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5.1% 인상 확정
내년 최저임금 5.1% 인상 확정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07.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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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급 4,320원, 주40시간 근무시 월 90만 2,880원
사용자위원, 표결 직전 전원 퇴장
▲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8차 전원회의가 문형남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사간 의견차로 논의 마감시한을 넘긴 채 마라톤협상을 거듭하던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1% 인상된 시간급 4,320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 위원장 문형남)는 2일 오후 8시경 논현동 최임위 회의실에서 제8차 전원회의를 열어 10시간에 걸친 협의 끝에 공익위원 조정안인 5.1% 인상안(시간급 4,320원, 주40시간 근무 월급 90만 2,880원)을 두고 표결처리해 찬성 16표, 반대 2표로 최종 확정했다.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각각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표결 직전 1% 인상안을 고수하던 사용자위원들이 전원 표결을 거부하고 퇴장해 18명으로 표결을 진행했다.

매년 반복되는 지루한 싸움, 공익위원 역할 중요해

당초 노동계는 26% 인상된 시간급 5,180원을 제안했고 경영계는 올해와 같은 액수인 4,110원으로 동결하자고 제안했다.

노동계는 26% 인상 제안 배경에 대해 올해 경제성장치를 감안해 볼 때 지난해 노동자 월평균 급여 216만 6,477원의 절반인 108만 3,239원 수준까지 최저임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급격한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반면 경영계는 소규모 영세 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부담이 크게 늘어나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역행할 것이라는 이유로 동결을 주장해왔다.

최저임금 심의 법정 의결시한이었던 지난 29일 제7차 전원회의까지만 해도 노동계는 18% 인상(4,850원)을, 경영계는 1% 인상(4,150원)을 주장한 채 노사가 한 치의 양보 없이 팽팽히 맞섰다.

2일 오후 8시 제8차 전원회의에서도 회의가 속개되자 노동계가 그동안 주장에서 한발 물러선 16.8% 인상안(4,800원)을 제시했음에도 경영계는 변화된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또다시 정회와 속개가 반복되는 가운데 3일 새벽 5시 경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1차 조정안인 4%(4,274원)~6.1%(4,360원) 인상안이 발표되면서 노사 간의 논의는 더욱 치열해졌다.

1차 공익안 발표 후 한시간 가량 정회하면서 노사 양측은 '작전타임'을 가졌으며, 새벽 6시 10분 경 공익위원들은 확정 조정안인 5.1% 인상(4,320원)을 제시하고 곧바로 표결에 부치길 요구했으나 공익위원들과의 '막후 조율'에서도 줄곧 5% 미만의 인상안을 고수해온 경영계는 표결 직전 9명의 사용자위원 전원이 자리를 퇴장했다.

이 와중에 감정이 격해진 노동계 위원들과 잠시 고성이 오가는 소란이 벌어졌지만, 바로 정리되고 표결에 들어가 찬성 16표, 반대 2표로 공익안은 가결됐다.

이로써 경영계의 경우 당초 목표했던 동결안까지는 아니더라도 노동계의 발목을 최대한 붙잡고 늘어지면서 두 자릿수 인상은 저지할 수 있었지만, 마지막 표결에 이르기까지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난이 예상된다.

반면 노동계는 전년 대비 2.35% 가량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데 성공했으나 애초에 기약한 인상수준에는 크게 못 미치는 정도에서 물러서야 하는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또한 공익위원들은 노사 간의 격차를 좁히는 데 매우 수동적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사용자위원인 황인철 경총 기획홍보본부장은 "예년에 비해 뭔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라며 "공익위원들이 양쪽을 분주히 오가며 중재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노사 양쪽이 참호에 틀어박혀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근로자위원인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역시 "축구로 비유하자면 공익위원은 심판과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번 월드컵에 오심이 난무하는 것처럼 이번 최임위에서는 공익위원들이 오심을 범하고 있다"며 "노동계가 수정안을 내놨음에도 경영계가 한 발자국도 물러서려는 의지가 없다면 공익위원 쪽에서 당연히 옐로카드를 꺼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2일 오후 8시에 시작해 하루를 넘겨 장장 10시간 가량 진행된 최임위 8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들이 표결을 앞두고 회의실 밖으로 퇴장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결국 29일 12시간, 2일 10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을 넘어서 '철인3종 경기' 수준의 지리한 협상을 계속해온 최임위는 노, 사, 공익 모두에게 '상처'만을 남겼다.

문형남 최임위원장은 조정안이 가결된 이후 장시간 협상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처럼 힘든 논의는 처음이었다"며 "경영계와 노동계 양쪽 다 입장이 너무 확고해 조율에 고충이 많았으며 중소기업 경영악화와 고용문제 등을 고려한 경영계의 입장이나 경제성장 지표를 고려한 노동계의 입장 모두 수긍할 여지가 있다"고 정리했다.

또한 근로자위원인 정의헌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이찬배 여성연맹위원장은 "애초의 목표보다 많이 못 미치는 결과를 얻게 되어 안타깝지만, 최저임금노동자들이 다만 한 달에 5만원 가량 월급을 더 받을 수 있도록, 뭔가 실질적인 결과를 위해서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고 평했다.

이번에 타결된 최저임금안은 8월 5일 이내에 노동부장관의 고시를 거쳐 결정되며, 내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효력이 발생한다. 최저임금 심의는 매년 3월 31일까지 노동부장관이 심의를 접수하여 4월 1일부터 6월 29일까지 임금수준전문위원회, 생계비전문위원회를 거쳐 전원회의를 통해 심의, 의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