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은 ‘실천’이 만들었다
명장은 ‘실천’이 만들었다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7.0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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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여섯 명의 명장과 마흔 여섯 개의 성공 스토리
즐기고, 방법을 찾고, 공부해라
[명장열전] 복습시간
▲ 현대중공업 해양선행조립부 이주형 기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서점에 넘쳐나는 자기개발서들은 현대인들의 성공에 대한 갈망을 드러낸다. 그런데 자기개발서들의 넘쳐나는 충고에도 실제 성공스토리는 그리 많지 않다. 왜 그럴까?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으레 아시겠지만 결국 꾸준한 실천이 뒷받침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프로’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 속에서조차 자기를 갈고 닦아 발전시켜 프로의 경지, 다시 말해 정점에 이른 이들을 우리는 ‘명장’이라 부르며 존경해 마지않는다. <참여와혁신>은 6년 동안 마흔 여섯 명의 명장들을 만나 그들의 성공 신화를 조명했다. 때론 처절하고, 때론 환희에 넘치는 그들의 성공스토리 속엔 공통점이 있었다.

즐겨라!

그동안 <참여와혁신>이 만난 명장들은 그들의 성격이 어떻든지, 그들의 삶이 어떻든지 한결같이 자신의 일을 소개할 때면 목소리엔 자부심이 가득하고 활기가 넘쳤다. 자기 일을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증거리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수십 년간 계속 할 수는 있어도 그 일에서 최고가 될 수는 없다고 한다. 그들이 명장이 됐다는 결과는 이미 그들이 자신의 일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물론 일이라는 것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다.

이제까지 인터뷰했던 명장들의 대부분은 가장 힘들고 어려운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이들이었다. 개중에는 선배들이 제대로 일을 가르쳐주지 않거나 방법을 몰라서 단순한 작업조차 몇 달, 몇 년을 고민해가면서 익혀야 했던 명장들도 많다. 그럼에도 그들이 일을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도 그 일이 즐겁고 좋았기 때문이다.

▲ 굴삭기 데몬스트레이터 이정달 볼보건설기계 직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스포츠댄스웨어로 패션명장에 오른 장일남패션의 장일남 대표(참여와혁신 64호 참조)는 “옷 만드는 일이 즐겁다. 자기가 만족해야 하루하루가 즐겁고 세월이 흐르면서 내 꿈이, 내 이상이 커가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굴삭기 시연을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국내 최초 굴삭기 데몬스트레이터 이정달 볼보건설기계 직장(참여와혁신 45호 참조)도 굴삭기를 다루는 자기 일에 대해 “멋진 기계를 연주한다”고 비유할 만큼 애정이 깊었다. 이정달 직장은 “군대에서 처음 굴삭기 운전을 배웠을 때 그 큰 기계를 움직여 돌을 움직이는 일에 대한 성취감과 매력에 빠져서 몰래 운전을 해보고는 했다”며 “맛있는 음식이 포장되어 있으면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것처럼 즐거움이 가미되면 그 장점을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삐딱한 독자들께서는 ‘누군 일을 즐기고 싶지 않나?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지 못하니까 그렇지’라고 딴지를 걸 수도 있다. 이러한 독자들을 위해 명장들은 이미 한마디 던져놓으셨다.

“일단 부딪쳐 보고 도전해보라”

지금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꿈과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목표라도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습관이고 연습이 되면 어떤 일을 하든지 동기부여를 쉽게 할 수 있다. 즐거움이 있다면 그 일은 곧 내 삶이 된다는 것을 명장들은 보여줬다. 반면 즐겁지 않은데 억지로 해야 한다면 그것은 내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나를 부리는 것이지 않을까.

▲ 패션명장 장일남패션의 장일남 대표 ⓒ 참여와혁신 포토DB

노력은 기본, 너만의 방법을 찾아라!

일을 즐기는 것이 쉬워? 아니, 그렇지 않다. 즐기기 위해서는 일을 제대로 익혀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회사든 일의 진행과정을 설명한 매뉴얼이 있다. 그런데 어디 현실이 매뉴얼처럼 된 적 있나?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경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할 수도 있겠지만, 노력은 기본이고 나만의 방법을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명장들은 말한다.

화과자 명장인 박찬회 명장(참여와혁신 50호 참조)은 처음 제과점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기술을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 유일한 방법은 선배들을 통해 알음알음 기술을 전수받는 것인데 그나마 새벽 4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어지는 업무 때문에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박 대표는 남들이 잠든 시간에 몰래 일어나서 기술을 연습했다.

