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강화 외에도 길은 있다
중소기업 강화 외에도 길은 있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6.0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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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 회복·복지 일자리 창출 놓치지 말아야
노동시간 단축엔 노동생산성 전제돼야
Issue in Issue ④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

지금까지 3회에 걸친 연재를 통해 심각한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흡수 능력이 큰 중소기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중소기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교육훈련 활성화를 제안했다. 하지만 이런 방안만이 정답인 것은 아니다.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중소기업 강화를 통한 고용 창출

지난 4월호에서 <참여와혁신>은 외환위기 이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용문제를 역대 정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해결책을 내놨는지 비교해봤다. 고용문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정부의 인식과 해결책을 살펴봄으로써,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것인지를 따져보고자 했다.

그 결과 역대 정부는 적극적인 일자리 창출 정책이 아니라 소극적인 실업해소 정책에 치중해 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대중 정부 이래 역대 정부들은 노동시장에 직접 개입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공공근로사업 등을 통해 한시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늘려왔다.

노무현 정부 당시 사회서비스 부문 등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축소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또다시 단기적·직접적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실업률을 낮추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 단기적인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는 데 치중되면서, 경제성장이 고용을 수반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남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면서 그 과정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것은 오히려 고용을 축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참여와혁신> 5월호에서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면서도 고용을 축소시키지 않을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대기업의 경우 산업구조 고도화는 설비투자 증대와 고용축소로 연결된다. 하지만 설비투자가 뒤처진 중소기업의 경우, 설비투자를 확대함으로써 고부가가치산업으로의 전환과 그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고용흡수 능력이 큰 중소기업을 강화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들자는 것이다.

일하고 싶은 중소기업을 만드는 길은 생산성을 끌어올려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중소기업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는 점과 함께, 이 변화의 과정이 노동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노동자에 의해 주도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또 이 과정에서 정부는 대기업 위주로 구축된 산업구조를 중소기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며, 자원의 균형 배분 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영역에 진출하는 것을 자제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개척하는 데 역량을 투입해야 하며, 중소기업은 환경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 변화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6월호에서는 변화의 다른 한 축인 노동자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주어진 일을 따라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노동과정을 재조직하는 창조적인 노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의 이런 모습을 ‘지식노동자’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아울러 노동자들이 지식노동자로 변화하는 과정은 교육훈련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일자리가 곧 복지다

지난 3회에 걸쳐 <참여와혁신>은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소기업을 강화시켜 일자리를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또 그런 중소기업 강화를 위해서는 교육훈련을 통한 지식노동자의 육성이 관건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중소기업을 강화하는 것은 딱히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를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고용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그동안 <참여와혁신>이 다루지는 않았지만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대안들을 간략히 정리한다.

우선 일자리 창출을 고민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일자리의 성격이다. 지난 4월호에서 살펴본 대로 역대 정부들이 일자리 창출 정책을 시행했지만, 대부분 눈앞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단기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것에 그쳤다.

이들 일자리를 통해 당장 실업률을 낮출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고용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정부가 직접 제공하는 일자리로는 고용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확인한 셈이다. 따라서 고용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고,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 아울러 기업이 안정적인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서 일자리는 적극적인 복지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취약계층을 정부가 직접 보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취약계층이 자활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은 취업을 통해 스스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취약계층이 일할 수 있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취업을 중계하는 기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또 이들의 취업이 용이하도록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역시 지속가능한 일자리여야 한다. 단기적인 일자리에 그친다면 일정한 기한이 지난 후에 취약계층의 복지 문제는 또다시 대두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를 발굴하되, 지속가능하고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은 돼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어서 지속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보건의료산업의 경우 간호인력이나 간병인 등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여지가 크다.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사회적 기업 중에도 사회서비스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을 복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육성하는 방안을 모색할 때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기업가정신 회복해야

정부가 일자리를 직접 제공하는 데에는 지속적인 재정 투입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기업의 경우 적정한 이윤이 보장된다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오히려 기업에서는 기업주의 마인드에 따라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새로 투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일자리를 늘릴 이유도 없다. 중소기업이 당면하고 있는 어려움은 기업주들의 투자 의욕을 꺾고, 기업주들은 새로운 투자대상을 찾아 모험을 하는 대신 익숙한 것에 역량을 쏟아 붓는다. 따로 교육훈련에 투자하거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에도 걸음이 무겁다.

대기업이라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리스크가 큰 신성장동력을 찾는 대신 이윤창출이 검증된 분야에 투자를 늘리려고 한다. 일례로 중소기업의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던 골목상권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진출하는 것에서 이런 마인드를 볼 수 있다.

이처럼 투자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기업주들이 익숙한 것, 검증된 사업영역에만 투자하려고 할 때, 새로운 일자리는 만들어지기 힘들다. 게다가 익숙하고 검증된 영역에서도 끊임없이 인원을 줄이려 시도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중소기업의 탄탄한 성장기반을 닦기 위해 기업주들의 마인드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가정신의 회복과 함께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려는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새로운 사업영역은 그 자체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분야로 다소간 모험적인 투자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가정신이 더욱 더 필요한 부분이다.

새로운 사업영역은 기술집약적이거나 지식집약적인 분야에서 개척될 가능성이 높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미흡한 전문서비스 분야도 고려 대상이다. 다만 이런 영역이 기존의 사업과 충돌하거나 지나치게 이윤만을 추구한 나머지 공익을 해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하면 일자리 늘어난다
최근 OECD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 평균 노동시간이 2,256시간이라고 발표했다.

OECD 국가들 중 최상위에 해당하는 노동시간으로 OECD 평균인 1,764시간보다 500시간가량 많다. 1년에 3개월을 더 일하는 셈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연간 노동시간을 평균 2,000시간으로 줄이면 지금보다 12.8%나 더 고용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로 금속노조는 올해 중앙교섭 핵심 요구안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만큼 노동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한국생산성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은 미국을 100으로 할 때 61.5에 그친다. 미국 노동자의 노동생산성에 비해 61.5% 수준이라는 뜻이다.

물론 노동생산성은 숙련수준이나 작업방식, 자동화 정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좌우되지만, 노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이 똑같은 성과를 내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비용을 상쇄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노동시간이 단축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