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흐르는 청계천, 한숨과 눈물도 함께 흐른다
다시 흐르는 청계천, 한숨과 눈물도 함께 흐른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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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새 물길이 열린다. 이명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청계천 복원공사가 이제 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2003년 7월 1일 첫 삽을 뜬 이후 27개월에 걸친 대공사를 마치고 마침내 10월 1일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를 통해 개통된다. 청계천 개통을 알리는 홍보물들이 서울 시내 곳곳을 수놓고 있다. 그리고 각종 언론 매체들은 앞 다투어 청계천 개통과 앞으로 펼쳐질 미래를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청계천의 모습이 복원된 시원한 물줄기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 속에서 살아왔던,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한숨과 눈물도 함께 담고 있다. 그들의 어제와 오늘을 살펴보고자 한다.


“땅 가진 사람이야 땅값 올라 좋겠지”

청계천을 찾은 9월 26일, 청계천은 새물맞이 행사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청계천변에 조성된 보행자 도로를 따라 동대문운동장에서 광화문빌딩 앞까지 움직이면서 사람들을 만나봤다. 청계천 양쪽에 개설된 편도 2차선의 차도는 지나는 차량들이 길게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고, 상가 앞 인도를 지나는 오토바이는 얼핏 보기에도 위험천만이다.

청계5가에서 지갑, 벨트 등 가죽제품을 판매하는 조그만 가게로 들어섰다. 4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벽면을 따라 천장까지 가죽제품들이 쌓여 있는데, 청계천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40대 중반의 김모씨(한사코 본명 밝히기를 꺼린다)는 말도 꺼내지 말라며 손사래를 친다.

말문이 열리기를 한참 기다리자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낸 그는 “공사 하면서 실제로 좋아진 것은 공기가 좀 맑아진 것밖에 없다”며 “지금 언론들이 청계천 이야기하는 것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서울시가 주는 것만 베끼고 있을 뿐”이라고 단정한다. 좁은 인도에 주차된 차량들까지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 없게 만들어 놨는데 무슨 장사가 되겠냐고 오히려 반문이다.

개발하는 것이 주변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단다. 그래도 땅값이 좀 오르지 않겠냐는 질문에 “그거야 땅 주인들 이야기고, 우리 같은 세입자한테는 오히려 세만 늘어날 뿐”이라며, “청계천 복원해서 주변 상인들한테 돌아오는 혜택은 마이너스”라고 못 박는다.

그는 청계천 복원에 대해서 지금 당장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그야말로 한 개인을 띄우기 위한 것밖에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0년, 20년 흘러가 봐야 지금 복원 공사에 대해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데, 벌써부터 찬사만 늘어놓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독설을 쏟아냈다.

“언론이 뭐하는 거요? 옛말에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고 했는데, 자꾸 돌다리니까 걱정 없다고만 하지 말고 정말 튼튼한 돌다린지 아닌지 언론이 밝혀줘야 하는 거 아니요? 요즘은 신문이나 방송이나 입에 발린 말만 하고, 비판은 하나도 없어.”

청계천에서 쫓겨난 노점상들

청계천을 따라 걷다가 동대문운동장에 밀집한 노점들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복원 공사를 시작할 즈음에 청계천 주변의 노점들을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주시켰기 때문이다. 리어카에 옷들을 가득 싣고 있는 노점상에게 청계천 얘기를 묻자 말없이 주차장을 가리킨다. 옆에 있던 다른 노점상이 청계천에서 이주해온 노점들은 주차장 안쪽에 모여 있다고 설명한다.

주차장 안쪽으로 들어서니 바깥과는 아주 딴판이다. 오가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적고, 노점 천장으로 설치된 천막 때문인지 가을인데도 한 여름을 떠올릴 정도로 후텁지근하다. 좌판을 펴고 있는 노점들 사이로 이리저리 걷다가 휴대용 가스 토치를 판매하는 노점에 들어섰다.

올해 41세라는 문모씨가 반갑게 맞았다가 취재차 왔다고 하니 금세 목소리가 낮아진다. 문씨는 작년 1월에 이쪽으로 옮겨 노점을 폈단다. 문씨는 그동안 쌓인 게 많았던지 묻지 않아도 이런저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처음 이주 당시 서울시가 비용을 대고 비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천막도 설치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데, 이주비용은커녕 천막 설치도 노점상들이 돈을 모아 직접 했다며 서울시에 대한 불만부터 쏟아 놓는다.

게다가 지금은 동대문운동장이 청계천 복원과 맞물려 관광특구로 지정되고, 어느 매체에선가 조감도까지 봤다며 1000명 남짓한 노점상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쉰다. 내년에 관광특구 공사를 시작한다는 말도 있는데 서울시는 이주대책도 마련해 주지 않고 있다는 것.

“청계천에서 밀려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또 쫓겨나면 처자식은 어떻게 먹여 살리라는 겁니까? 막말로 도둑질을 할 수도 없고…….”
문씨의 말끝이 흐려진다. 이것저것 규제하는 것은 많은데 노점상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천막 설치할 때도 밖에서 보인다며 높이를 규제해서 지금처럼 답답하게 설치됐다고 하소연한다.