그렇게 10년을 배우고 익히면서 점차 새로운 것들을 보는 눈이 생겼고, 화과자 명장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자기가 노력할 시간을 만드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왜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직원들한테 권했는지 이해가 된다. 주인공 쇼타의 눈물겨운 연습기가 바로 명장들의 연습기와 닮아있다.

다른 하나는 노력해야 할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나누어서 끈질기게 이어가는 것이다. 기계가공분야 명장인 김기현 두산중공업 명장(참여와혁신 53호 참조)은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면서 체계적인 노력으로 명장 반열에 올랐다. 과정에서의 어려움은 다른 사람과 똑같다. 공업단지가 들어서고 회사 간판이 바뀌는 등 작업 환경의 변화를 겪었고, 기술을 잘 가르쳐 주지 않는 선배들의 텃새로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항상 펜과 노트를 들고 다니면서 자기 작업 환경을 정리하고 새로운 환경을 스스로 창조하기 위해 고민했다. 30년 동안 정리한 내용만 A4용지 3천 장이 넘는다는 대목만 봐도 그가 얼마나 끈질기고 체계적으로 노력해왔는지 알 수 있다.

▲ 시계수리 명장 남재원 골드 & 해시계 대표 ⓒ 참여와혁신 포토DB

시계수리 명장인 남재원 골드 & 해시계 대표도 1969년에 시골에서 상경해 최첨단 시계들을 다루게 되었을 때 복잡하고 생소한 기능 때문에 크게 애를 먹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시계마다 닥치는 대로 분해ㆍ조립을 여러 번 반복했다. 특히 각 부품들을 다양한 각도로 찍어서 그 기능과 위치 등을 연구하면서 모두 기억할 수 있을 때까지 점검했다.

중요한 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끈기다. 자기 패턴을 알고 능동적으로 자신의 일을 찾아가는 것이 노력의 기본이라고 명장들은 강조한다.

항상 공부해라!

어제 배운 기술로 오늘을 살아가려 한다면 ‘명장’에 오를 수 없다. 이제까지 취재했던 명장들의 대부분은 명장의 반열에 오른 이후에도 끊임없이 자기 공부에 열중했다. 이는 기존의 기술을 보완하는 역할도 하지만 새로운 영역을 창조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석공예 명장 백남정 미술석재 대표(참여와혁신 67호 참조)는 일하는 시간 외에도 석공예를 배우거나 건축술과 관련된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좀 더 석공술에 대한 전문적인 영역을 넓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백남정 대표는 다른 지방이나 외국을 여행할 때도 특이하거나 좋은 돌이 있는지 항상 살펴보고 그것을 가져와서 어떻게 쪼고 다듬을지 고민한다. 예전에는 돈벌이에 급급해 밀려두는 주문을 메우는데 신경 쓰기 바빴지만 석공예도 집중하면서 다양한 분야로 그 발을 넓히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 떡명장 박경애 '담다헌' 명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올해 초 떡 체험교육관 ‘담다헌’을 개원한 떡명장 김명애 원장(참여와혁신 68호 참조)은 한식자격증은 물론 제병관리사 및 각종 요리자격증을 취득하는 한편 대학교 호텔요리학과에서 전문적인 지식도 습득하고 있다. 김명애 원장은 “음식을 모두 만들 줄 알기 때문에 굳이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창업준비생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떡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자격증 같은 공인된 문서가 큰 도움이 된다”며 “전문가로서의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교를 졸업했다고 공부가 끝난 것은 아니다. 인생은 학습의 연속이다. 그래야 현실을 지배할 수 있고 최고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명장들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명장열전’에서 독자들은 한 사람의 성공스토리가 담고 있는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고 있다. 그 현장은 자신과의 끝임 없는 싸움이며 습관화 과정이다.

명장들은 항상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다른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앞에 소개한 것처럼 누군가를 가르치고 후학을 기르기 위해 자신 또한 교육을 받기도 하고, 아무런 연고지도 없는 외국으로 나가 자신의 일을 확장할 계획을 지닌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내일은 더 나은 내일이며 그러기 위해 오늘 실천할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 석공예 명장 백남정 미술석재 대표 ⓒ 참여와혁신 포토DB

‘명장열전’을 복습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옆에서 사진기를 만지고 있는 사진기자도, 저기 앉아 있는 <참여와혁신> 사장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도 성공스토리에 담겨있는 뜻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 또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고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는 일을 즐기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고, 공부하는 습관, 즉 실천이 필요하다. 명장들이 보여준 것은 결국 이 모든 것의 ‘실천’이다. “일단 부딪혀 보고 도전하라”는 말은 바로 그런 의미인 것이다.

<참여와혁신>은 앞으로도 이 시대에 실천하는 명장을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할 것이다. 그리고 <참여와혁신> 또한 실천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독자들에게 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