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협해지를 해지한다
단협해지를 해지한다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7.15 19:45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희덕 의원, 노조법 개정안 발의
단협해지 요건 강화로 남용방지

 

▲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2조 개정안 발의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왼쪽에서 두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노조법에 규정된 단협해지 조항에 대한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단협의 일방 해지로 노사관계의 파행을 겪는 사례가 줄어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15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협약 해지 요건을 신설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제32조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사용자들이 단협해지 조항을 악용해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특히 정부가 주도해 공공부문의 단체협약을 해지시키고 있으며, 정부정책으로 노동조합을 통제하려 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제32조 제3항은 “단체협약에 그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에도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아니한 때에는 새로운 단체협약이 체결될 때까지 종전 단체협약의 효력을 존속시킨다는 취지의 별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에 따르되,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월전까지 상대방에게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운수노조 철도본부의 파업이나 공공노조 노동연구원지부의 파업은 단협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후, 사용자가 단협을 갱신 체결하는 대신 해지를 통보함으로써 발생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도환 공공운수노조(준) 위원장과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이들 사례 외에도 가스공사지부, 발전노조, DKC지회, 진방스틸지회 등에서 사용자에 의해 단협이 일방 해지됐다고 밝혔다.

김도환 위원장은 “단협해지 통보 후 6개월이 경과해 무단협 상태가 된 사업장에서는 전화선을 차단하고 노조사무실에 대해 단전·단수 조치가 취해지기도 한다”고 밝혔다. 박유기 위원장도 “단협해지 사업장에서는 노조사무실을 폐쇄하거나 단협에 규정된 노조전임자의 현장복귀 명령이 내려지기도 하지만 노조에게는 마땅한 방어수단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홍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노조법 제32조 제3항의 단서조항을 삭제하고, 제4항과 제5항을 신설해 단협해지를 제한하고 있다.

제4항은 “당사자 일방은 해지하고자 하는 날의 6개월 전까지 상대방에게 사유를 기재하여 통고함으로써 종전의 단체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해 단협해지 자체는 인정하고 있다. 다만 ‘단체교섭을 일방이 거부하거나 게을리 하는 경우’ ‘단체교섭이 진행 중인 경우’에는 단협을 해지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단협해지가 교섭회피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제5항은 제4항의 규정에 따라 단협이 해지되더라도 새로운 단협의 체결을 위해 노동조합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종전 단협의 효력이 유지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홍희덕 의원이 대표발의한 노조법 제32조 개정안에는 민주당 김재윤, 추미애, 박주선, 이미경, 강기정, 박선숙, 홍영표 의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곽정숙, 이정희, 강기갑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이 공동발의자로 서명했다.

이번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개정안 통과까지는 상임위원회와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단협이 해지된 사업장에서 당장 효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민주노총 관계자는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향후 단협해지를 시도하려는 사용자들에 대한 견제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단협해지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 발의로 단협해지로 인한 노사관계의 파행이 줄어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