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구조개편 토론회, 끝내 무산
전력산업구조개편 토론회, 끝내 무산
  • 안형진 기자
  • 승인 2010.07.0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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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ㆍ한수원 통합, 판매 부문 경쟁 도입 등이 핵심 내용
한수원 이전 예정지인 경주시 극렬 반발

 

▲ 경주시의회 의원들과 경주시민들이 KDI 연구결과 발표 및 토론회장을 점거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안형진 기자 hjahn@laborplus.co.kr

한국전력(이하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통합하는 방향의 전력산업구조개편 연구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개발원(KDI) 주최의 ‘바람직한 전력산업구조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일부 참가자들의 단상 점거로 끝내 무산됐다.

KDI는 9일 오후 양재동 서울농수산물유통공사 5층 대회의실에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주제로 지난해 11월부터 진행했던 연구용역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 결과에 불만을 품은 경주시 관계자들이 단상을 점거하고 한전과 한수원 통합 반대를 주장해 토론회가 파행을 겪었다.

KDI 연구용역 결과, 어떤 내용이 길래…

KDI가 발표한 연구결과는 ‘전력산업의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발전부문의 경쟁은 더욱 확대하고 판매부문도 경쟁 도입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KDI는 ▲ 발전경쟁체제를 유지하고 화력발전5개사의 독립성·경영자율성 강화 ▲ 산업용·일반용·교육용에 대한 판매경쟁 도입 ▲ 원전 수출역량 강화를 위해 한전과 한수원 통합 등의 정책을 내놨다.

이는 현재 한전자회사로 분리돼 있는 발전자회사의 수직통합을 주장하던 한국전력과 전력산업노동계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됐다.

또한 한전과 한수원이 통합될 경우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일명 방폐장)을 유치해 한수원 이전이 확정됐던 경주시는 이번 연구용역 결과보고에 대해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경주시는 지난 2005년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시에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을 건설하는 대신 2014년까지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전해 오는 안건을 받아들여 2007년 원전수거물관리시설은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KDI의 연구용역결과대로 한전과 한수원이 통합된다면 한수원의 이전 계획은 무산된 채 원전수거물관리시설만 경주시에 건설되는 결과가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토론회장을 찾은 경주시의회 의원 21명과 200여 명의 경주 시민들은 한전과 한수원의 통합을 반대하며 10여 분간 토론회장을 점거해 토론회를 무산시켰다.

전력산업 노동계, “엉터리 연구다”

전력노조는 이 같은 발표 내용에 즉각 성명을 내고 “한전분할 연구용역결과는 지경부 입맛에 맞춘 엉터리 연구”라며 KDI를 맹비난하고 나섰다.

이어 “2004년 노사정위원회는 배전분할과 같은 소매부문의 경쟁체제 도입이 실익이 없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중단시켰다”며 “오늘 발표된 연구용역결과는 전력산업발전을 위한 핵심적인 전제조건인 전력산업 재통합 논의는 제외된 반면 오히려 소매경쟁도입과 한전의 판매부문 분리라는 엉뚱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위원장 박종옥, 이하 발전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KDI가 설정했던 연구 방향은 전력공급의 안정성, 효율성, 친환경성, 성장성 이었는데, 이 연구방향대로라면 발전산업 분할정책은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며 “이런 모순된 결과를 발표하게 된 배경에 재벌과 지경부의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공재인 전력산업을 일부 대기업에게 몰아주기 위한 포석을 놓은 것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정부가 신성장동력으로 설정해 추진 중인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사업과 관련해 일부 전력시장개방론을 펼치는 학자들은 ‘스마트그리드 사업 성공을 위해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확보돼야 하며 현재의 체제로는 비시장적 요소가 많아 소매시장도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KDI의 연구 결과 역시 산업용·일반용·교육용에 대한 판매경쟁 도입을 명시하고 있어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이날 지식경제부 최경환 장관은 과천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적으로 전력산업을 독점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은 KDI 연구 결과와 맞물려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