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위기 처한 미쓰비시자동차 “이보다 나쁠 순 없다”
도산위기 처한 미쓰비시자동차 “이보다 나쁠 순 없다”
  • 구본관_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승인 2005.05.10 00:0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비자 불신에 기업 내부 언로 차단, 위기의식 실종

일본 최강의 기업집단 미쓰비시그룹의 자동차 생산업체인 미쓰비시자동차는 2003년도에 2154억 엔이란 엄청난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잠식의 위기에 처했다.


이 때문에 미쓰비시자동차는 2004년 6월 그룹 계열사를 중심으로 약 5천억 엔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아 자본금을 보충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극심한 자동차 판매 부진을 보이면서 적자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폭으로 늘어나, 2004년도에는 무려 4700억 엔이 넘는 적자가 예상됐다.


당장 추가 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도산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위기에 몰렸고, 이미 일본 금융청은 미쓰비시자동차를 ‘도산우려’ 기업으로 회사신용등급을 낮춘 상태였다. 결국 금년 초 미쓰비시는 독자적인 회생을 포기하고 그룹 계열사의 지원 하에 기업회생을 추진한다는 ‘新사업회생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니시오카(西岡 喬) 미쓰비시중공업 회장이 미쓰비시자동차 회장 겸 CEO를 겸임함으로써 미쓰비시자동차는 사실상 자동차가 중공업 산하로 편입되는 형식을 취하는 대신, 그룹 계열사가 추가로 2700억 엔을 증자하고 미쓰비시중공업의 신용으로 약 2400억 엔의 운전자금을 지원, 신차를 투입해 회사를 살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미 개발을 담당하던 인력들은 속속 회사를 빠져나가고, 부품업체, 판매업체들도 미쓰비시에서 떠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합작 파트너인 다임러클라이슬러도 미쓰비시자동차 경영에서 한발 물러선 뒤였다. 향후 회생의 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뢰 회복에도 때가 있다


한 마디로 불상사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회사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자동차는 96년 미국 현지 자동차공장에서의 성희롱 사건, 97년 총회꾼 매수 사건 등으로 수차례 파문을 일으킨 데다, 2000년에는 승용차의 결함을 고의로 은폐한 사실이 발각되는 등, 90년대 후반에만 여러 차례 불상사를 반복함으로써 이미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상태였다. 그 때문에 2000년에 2781억 엔이라는 적자를 기록한 경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2년 1월에 요코하마에서 미쓰비시자동차가 만든 트럭에서 타이어가 빠져 사람이 사망하고, 10월 야마구치현에서 클러치 파열로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터졌다.


회사는 그 원인이 자동차의 결함 때문이 아니라 정비 불량 때문이고 주장했다. 하지만 2004년 3월과 5월, 이 두 건 모두 트럭의 결함 때문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렇지 않아도 미쓰비시자동차에 대한 불신이 남아 있었던 터에 또 다시 이런 사실이 들통나자 소비자들의 불신감은 재차 폭발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2004년 4월 미쓰비시는 자사가 만든 경차(eK 웨건, 미니카, 톳보 BJ 등) 8만 대에 대해 리콜을 선언했는데, 타이어 이탈 사고로 사회문제가 된 상황에서 신고한 리콜이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경차도 결함’이라며 미쓰비시의 자동차를 불신하게 되었다. 


이후 미쓰비시자동차는 트럭 타이어 이탈 사고 및 클러치 파열 사고의 원인이 차체 결함에 기인했던 것임을 인정하고 관련된 모든 차종에 대해 리콜을 실시했다. 하지만 때는 늦었다.


결과적으로 경쟁업체들이 승용차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는 동안 미쓰비시의 승용차 판매대수는 절반으로 줄고 주가는 반에 반 토막 났다. 결함 수리에 따른 비용은 물론, 주가하락에 대한 피해보상까지 해야 했다. 이 때문에 회사가 도산 일보직전으로 몰리는 상황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비판하는 사원을 ‘문제아’로 취급하는 기업문화


무엇보다도 과거의 성공에 대한 자만과 지나친 성과주의가 부실 양산으로 연결되었다. 버블 붕괴로 타사가 고전하는 동안, 미쓰비시는 ‘RV 붐’을 타고 4륜구동, 경차에서 연속 히트를 치면서 95년에는 업계 2위인 닛산자동차를 추격하기 직전까지 갔다. 이때부터 미쓰비시는 닛산 추월을 위해 일정을 서둘러 속속 신차를 발매하기 시작했다.


