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타세요? 춘곤증은 바뀐 계절 알리는 몸의 신호
봄 타세요? 춘곤증은 바뀐 계절 알리는 몸의 신호
  • 서영민 한의학 박사
  • 승인 2005.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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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이요법과 가벼운 운동으로 건강한 봄을

서영민
동국대학교 분당 한방병원 소아과
올해는 겨울이 굉장히 길었던 것 같습니다. 때 아닌 3월 중순에 함박눈이 내리는가 하면 한파도 찾아왔지요. 그래도 이제는 날씨도 따뜻해지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얇아지는 것을 보면 봄이라는 실감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기다리던 봄이 왔는데 활기찬 기분은 고사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싫고, 왜 이리 잠을 자도 졸리고, 피로가 어깨 위를 짓누르며, 머리도 띵한 느낌까지 오는 것이 몸이 어디 안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사실 최근 이러저러한 이유로 받는 스트레스와 나이 탓도 있겠지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 중에서도 저와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아마도 봄을 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앗! 지금 내 증상이랑 비슷한데” 하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봄만 되면 비슷한 증상을 느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스트레스 많으면 춘곤증도 심해


봄철에 느낄 수 있는 이런 증상을 흔히 춘곤증이라고 하는데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상승하는 등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환경의 변화에 생체리듬이 따라가지 못하여 생기는 증상입니다.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이런저런 검사를 받아 봐도 특별하게 몸은 이상이 없는데 “온몸이 무기력하고 피곤해요” “몸이 무겁고 매사에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요” 또는 “불면증에 시달리며 심할 경우 두통이나 현기증이 나타나요”라고 호소를 하게 됩니다.


겨울 동안 운동량이 부족하거나 겨울에 피로가 누적된 사람일수록, 그 외에도 소화가 잘 안되거나 추위를 잘 타거나, 스트레스에 민감한 사람일수록 남들보다 춘곤증을 더 쉽게 느끼게 됩니다.


지금 반성을 해보면 저 같은 경우도 겨울에 별로 운동을 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고, 음주로 소화상태도 그다지 훌륭하지 않을 뿐더러 스트레스와 과로로 몸을 혹사시켰던 것들이 그 원인이었나 싶습니다.


사실 이런저런 검사를 해봐도 이상이 없기 때문에 딱히 질병이라 말하기는 그렇지만 본인은 몹시 힘들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에는 생활의 리듬을 크게 손상시키며 실제 다른 질환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치는 경우 계속되는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인삼+맥문동+오미자


한의학에서 봄은 몸 안의 모든 기능들이 활발하게 활동을 시작하는 계절이지만 몸 안의 기혈이 부족하면 이런 기능들을 잘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춘곤증을 심하게 느끼게 됩니다. 이런 춘곤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부족한 기를 보충하고 기의 소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흔히 보중익기탕이란 처방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막상 어려운 경제사정에 한의원을 찾아서 약 한재 먹기란 쉽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인삼, 맥문동, 오미자를 같은 비율로 차로 끓여서 수시로 먹으면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이 처방은 기혈과 진액을 보충하는데 흔히 사용되는 생맥산이란 처방으로 인삼과 맥문동은 먼저 끓이고 오미자는 다 끓기 바로 전에 넣어야 신맛이 너무 강하게 나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춘곤증을 이기는 여러 방법이 있는데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며 과음이나 지나친 흡연은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 20~30분간의 낮잠은 오전 동안의 피로를 회복시켜 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아침을 거르지 않도록 하며 점심식사는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하자


춘곤증을 해소시켜주는 식사법으로는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고, 보리, 콩, 계란, 시금치, 돼지고기, 깨소금, 붉은 팥, 강낭콩, 땅콩, 잡곡밥 등은 비타민B1이 풍부해서 좋으며, 과일, 야채, 냉이, 달래, 쑥갓, 미나리, 씀바귀 등은 비타민C가 풍부하여 춘곤증을 예방하는데 좋은 음식입니다. 그러나 매끼 챙겨 먹기도 힘든데 집에서 반찬투정을 할 수도 없고, 아내한테 이런 음식이 내 몸에 좋으니 이런 식으로 식단에 맞추어 달라고 하면 정말 간 큰 남자가 아닐 수 없습니다.때문에 만약 이런 음식들을 섭취하기가 힘들다면 비타민 음료를 이용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이러한 방법들이 듣기에는 쉬워 보여도 막상 따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노력하신다면 아마도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진정한 봄의 모습을 새롭게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