“노점 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이주한 후에 장사는 잘 되느냐고 물었더니 긴 한숨과 함께 대답한다.
“여기 1000명쯤 되는 노점상들 중에 700명은 개시도 못하고 들어간다. 나머지 300명도 하루에 3~4만원 팔면 다행이다. 나도 오늘 아직 개시를 못 했다.”
청계천에 있을 때는 그래도 오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대로 장사가 됐는데 동대문운동장으로 이주한 후에는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아니면 손님이 없단다. 오가는 손님들도 모두 주차장 밖에 있는 노점에서 물건을 사지 안쪽까지 들어오지는 않는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청계천에 있는 주차구역을 노점상들에게 허가해 주면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고, 그러면 가게나 노점이나 서로 좋은 것 아니냐”며 “당국에서 세금을 받더라도 장사만 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친다.

“노점 하는 것이 죄는 아니잖아요. 직장 못 들어가고 돈도 없는 사람들이 살아보겠다고 하는데, 보기가 좀 안 좋다고 ‘죽어라, 죽어라’만 하면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부디 언론에서 우리들 사는 모습도 좀 실어줬으면 좋겠어요. 청계천 복원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이 우선이잖아요.”

문씨의 말을 뒤로 하고 돌아서는데, 문씨 옆에서 좌판을 펼치고 있던 동료 노점상이 한 마디 던진다. “그래도 취재 해갔으니까 기사 나오면 취재비라도 나오지 않겠어? 취재비 받으면 술이나 한 잔 사.”

사람이 우선

‘전국노점상연합’ 사무실에서 만난 김흥현 공동의장은 청계천 복원 사업에 대해 “한 마디로 대국민 사기극이며, 자본의 이윤 추구를 위한 콘크리트 어항을 만드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단정 짓는다. “이 시장이 대선으로 가기 위한 정치쇼일 뿐”이라는 것이다.

“청계천 복원의 대의에는 적극 찬성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청계천 복원은 문화적·친환경적 복원이 아닙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부터 복원에 반대했던 것입니다. 사람이 우선인데, 사람은 쫓겨나고 돈을 위한 복원이 되었다는 거지요.”

자못 격앙된 목소리로 서울시를 성토하는 김 의장은 “정말 청계천을 복원하려면 지천부터 복원해야 해요. 일본에서는 1.5㎞ 하천을 복원하는데 15년 걸렸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런데 청계천은 이명박 시장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불과 2년 만에 공사가 완료됐지요. 그러면서 주변에 살던 사람은 모두 쫓겨나고 일부 가진 사람들만을 위한 복원이 되고 만 것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람들의 지적처럼 청계천 복원은 지금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흐른 다음 훌륭한 휴식공간의 탄생인지, 거대한 환경의 재앙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생태계의 복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속에 ‘사람’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청계천 새물맞이 행사를 앞둔 지금, 청계천과 함께 청계천 사람들의 눈물과 한숨이 흐른다.

 

 

청계천 돌아보기_ 분수대 너머 개울이 흐른다

어쨌거나 청계천은 시민들의 공간이 되었다. 공사가 완료된 이상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과 함께 찾아볼 만한 청계천의 볼거리를 소개한다.


 ● 청계광장

청계천 시점부인 태평로 입구에 있다. 총 2100여 평 규모로 광장과 분수, 탐방로 등을 갖추고 있다. 진입 계단을 따라 들어가면 만남과 화합을 상징하는 8도석과 청계천을 600분의 1로 축소해 놓은 미니어처를 구경할 수 있다. 또한 프로그램에 따라 분수 높이가 달라지는 프로그램 분수도 볼 수 있다.


 ●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

광교를 조금만 지나면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를 만날 수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도자벽화로, 길이 192m, 높이 2.4m의 작품이 장통교를 중심으로 옹벽에 설치됐다. 반차도는 정조대왕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환갑을 위해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화성(수원)을 다녀온 후 그 의전행렬을 기록한 것이다.


 ● 청계 빨래터와 소망의 벽
다산교와 영도교 사이에는 빨래터가 있다. 옛 빨래터를 복원해 놓은 것. 또 영도교와 황학교를 지나면 소망의 벽이 나타난다. 소망의 벽에는 시민들이 각자의 소망을 담아 그린 2만여 장의 타일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황학교와 비우당교 사이 좌우 50m 구간에 높이 2.2m로 설치돼 있다.


 ● 황학리듬벽천과 비우당터널분수
황학 리듬벽천은 황학교와 비우당교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석축 위에서 물이 넘쳐 벽을 타고 흐르는 형태로, 물고기가 청계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비우당 터널분수는 5m 높이의 석축 위에서 물을 분사하고 이렇게 분사된 물은 청계천변에 조성된 산책로 위를 넘어 포물선을 그리면서 청계천으로 떨어지도록 설계됐다. 폭이 50m인 비우당 터널분수는 총 42개의 노즐이 설치돼 있으며, 물줄기의 분사 거리는 16m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