춰 ▲ 가치창출에 필요한 개인과 조직의 역량 도출 및 활용 강화 ▲ 성과 평가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으로 성과공유 및 동기부여 확대 ▲ 도전정신과 조직문화 확립을 강조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동진쎄미켐 노동자들의 경우 승진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교육훈련을 거쳐 KPI(성과지표) 항목에서 교육학점을 12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다음 승진 절차에서 ‘낙제’를 받게 된다. 동진쎄미켐은 현 사업의 트렌드에 맞는 교육과정을 구성해 정기 승진자들이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교육훈련이 적용되는 노동자들은 전체 650명 가운데 약 500명에 이르고 있다. 노동자들은 사내는 물론 온라인 교육 사이트를 통해 어학강좌와 리더십 교육, 일반경영, 회계교육, 기술교육 등을 받을 수 있다. 또 원격지의 경우 우편을 통한 교육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런 교육훈련을 토대로 동진쎄미켐은 작년에만 3,540억 원의 매출액과 순이익 200억 원 이상을 기록하는 등 매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현재 교육훈련이 현장을 통한 실무교육보다는 개론서를 위주로 이뤄지다보니 이론중심의 교육으로 흐르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한다.

동진쎄미켐 경영전략팀 김형민 대리는 “연구개발이나 특수직종의 경우 한국에서 교육을 받기 힘든 경우도 발생하며, 교육을 받더라도 어떤 과정을 들을 때 받아들이기 쉬운지 혼란스러워 하는 직원들도 많다”며 “보다 단계적인 교육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 (주)가민정보시스템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핸디캡 극복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핸디캡 극복가민정보시스템(대표이사 신용민)은 각종 솔루션 개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웹시스템 통합서비스 전문업체이다. 현재 대학 ERP(전사적자원관리)솔루션을 통해 대학의 다양한 업무처리를 통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또 기업 HMI(무인생산자동화시스템)솔루션을 구축해 대기업의 공장 자동화 생산을 관리하는데 도움을 줬다. 이런 성과를 토대로 가민정보 시스템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신기술보유업체로 선정됐고, 소프트웨어발전 유공자로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모두 45명의 노동자로 이뤄진 이 중소기업이 진행하는 교육훈련은 강사초빙을 통한 집체교육으로 노동자들은 기술개발에 필요한 자바나 이클립스 같은 기초 프로그램을 배우고 있다. 매주 2시간씩 2차례에 걸쳐 교육을 받고 있으며 프로그램 실습도 겸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들끼리 모여서 배운 내용을 복습·예습하는 한편, 선배들의 멘토 프로그램을 통해서 교육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교육과정 이수 후에는 별도로 시험을 치러서 노동자들의 교육 이해도를 점검한다.

가민정보시스템이 이 같은 교육형태를 채택한 이유는 지역적 접근성에 따라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가민정보시스템은 광주광역시에 위치하고 있는데, 기초 웹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교육시설이 서울에만 있는 경우가 많아 그동안 노동자들이 교육을 받기 위해 직접 상경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일부 과목의 경우 광주에도 교육기관이 있지만, 다른 중소기업과 함께 받는 교육이다 보니 회사 사업장의 여건에 맞는 내용을 얻기 힘들어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은 편이라고 한다.

1, 2시간 수업을 위해 노동자들이 하루를 소비하는 비용 소요가 발생함에 따라 대기업 프로그래머를 초빙해 이런 낭비를 줄이고 효율적인 교육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별도로 대기업이나 전문교육업체 인원을 초청하기 힘든 점 때문에, 2008년부터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진행하는 ‘사내기술교육훈련과정 지원사업’을 활용해 강사초빙을 통한 집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2009년에는 ‘사내기술교육훈련과정 지원사업’ 모범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영호 가민정보시스템 기획경영실장은 “대기업 차장급 인사를 불러 지속적으로 교육훈련을 하다 보니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며 “이런 중소기업에서 높은 수준의 교육훈련을 계속 유지한다는 점 때문에 회사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 (주)가민정보시스템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교육이 아니다이처럼 교육훈련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중소기업은 위의 사례와 같이 IT나 신소재 개발 등 전문기술을 요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반면 단순업무나 제조업체의 경우는 사업장 숙련에 필요한 교육 외에는 교육훈련이란 개념조차 모호한 경우가 많다.

한 예로 한국콜마경인은 화장품 제조 및 포장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로 이곳에서 근무하는 120여 명의 노동자들은 40~50대에 이르는 여성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이 중에는 비정규직도 포함되어 있어서 직무향상이나 변화를 위한 교육훈련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콜마경인노조 김영자 위원장은 “노동자들이 장기간 단순업무에 치우치며 일의 강도가 높기 때문에 사업장 분위기가 삭막해지기 쉬운 상태”라며 “교육훈련보다는 복지 개선이나 사업장 분위기 쇄신을 위한 사업장 적응교육 정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천에 위치한 영진화학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가성소다나 가소제 등을 다루는 화학제품 생산업체이다보니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해 노사가 교육훈련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간 상태이다. 하지만 66명의 노동자들이 매일같이 물동량을 체크하는 등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어 교육을 받기 위한 시간이나 인원을 쪼개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영진화학노조 김명진 위원장은 “물동량을 점검할 때 아직도 전산이 아닌 수기로 작성하고 있어 밤새도록 물자 체크에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비효율적인 업무 여건에 놓여 있다”며 “이런 근로조건이 먼저 해소되어야 한다”고 토로했다. 또 “교육을 받고 싶어도 교육훈련시스템을 짜는 교육담당 인원이 있어야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영세 중소기업에서는 생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로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러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전문업종과 단순업종 간에 교육훈련을 바라보는 태도는 이처럼 다르다. 중소기업 교육 관련자들은 업종의 상황과 각 사업장의 분위기가 이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회사 경영이 마이너스 상황이거나 그럴 위기에 처한 경우 교육훈련 같은 비용부터 축소하거나 없애는 것이 일반화된 상황이다.

또 하루하루 생산량에 따라 회사의 생계가 달라지는 영세기업의 경우, 따로 교육훈련을 통한 사업장 변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가 대기업 중심으로 편중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수입과 실적 외에 다른 목적을 위한 비용부담에 의기소침하다.

이런 중소기업에서의 교육훈련을 위한 지원사업이 마련돼 있지만, 여전히 이를 뒷받침하는 토대가 빈약한 실정이다. 고현주 부천노사공동직업훈련지원센터장도 “영세중소기업들의 노동자들을 위해 센터에서 노사가 함께 무료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인원과 시간문제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중소기업들의 경제적인 여건을 완화시킬 수 있도록 공공적인 차원에서 정부와 대기업이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