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쁜 일자리를 ‘좋게’ 좋은 일자리를 ‘길게’
[미국] 나쁜 일자리를 ‘좋게’ 좋은 일자리를 ‘길게’
  • 참여와혁신
  • 승인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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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일자리 프로젝트 Jobs with a Future

위스콘신전략센터(COWS)가 추진하고 있는 ‘미래의 일자리 프로젝트’ (Jobs With a Future : 이하 JWF)는 최근 몇 년간 위스콘신 지역의 인력공급 시스템을 개혁하고 새롭고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줬다.


이번 호에서는 JWF와 협력하여 구체적인 성과를 낸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한다. 특히 지역의 인력개발 시스템에 생긴 변화와 노·사·지역의 주체들이 이 변화에 동참하게 된 과정, 이 과정 속에서 각각의 주체는 어떤 변화와 향상을 경험했는지를 주로 담아본다. 마지막으로 이런 혁신들이 결국에는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파트너십을 창조해내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공동의 교육훈련을 통한 숙련연대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밀워키지역 기술대학의 사례다. 밀워키 기술대학의 노동자 교육훈련의 핵심요소는 직장인들을 위한 ‘성인교육 기본 프로그램(WABE)’이다. 대학은 WABE를 통해서 읽기, 쓰기, 수학, 컴퓨터, 재무지식, ESL 영어프로그램,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장을 수료할 수 있는 체계적 학습 등을 지원한다.


WABE 프로그램은 1990년대 초 정부가 연방지원금을 통해 훈련경비를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1990년 중반에 이르러서는 연방지원금을 주정부가 관리했다. 밀워키 기술대학은 기업을 상대로 직원 교육훈련 니즈를 파악해 이에 맞는 계획과 교과과정을 만들었다. 1991년 밀워키 기술대학은 데인 카운티 내 5개 제조업체의 기본교육을 주정부가 지원할 것을 요청했는데 이는 위스콘신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다수의 고용주가 함께 참여한 보조금 요청이었다.


이때 가장 큰 어려움은 주정부 보조금 담당자에게 파트너십을 통한 노동자 교육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득하는 일이었다. 특히 하나의 기업이 아닌 다수의 기업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트레이닝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업종의 특성에 따라 교육훈련의 필요성과 프로그램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밀워키 기술대학은 각각의 업종 종사자들과 함께 각 기업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기술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보조금을 통해 지원될 서비스의 대부분이 각각의 현장 특성에 맞게 지원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고안했다. 이를 위해 고용주 및 종사자들과의 미팅이 수시로 이뤄졌다.


그러나 다양한 고용주를 포괄하는 교육훈련 시스템의 마련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했다.
다수의 기업과 협력하려면 각 회사들을 대표하는 코디네이터들과 서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므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아주 기본적으로 각기 다른 회사에서 서로 다른 교대제로 일하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할 장소와 시간 선정에서부터 애를 먹었다. 또 회계 업무에 있어서도 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다수의 기업이 개입되어 있는 만큼 청구서 발급이나 결산을 위한 신고서를 제출할 때에도 필요한 데이터나 서류의 양 역시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제도의 도입은 훨씬 쉬워졌다. 밀워키 기술대학이 개발한 표준 청구서와 스케줄, 행정상 진행절차 간소화 등이 프로젝트 수행을 도왔다. 지금은 스텝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모니터링 시간도 예산에 포함되어 있다.


또 큰 프로젝트를 여러 갈래로 나누어 수행하는 데 따른 어려움도 있었다. 기업마다 교육훈련 요구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가지의 공동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모델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에 여러 회사들을 하나로 묶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다.


다수의 고용주가 참여하는 교육훈련 시스템이 안정화되면서 고용주들은 밀워키 기술대학을 통해 기본교육 서비스를 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업의 영세성 때문에 기본교육조차 받기 어려운 중소 영세 기업에게는 매우 중요한 점이다.


밀워키 기술대학의 다수고용자 기본교육 보조금 제도 시행 이후 이에 참여하는 기업수가 연간 11%에서 17%까지 상승하고 있다. 지금은 밀워키 기술대학의 기본교육 프로그램 중 25%가 이런 다수고용자 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모듈화된 교육훈련 프로그램


다른 교육기관과 마찬가지로 중남부 위스콘신의 기술대학들은 일반적으로 약 1시간 가량의 짧은 과정을 수개월에 걸쳐 진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강의 스케줄은 고용주들의 불만을 샀다.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이 일반적인 교육코스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교육훈련을 이수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JWF는 짧은 기간에 이수할 수 있는 ‘트레이닝 모듈’을 개발했다.


