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아닌가벼'
'여기가 아닌가벼'
  • 봉재석 기자
  • 승인 2010.07.0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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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재석 jsbong@laborplus.co.kr
참 오래간만이었습니다. 지난 6월 23일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열린 민주노총 도심 집회는 매번 여의도 광장이나 서울역 광장이라는 제한된 범위에서 열린 집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종로 바닥에서 민주노총 단독으로 열린 대규모 집회로는 MB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 아닌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상당히 상기돼 있었고, 반대로 경찰들은 집회 장소 주변을 경계하는 등 상당히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집회가 끝나고 거리 행진이 시작되자 집회 참가자와 경찰의 술래잡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이어서일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주최 측도 그렇고 경찰 측도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주최 측은 가는 길마다 죄다 막히니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몰라 하고, 경찰 측은 사람들이 어디서 어떻게 움직일지를 몰라 무조건 따라가 막고, 그러다 결국 나중엔 아무런 목적지도 없이 그저 누구하나가 뛰면 조합원이건 경찰이건 기자건 누구랄 것 없이 맨 앞 사람을 따라 뛰어다니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 지리도 모른 채 그렇게 서울 한복판을 표류했습니다. 이렇게 몇 시간을 표류하다 하나 둘 흩어지며 결국 집회는 생각보다 싱겁게(?) 마무리됐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며 집회를 다시 살펴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뜨거운 여름날, 이들은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얻기 위해 같은 곳을 뱅뱅 돌며 뛰어다녔는지 말입니다. 민주노총과 조합원들에게 묻습니다. 처음 집회를 준비할 때 계획했던 목적은 달성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