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인 자격수당 지급대상에 대한 일방적 변경의 정당성 여부
관행적인 자격수당 지급대상에 대한 일방적 변경의 정당성 여부
  • 참여와혁신
  • 승인 2010.07.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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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상 근거가 없어도 노동관행으로 굳어진 경우 규범력 인정
노조 혹은 전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얻어야
박재우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건설기계 제조업체인 A사는 그 동안 장기간에 걸쳐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상에 아무런 근거가 없음에도 관행적으로 특수용접기능사 등 직무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근로자에 대하여 매월 일정금액의 자격수당을 지급하여 왔다. 그런데 A사는 최근 경영사정이 악화되자 인건비 감축을 위하여 내부지침으로 종전과 달리 자격증 관련 업무에 실제로 종사하는 직원에 한하여만 자격수당을 지급하기로 하고 그 외의 경우에는 그 지급을 중단하기로 하였다. 이러한 A사의 자격수당 지급대상 축소 조치가 정당한지 여부

1. 본건의 쟁점

전체 또는 특정의 조건을 충족하는 근로자집단에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이나 법정수당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변경 절차 등을 거치지 않고 사용자가 그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한편 본건 자격수당을 종전과 달리 자격증 취득자 전부가 아니라 실제로 자격증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에 대하여만 지급하기로 변경한 A사 조치의 정당성 여부는 본건 자격수당 및 그 지급근거의 법적 성격 여하에 따라 달리 판단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본건 자격수당 및 그 지급근거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 살펴본 후 위와 같은 A사 조치의 정당성 인정 여부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2. 본건 자격수당 및 그 지급 근거의 법적 성격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은 본건 자격수당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지 않고 있는바, 본건 자격수당은 법정수당이 아니라 일종의 약정수당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제시된 사정에 의하면 본건 자격수당은 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 등 명문의 지급근거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수년 동안에 걸쳐 반복적으로 지급되어 왔으며, 자격증 소지자에 대하여는 관련 직무에의 종사 여부를 불문하고 일률적으로 지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정한 금액이 매월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정기적이고도 고정적으로 지급되었으므로, 본건 자격수당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됩니다.

그러므로 사용자는 일종의 약정수당으로서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에 해당하는 본건 자격수당의 지급 여부 및 지급 시기나 지급액 등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개별 근로계약으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특정의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이 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의하여 규율되지는 않았으나 사업장에서 사실상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ㆍ계속적으로 적용됨으로써 일정한 관행이 형성되었고, 동 관행이 기업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기업의 구성원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는 경우 이를 이른바 ‘노동관행’이라고 하여 그 대외적인 규범력이 인정되는바, 원칙적으로 사용자로서는 이러한 노동관행에 반하는 내용의 조치를 취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11695 판결 등 참조).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본건 자격수당은 장기간에 걸쳐 계속적으로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그 지급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사실상의 관행이 형성된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이에 관하여 근로관계 당사자 쌍방 간에 별다른 이의나 다툼이 제기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바, 그렇다면 본건 자격수당에 관하여는 노동관행이 형성되었고 그것이 자격수당의 지급근거에 해당한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됩니다.

3. 노동관행으로 인정되어 온 임금의 지급대상을 축소하기 위한 절차

일반적으로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사용자에 의하여 작성된 것으로서 사업장에서의 전체 근로자 내지 특정 근로자 집단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적용될 복무규율 및 근로조건에 관한 준칙의 내용을 정하여 놓은 것을 취업규칙이라고 합니다(대법원 1998. 11. 27. 선고 97누14132 판결 등).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특정의 근로조건과 관련하여 노동관행이 인정되는 경우 사용자는 이를 준수할 의무를 지며, 만약 그 내용을 변경하기 위하여서는 근로기준법 제94조 소정의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입장에 따른다면 종전의 노동관행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의, 그러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의 의견을 들어야 하며, 만약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그 동의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비록 본건 자격수당의 지급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 명문의 근거규정 없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앞서 기재한 바와 같이 본건 자격수당에 관한 일련의 사항(즉 지급대상, 시기, 금액 등)에 대하여는 노동관행이 형성되었다고 평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A사가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임의로 본건 자격수당의 지급을 중단하거나 기존의 노동관행보다 불이익한 내용으로 변경하는 경우 그 효력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4. 본건에 관한 구체적인 검토

위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본건 자격수당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노동관행이 형성된 것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그 지급대상을 축소하기 위해서는 노동관행의 변경절차 즉 근로기준법 제94조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사료되는데, 제시된 사정에 의하면 A사는 내부지침의 형식으로 자격수당 지급대상을 축소하는 조치를 단행하였습니다.

동 내부지침에 의한 A사의 일방적인 본건 자격수당 지급대상자 축소 조치는 위와 같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임이 명백하다고 할 것인바, 그렇다면 동 조치는 그것이 사회통념상의 합리성이 인정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따라서 A사로서는 취업규칙 변경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당해 노동관행을 변경하지 않는 이상 직무 관련 자격증 취득자 전원에게 계속 본건 자격수당을 지급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