여기다가 미쓰비시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3개년 경영계획 「RM 2001-원가절감 4200억엔」을 추진하여, 그 목표도 1년이나 앞당겨 달성했다. 이에 고무된 미쓰비시는 2000년 4월부터 새로운 경영계획, 「하트 비트 21(2003년까지 원가 6500억엔 절감)」을 추진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과정에서 ‘쓴 정보’는 차단되고 품질보다는 코스트를 우선시하는 기업체질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설계나 개발 인력이 부족하다’, ‘발매 전에 충분한 검사가 필요하다’와 같이 신차 발매시기를 늦출 가능성이 있는 보고는 거의 사장되고, 개발신차의 품질 문제를 제기하는 사원은 불평, 불만을 가진 사원으로 인식되고, 매출 확대에 반하는 정보를 보고하는 임원은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되는 풍토가 암암리에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무리한 원가절감과 위기의식 상실


또 신차 개발 과정에서 원가와 품질 간 트레이드 오프 상황이 생기면 원가를 우선시하는 분위기도 형성되었다. 미쓰비시에게는 이전부터 「기술의 미쓰비시」라는 자부심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가를 줄이면서도 품질을 커버할 수 있다고 자신의 기술을 과신했던 것이다. 하지만 무리한 원가절감 정책, 일정위주의 신차개발 정책은 결과적으로 결함 차량을 대량으로 발생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던 것이다.


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은 불상사가 수차례나 반복되었으면서도 그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회사가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하다가 문제를 키웠다는 것이다. 미쓰비시는 지난 10여 년간 불상사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을 규명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보다는 경영진 교체로 일관해왔다. 문제의 원인을 규명하고 해결하지 않은 채 경영진만 교체될 경우 차기 경영자에게 과거의 문제를 떠넘기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조직의 긴장감도 잃고 있었다. 버블 붕괴 후 경영의 어려움으로 타사가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안 미쓰비시는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을 소홀히 하고 있었다. 미쓰비시자동차의 딜러도 본사가 할당한 판매 목표 달성에 치중하고 고객 서비스에는 소홀히 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었다.


‘거대한 미쓰비시 그룹, 미쓰비시자동차에 속해 있으면 회사가 망하는 일은 없다, 주어진 할당량을 충족시키면 내 책임은 다한 것이며, 회사가 평생을 보장해준다’는 생각이 작용했던 것이다. 한 마디로 위기의식을 갖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계열사 의존 말고 독립 기반 다져야


우리는 미쓰비시자동차의 위기의 원인과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서 많은 시사점을 도출해 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불상사가 발생하면 초기단계에서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소비자·사회에 대한 설명 책임에 충실함으로써 문제가 확산되거나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는 점이다. 부인, 은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기업을 존망의 위기까지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두 번째는 사내의 ‘쓴 정보’도 최고경영자까지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는 ‘트인 언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식적 채널보다는 비공식적인 토론과 커뮤니케이션 분위기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사원의 문제점 지적과 개선의 목소리가 불평, 불만으로만 치부되어서는 진정한 ‘쓴 정보’가 사장될 수 있다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항상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없으면 과거의 성공경험이나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거나 자만하기 쉽고, 그것은 어려울 때 더욱 부담을 가중시키는 ‘부(負)의 자산’이 되기 쉽다. 도요타가 매년 사상최고의 이익을 경신할 수 있었던 것은 사원이나 경영자가 항상 위기의식을 가지고 개선점을 찾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을 의지하지 말고 ‘홀로 서기’할 수 있는 기반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예컨대 그룹 소속기업도 위기에 처하면 계열기업으로부터 유무형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사고는 버려야 한다.


오히려 더 까다로운 고객으로 인식해야 한다. 미쓰비시 그룹에 존재하는 ‘「미쓰비시」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사고가 미쓰비시자동차의 위기를 장기화시킨 측면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위기에 처하더라도 그룹이 지원해 줄 것’이란 낡은 사고가 기업체질을 약화시키고 위기 극복 능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을 스스로 갖춰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