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버스를 연행하라!
경찰 버스를 연행하라!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6.24 0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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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버스와 전투 경찰의 도로점거로 도심권 교통정체 극심’
집회 시작도 전에 ‘불법 도로점거’ 예고하는 경찰…본인들이나 잘 하시길

▲ 종로경찰서는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민주노총의 불법 도로점거를 '예상'했습니다. 그 예상이 보기 좋게 적중했네요. 경찰의 선견지명에 박수를...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23일 오후, 오랜만에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가 종로 2가 보신각 앞에서 열렸습니다. 언론들은 대부분 이번 민주노총 집회의 내용(노동탄압 분쇄, 타임오프 분쇄, 최저임금 현실화)보다는 ‘시위꾼’ 민주노총의 도심 집회가 불법으로 변질될 경우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역시나 집회를 취재하기 위해 종로로 이동하는 도로는 꽉 막혀 있었습니다. 집회가 시작되는 시간인 오후 4시 경, 광화문 사거리에는 이미 종로경찰서장 명의의 교통 혼잡 안내 표지판이 세워졌습니다.

“민주노총 시위대의 불법 도로점거로 도심권 교통정체 극심. 정체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니, 벌써 도로를 점거했어? 늦었네’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래서 광화문에 내려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 도착하니 집회는 진행 중이었고 참가자들은 모두 보신각 앞 인도 안에 모여 있었습니다. 도로를 점거하고 있던 것은 오히려 경찰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낚시질을 당한 것입니다. 실제 종로거리의 교통정체를 유발한 것은 양방향 4차선에 일렬로 주차한 경찰버스들과 도로에 늘어선 전투경찰이 원인이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도심집회는 경찰의 불허 방침으로 많이 열리지도 않지만 실제 집회를 진행해도 도로 점거나 폭력 시위 양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매번 도심 집회는 서울 중심 도로를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도로 한 차선을 막아선 경찰버스들이 교통체증의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전투경찰들에게 무거운 방어장비를 들고 걸어다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오늘처럼 5천명(민주노총 집계)이 참가한 집회를 신고하며 참가 인원을 3백 명으로 제출한 민주노총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교통체증의 원인이 꼭 시위대 때문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봉재석기자 jsbong@laborplus.co.kr
하지만 교통체증이 온전히 시위대 때문이라는 경찰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경찰의 과잉 대응과 시민불편에 대한 무관심이란 생각이 듭니다. 종로 거리를 일렬로 늘어선 경찰버스만 다른 곳에 주차했다면 시민들의 불편이 조금은 나아지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찰은 어쩔 수 없다고 말씀하시겠지만 결국 시민들의 불편은 민주노총 등 집회 주최자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이 점을 노렸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공무’라는 이름으로 시민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은 시위대와 다르지 않습니다.

경찰 버스를 보며 한 시위대는 이렇게 외칩니다.

“도로를 불법 점거한 것은 우리들이 아니라 경찰 버스다. 이미 경고 방송을 3회 했으니 경찰버스를 전부 연행해야 한다.”

좀 더 생각있는 경찰이 되길 바랍니다.

정우성의 양자택이(兩者擇二) 하나의 정답은 없습니다.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