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씁쓸한’ 뒷모습
그들의 ‘씁쓸한’ 뒷모습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07.0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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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지난 7월 2일, 초짜 기자인 저는 논현동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열대기후처럼 몹시 습하고 무더운 데다가 새벽까지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 아주 불쾌한 날씨였습니다. 게다가 모기는 어찌나 기승인지 앉아서 깜빡 졸기도 어렵더군요.

정회와 속개가 반복되는 지루한 공방 중에 회의실인 5층을 오르내리며 혹여 상황 변화의 실마리라도 주워듣지나 않을까 귀를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5.1%, 4,320원 인상’이라는 공익위원 최종안이 발표되고 표결에 들어가기 직전 사용자위원들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액수’라며 전원 퇴장했습니다. 기자들은 회의 도중 들어갈 수 없기에 문 밖에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저는 회의장을 떠나는 사용자위원들의 뒷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습니다.

어느 한쪽 편을 드는 취재를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파이를 키우는 일보다 좀 공평하게 파이를 다시 나누는 일이 우리 사회에 시급하다고 느낍니다. 좀 나눠 먹는 게 우리네 좋은 미덕 아니었습니까? 하지만 경영인들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은 참 완고했습니다.

한편으론 맞는 얘기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계산을 해봐도, 최저임금을 받는 직원 천 명에게 50원씩 시급을 올려주려면 한 달에 천만 원이 넘는 인건비가 더 들어갑니다. 영세한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경영이 어려워지는 일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반면 올해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호전되고 있다는 점도 맞는 얘기입니다. 때문에 생긴 이득이 주로 대기업들 위주로 분배된다는 것도 익히 알려진 얘기입니다. ‘대기업의 몫을 중소기업들에게, 중소기업은 다시 저임금노동자들에게, 파이를 조금씩 나눠주면 안될까’라고 생각하는 것은 한참 순진한 생각일까요?

너무 순진한 눈으로 봐서 그런지 새벽 그들의 뒷모습은 어쩐지 참 씁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