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2년 연속 파워랭킹 1위
대통령이 2년 연속 파워랭킹 1위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0.07.0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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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약세 속 노동계 침체 반영
타임오프 논란 속 노동부 강세 확연
[창간특집Ⅰ] 노사관계 전문가 조사…① 누가 대한민국 노사관계를 움직이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2년 연속 노사관계 영향력 1위에 선정됐다.

 <참여와혁신>이 창간 6주년을 맞아 학계·재계·노동계의 노사관계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모두 69명으로부터 노사관계에 영향력이 가장 큰 인물로 꼽혔다. 학계(30명 중 22명), 재계(30명 중 15명), 한국노총(20명 중 15명), 민주노총(20명 중 17명)으로부터 모두 가장 높은 빈도수로 지목됐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영향력 1위에 오른 바 있다. 2005년부터 시작된 이 조사에서 대통령이 영향력 1위에 오른 것은 첫 조사 때의 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포함해 세 번째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민주노총이 영향력 1위로 조사된 바 있다. 2006, 2007년은 참여정부 4, 5년차로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이에 따른 조기 레임덕 때문으로 분석됐고, 2008년은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였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 정국이 지속되면서 대통령이 노사관계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사회 전 분야에 있어 거의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으로 볼 때 노사관계에 있어서도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것은 대통령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 2010년 노사관계 영향력 순위

한국노총 ‘제자리’ 민주노총 ‘뒷걸음’

▲ 연도별 노사관계 영향력 순위

민주노총은 지난해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민주노총을 지목한 전문가가 41명(학계 10, 재계 14, 한국노총 8, 민주노총 9)에 그쳤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71명으로부터 지목된 대통령과 거의 비슷한 68명으로부터 지목받은 바 있다. 1위에 오른 2006년부터 3년간 65명, 60명, 68명으로부터 지목된 것과 비교할 때 크게 줄어든 수치다.  

이런 조사 결과는 민주노총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민주노총 배제 전략을 채택하면서 존재감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반면 한국노총은 38명(학 11, 재 15, 한 10, 민 2)이 지목해 민주노총을 거의 턱 밑까지 따라잡은 3위를 기록했다. 2005년 15명(7위), 2006년 13명(9위), 2007년 15명(9위)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약진이다. 한국노총은 정책연대를 맺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9명의 지목을 받아 3위에 오른 이래 2009년 39명, 올해 38명의 선택을 받아 꾸준히 3위를 지키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민주노총과 거의 근접했다.

이러한 3자간의 역학구도 변화는 “‘잘못된 노사관계를 바로잡겠다’는 신념과 ‘노조에 대한 보수적인 관점’이 집약되어 정부정책이 이루어진다면, 한국노총은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란 이름으로, 경총은 ‘사용자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동참하는 구조인 반면 민주노총은 전략적 정책판단을 놓치면서 역할마저 놓치고 있다”는 한 학계 전문가의 평가 속에서 고스란히 담겨 있다.

노동부와 장관 모두 높은 순위

올해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노동부의 노사관계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부는 25명(학 8, 재 10, 한 2, 민 5)의 지목으로 4위에 올랐다. 2005년(6명, 10위), 2006년(15명, 8위)까지만 하더라도 영향력이 미미했던 노동부는 2007년 4위(21명)에 오르면서부터 영향력을 키워왔다. 이는 비정규직법, 복수노조·전임자 문제 등이 핵심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노동부의 역할이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뜻한다. 노동부를 꼽은 응답자들은 “타임오프 시행 관련 의제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석을 달았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임태희 노동부 장관을 16명(학 6, 재 6, 한 3, 민 1)이 지목해 5위에 올랐다. 2006년 조사에서 이상수 당시 장관이 3위(28명)에 오른 이후 가장 높은 순위다. 아무래도 관리형이거나 관료 출신보다 이른바 ‘실세 장관’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의 이유로 보인다. “기존의 장관과는 달리 정치적 비중이 높은 인사로 MB의 노동정책을 직접 관장”한다는 한국노총 응답자의 평가가 이런 시각을 반영한다.  

▲ 노사관계 영향력 조정 순위
경총은 15명(학 7, 재 6, 한 1, 민 1)이 지목해 6위에 랭크됐다. 해마다 엇비슷한 수준으로 노사관계 정책이 정부에 의해 주도되고, 현안에 있어서는 개별 대기업의 영향력이 더 큰 상황에서 역할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영향력 점점 커진다

지난해부터 주목되는 현상은 정부/청와대가 새롭게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올해는 12명(학 4, 재 3, 한 3, 민 2)이 지목해 7위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노동부보다 기재부의 노사관계 영향력이 더 커졌다”(학계)거나 “(청와대가) 노동정책을 통한 직접적인 개입으로 교섭환경에 결정적인 영향을 행사”(학계)한다는 평가는 정부/청와대가 독립적으로 순위에 오른 이유를 알 수 있게 한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도 12명(학 2, 재 3, 한 7)의 지목으로 공동 7위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노총 응답자가 다수라는 점이 눈에 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단 한 명만이 지목해 순위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는 2005년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2위(36명),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6위(19명)에 오른 이래 양대 노총 위원장이 꾸준히 20명 이상의 지목으로 상위권에 포진했던 참여정부 시절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후 2008년 조사부터는 양대 노총 위원장에 대한 지목 빈도가 크게 떨어졌다. 사람보다는 조직을 중심으로 한 관계 형성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9위와 10위는 언론(7명, 학 2, 재 2, 한 3)과 국회(4명, 학 2, 한 1, 민 1)였다. 매번 조사 때마다 20명 이상이 지목해 왔던 언론의 영향력이 확 줄어든 것이 이채롭다.

노동계 무기력 반영

기관·단체와 그 책임자, 유사 그룹을 묶은 조정순위에서는 정부 그룹의 영향력이 노동계 그룹의 영향력을 많이 앞섰다. 대통령과 청와대/정부는 81명, 노동부/장관은 41명으로 정부쪽은 모두 122번의 지목을 받은 반면, 한국노총/위원장은 50명, 민주노총/위원장(금속노조, 전교조,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포함)는 46명으로 노동계는 106번 지목됐다. 지난해에 정부 그룹 104, 노동계 그룹 115였던 것이 역전됐다. 노동계의 열세 내지 무기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어떻게 조사했나

<참여와혁신>이 2005년부터 창간 특집으로 해마다 진행하는 노사관계 전문가 조사는 모두 100명을 대상으로 한다. 100명은 노동계 40명(양대 노총 각 20명), 학계 및 전문가 30명, 재계 30명으로 구성된다. 노동계는 양대 노총 임원 및 본부장·실장급, 산별연맹 대표자, 주요 노조 임원 등이 대상이고, 재계는 주요 기업 인사·노무 담당 임원, 학계는 노사관계 연구자들이 참여한다. 해마다 실시되는 조사의 연속성과 응답의 일관성을 위해 해마다 같은 대상자를 참여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인사 이동·선거 등으로 인해 불가피한 경우 전년도와 같은 직책을 새롭게 맡은 사람을 위주로 선정한다. 이번 조사는 6월 한달 간 전화, 팩스, 이메일, 방문 등을 통해 진행됐다. 또한 설문에 응답한 100인의 전체 명단은 공개하되 개별 질문에 대한 개인의 응답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 조사 정우성·박석모·김관모·안형진·박종훈·배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