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 현장 혼란만 가중될 듯
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 현장 혼란만 가중될 듯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6.04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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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 발표…범위, 지급 급여 범위, 조합원 산정 등 혼란
현장 적용에는 많은 혼란 뒤따를 듯

▲ 3일 오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노동부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관이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과 관련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 정우성 기자 wsjung@laborplus.co.kr
노동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타임오프와 관련해 업무지침 매뉴얼을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사안은 현장에 떠넘기는 모양새를 보여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관은 3일 오후,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이하 타임오프 매뉴얼)’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했다.

이 매뉴얼은 개정된 노조법에 따라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될 타임오프제도가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노동부의 해석이다. 노동부는 이를 바탕으로 근로감독관이 직접 사업장 현장 지도・감독에 사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매뉴얼에 따르면 기존 노조전임자에 대해 오는 7월 1일부터 사용자의 급여지급이 전면 금지되는 반면 타임오프 제도 시행에 따라 근로시간면제 대상에 속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정된 ‘근로시간면제자’는 이러한 활동에 대해 유급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협의 하에 노동부가 고시한 근로시간면제 한도 내에서 ‘근로시간면제자’의 총 사용시간과 사용인원을 확정해야하며 노동조합은 확정된 대상자 명단을 사용자에게 사전에 통보해야 한다.

‘근로시간면제자’는 사용자와의 교섭・협의, 고충처리, 산업안전활동,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업무에 한하여 급여를 지급받고, 파업이나 공직선거 참여, 사업장과 무관한 순수한 상급단체 활동은 이 활동에 포함되지 않아 급여를 받을 수 없다.

‘건전한 노사관계 업무’ 범위의 모호성

문제는 이번 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이 현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근로시간면제 대상 업무에 관해 노동부는 노조법 또는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업무로 노조법상 단체교섭 업무, 근참법상 노사협의회 업무, 근참법상 고충처리 업무, 산안법상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업무, 근로자 대표로서의 동의・입회・의견 청취 업무, 사내근로복지기금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는 업무를 규정했다.

또한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업무로 노조법 제2장 3절에 명기된 정기총회, 대의원회, 임원선거, 회계감사와 생산성 향상 등을 위한 노사공동위원회, 사용자의 위탁교육 등 기타 사업장내 노사공동의 이해관계에 속하는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업무로 규정했다.

이렇게 될 경우 위에 열거한 업무가 아닌 경우 중 어떤 것을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활동’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해석에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어떤 활동이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활동’인지에 대해 노사정의 입장이 다를 경우 결국 법원의 판단을 물어야 한다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수노조의 경우 노노간 갈등 불가피

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은 면제 근로시간에 적용되는 급여 지급 기준도 “해당 근로자가 정상적으로 근로를 하였다면 받을 수 있는 급여”라고 말함으로서 모호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어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했지만 통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급여보다 과도한 기준을 설정・지급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경우 ‘과도한 기준’에 대한 해석이 문제다. 이는 ‘과도한’이라는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노동부의 타임오프 매뉴얼은 하나의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조직되어 있는 경우 각 노조의 조합원을 전부 합친, 전체 조합원 수에 따라 근로시간면제 한도가 규정되기 때문에 각 노조별 근로시간면제 시간 및 인원 배분은 총량의 범위 내에서 노조 간에 ‘자율적’으로 정하게 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경우 노노간의 갈등은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부는 “조합원 수, 업무 등을 고려하여 노조간 적정하게 배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각 노조는 더 많은 근로시간면제자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펼칠 것이 분명하다.

결국 노동부가 개별 노조에게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부여할 경우 노조를 쪼개 ‘근로시간면제자’를 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현장의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가능하다.

또한 노동부는 내년 7월 1일 이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시행되면 교섭대표노조는 공정대표의무에 따라 각 노조와 협의를 통해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정대표의무가 실효성이 있느냐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는 일고 있어 이 또한 노노간의 갈등으로 법원 문을 들락거리는 사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이번에 노동부가 발표한 근로시간면제 한도 적용 매뉴얼은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고, 실제 현장에서 논란이 될 여지가 있는 문제를 다시 현장책임으로 떠넘겼다는 점에서 노사관계자들은 아쉬움을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