지역의 보건의료 업체가 현재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채혈사(phlebotomists)의 부족과 간호보조사의 교육훈련에 관한 것이다. JWF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은 이 두 문제가 채혈 트레이닝을 통해 동시에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채혈 트레이닝을 모듈화하고 이 프로그램에 간호보조사들을 동참시켜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기를 기회를 동시에 부여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처음으로 보건의료업에 종사하게 된 사람들에게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간호보조사들은 승진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 정식 간호사가 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많은 간호보조사들은 저임금 직업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보건의료업종의 회사들은 간호보조사들의 낮은 숙련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주들과 밀워키 기술대학의 교육담당자들은 협의를 거쳐 7~8주의 채혈사 트레이닝 코스를 만들었다. 이 코스는 48시간의 대학 수업과 48시간의 현장학습을 통해 이뤄졌다. 트레이닝이 끝난 후 훈련생들의 대상으로 취업여부와 훈련의 경험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가한 13명의 훈련생 중 적어도 7명 이상이 1년 내에 채혈사로 취직이 되었다. 


채혈사 트레이닝은 고용주와 노동자 모두에게 장·단기적인 혜택을 주었다. 교육훈련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서는 훈련생들은 공증된 채혈사가 되었으며 보다 나은 임금의 새로운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용주들이 겪었던 채혈사 부족현상을 완화시켜 주었다. 간호보조사들도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교육 주관 기관에도 이득이 있었다. 밀워키 기술대학은 다수의 기업들과 공동으로 계약함으로써 영세업체의 노동자들에게도 교육훈련을 제공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영세업자들은 독자적으로 트레이닝 계약을 하기 힘들다. 이 일로 인해서 밀워키 기술대학은 작은 업체들과도 더욱 강한 연대감을 형성하게 됐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마케팅을 선보일 수 있었다.  지역의 고용주들이 교육훈련 코스를 만드는 데 동참했기 때문에 대학은 지역 업체에 어떠한 종류의 직업훈련이 필요한가에 대해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노동시장 내부의 이동성을 높여라


위스콘신 지역의 실업률은 매우 낮은 편이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가정을 꾸리기에는 충분치 못한 ‘질이 낮은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또, 많은 직장인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 첫 입사 때의 직책에서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JWF의 핵심목표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나은 직장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데인 카운티 직업 센터의 주도로 1999년 1월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 실시된 ‘노동시장 이동성 높이기 프로젝트’ (The Upward Mobility Project, 이하 UMP)는 이러한 목표달성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프로그램은 최저임금을 받는 식품업계나 보건업계 종사자들 중 현재의 직장에서 좀 더 나은 직장으로 상승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다.


직업센터는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직업정보를 제공하고, 상담 및 교육훈련, 더 나은 일자리로의 취업알선 등을 담당했다.


이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데 사용된 중요한 도구 중 하나가 ‘미래의 일자리 프로젝트 매뉴얼 북’이다. 이 매뉴얼 북에는 미국 전역의 고임금 업계가 명시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구체적 회사들을 나열해 놓았다. 노동자들은 이 매뉴얼북을 통해 좀더 노동조건이 좋은 업종과 기업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 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 매뉴얼북에는 이들의 이해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 이런 기업에 실제로 종사하는 직원들의 프로필까지 담겨있다.


UMP는 데인 카운티의 노동자들에게 아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이 프로그램에 총 908명의 노동자들이 참여하여 631명이(69%)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또 이들 중 92명은 JWF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에 취직했다. UMP 참여 노동자들의 임금은 시간당 10.25 달러로 올랐는데 이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의 임금수준보다 20%나 오른 것이다. 더욱이 의료보험과 고용보험 등 각종 혜택을 받는 노동자들은 15%에서 51%로 증가했다.


UMP 프로그램은 데인 카운티의 직업 센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UMP 때문에 늘어난 업무를 감당하기 위해 3명의 정규직 직원을 채용했다. 직업 센터의 매니저들은 각 직업이 요구하는 숙련을 관찰하기 위해 직무를 분석하고 현장을 견학한다.


이를 통해 UMP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잘 유지하고 승진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자료를 제공한다. 직업센터의 매니저들은 현재의 좋은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복지서비스에 큰 중점을 두는데 탁아시설이나 통근지원, 동료 조언자와의 연결 등이 대표적 예다.


결과적으로 직업센터는 저임금 노동자들이 더 나은 일자리로 옮겨가도록 가교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역 고용주들을 돕는 새로운 조언자로 큰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