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평가가 공공기관 개혁의 걸림돌”
“경영평가가 공공기관 개혁의 걸림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07.0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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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집단, 현행 경영평가에 비판 일색
공공성 강화 위한 평가틀 구축해야

▲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열린 '올바른 공공부문 혁신을 위한 공공기관 대안평가 토론회'가 사회공공연구소(소장 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주관으로 열렸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정부의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본래의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공공기관 개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일 오전 여의도 CCMM빌딩 1층 회의실에서 열린 ‘올바른 공공부문 혁신을 위한 공공기관 대안평가 토론회’에서 시민단체와 학계의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오히려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공공연구소(소장 강수돌 고려대 교수)가 주관하고 민주노동당 이정희, 진보신당 조승수, 민주당 김성순, 박선숙, 최문순,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등 총 6개 의원실이 공동주최하는 ‘협동작업’으로 준비됐다.

전문가들이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 기관장평가의 목적 의문 ▲ 지나친 수익성 및 효율성 위주의 지표 ▲ 경영평가의 완성도 부족 ▲ 노사관계 악화 초래 ▲ 경영평가 성과급의 과도한 차등과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선숙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공공기관의 공공서비스가 실제로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가 온당히 이루어지는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도 “공기업, 공공기관은 경영평가란 말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라며 “현재 제기되고 있는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 정부의 획일적인 기준 등 문제시되는 많은 부분들이 시장만능주의에 기인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윤영삼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평가의 예비모델에 대해 후속작업과 과제를 의논해 보는 순서로 진행됐다.

정부의 편향된 노동정책 강요

참가자들은 현행 경영평가의 ‘기관장 평가’ 부문에 대해 “기관장 평가의 존재 목적이 의문스럽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발제를 맡은 박용석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정책위원은 “기관장 평가와 기관 평가의 지표가 상당부분 중복되는 내용”이라며 “기관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줄 정도로 불필요한 양의 평가 작업이라면 매년 난삽한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기관장 평가와 기관 평가가 불일치하는 사례를 들면서 “기관장이 미흡했는데 기관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뭔가 근본적인 평가제도의 문제점이 있는 것 아니냐”며 “기관장 평가의 세부평가내용을 살펴보면 노조활동 개입여부에 따라 실적점수가 매겨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진복지국가들이 추구하는 ‘모범적 사용자(model employer)' 개념을 정부가 도리어 위축시키는 꼴”이라며 “이는 정부가 자료를 만들어 경총이 활용하는 우스운 사례인 것이며 공공부문의 노사관계 악화는 결국 사회전반의 민주주의 후퇴와 노사관계 악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윤태범 공공기관정책연구센터 경영평가연구팀장은 “평가 항목이 유사하긴 하지만 평가 목적상 차이가 있다”며 “기관장 평가의 경우 기관 평가 항목을 실행에 옮기기 위한 기관장의 노력을 평가하는 의미를 갖는다”고 반론을 펼쳤다.

과도한 수익성·효율성 추구로 ‘공공성’ 약화

박 위원은 또한 “사회간접자본(SOC) 유형의 경우 수익성 확대가 마치 공기업의 존립목적인 양 요구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는데 이는 공공서비스 확대, 사회안전망 유지라는 공공기관의 기본적 가치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공기관 대안평가틀 예비모델에 대해서 발제한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기존의 경영평가는 효율성 부문에 100점을 부여하는 일원모델”이라며 “효율성과 공공성을 50:50으로 나눈 이원모델이면서 내부자가 아닌 외부의 시민들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의 자체 목적에 걸맞은 대안평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박주현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도 “공공성에 대한 평가는 공공기관의 존립과 관련된 것”이라고 반복하며 “개별 기관의 공공성 평가는 물론 ‘공공성’ 자체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철 서울대 한국행정연구소 연구원은 “공공기관 선진화 및 경영효율화 항목에 대한 신설은 연관성이 부족하므로 폐지가 옳다”며 “‘공공성’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보다는, 정부의 편향된 노동정책을 얼마나 강행했느냐가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라고 현행 경영평가를 비판했다.

새로운 평가틀 제시해야 

대안평가틀에 대해서 발제한 오 실장은 “이번 발제는 어디까지나 ‘예비모델’임을 염두해 달라”며 “모델의 시뮬레이션을 위해 공공성 평가와 관련된 지표를 설정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사회의 공공성과 관련한 광범위한 1차 자료가 필수”라고 밝혔다. 이 같은 자료는 국가적으로 장기간의 연구계획을 준비해 수행해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회를 맡은 윤 소장 역시 정리 발언에서 “아직 실효 단계로는 미흡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중요한 과제에 대한 좋은 연구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자평하며 “향후 법적, 제도적 과제들을 마련하는 과제와 이번 대안평가틀을 직접 공공기관 평가에 적용하는 후속작업에 대해서는 민간 연구기관만으로는 버거우니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를 보면 2009년 현재 공기업 24개, 준정부기관 80개를 비롯해 총 297개의 공공기관에서 24만 2,810명의 임직원이 시민들을 위한 공공서비스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단순히 인원만 놓고 보자면 2008년의 총 공무원 수인 96만 8,684명에 비해 1/4 수준이지만, 이 기관들은 610.9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져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쉽고 빠르게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존재 목적이자 목표라면 이를 위해 현행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고민과 대안 제시가 다시금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