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인물 - 이경재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정책인물 - 이경재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 승인 2004.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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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경제를,재계는 노동자를 생각하자

현행 노동법 개정 필요성 공감

17대 국회가 새로 개원하고, 어느 때보다 많은 노동관련 인사들이 원내에 진출하면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활동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참여와 혁신>에서는 환노위원장을 맡은 이경재 의원(한나라당, 인천 서·강화 을)을 만나 향후 상임위 운영 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경재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환경노동위원장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우리 사회 노동문제 최대 현안은 무엇입니까?


▷ IMF 외환위기 이후 급증하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 문제, 양적(실업률), 질적(임금수준·고용안정성)으로 모두 저하되고 있는 고용문제, 주5일제 실시에 따른 노사갈등, 만성적 고실업, 중소영세기업의 인력난과 고용허가제와 같은 외국인력정책의 난맥상 등이 주된 현안이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저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 반대로 엄청난 속도로 진전되고 있는 고령화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세대에서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2,30년 뒤의 우리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분야에서 미래관련 연구가 진행중입니다만, 환노위도 이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될 것으로 봅니다. 저는 17대 환노위가 국가와 노동의 미래를 밝히고자 힘쓴, 사실상 최초의 환노위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제출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 입법의 방향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은 어떻게 보십니까?
▷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차별을 당한다면 이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에 의해 이들을 보호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의 문제에 있어서는 아직까지 이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해 노사정위원회 비정규직 특위에서 합의안을 만들어 내는 데 실패한 것에서 보듯이 노사는 물론 공익적 인사들 간에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보호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어 있는 것과는 달리, 보호방식에 대한 컨센서스는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현행 노동법은 90년대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변화된 노동시장과 고용구조를 효과적으로 규율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저도 입장을 같이 합니다. 다만, 힘을 앞세운 어느 한 쪽의 논리 관철이 아닌 대화와 타협이라는 정치원리에 입각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적 공감대 위에 만들어진 법이 아니고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때에 따라서는 진통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위원장으로서 중립도 좋고 객관도 좋지만, 왠지 인내심이 가장 필요할 것 같습니다(웃음). 열다섯 분의 위원님들의 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7월 1일부터 주5일 근무제가 단계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여전히 기업의 부담증가와 노동자의 실질임금 하락문제 등에 따른 노사간 갈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5일 근무제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최근 발생한 LG칼텍스정유노조와 궤도연대의 지하철 파업의 핵심에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인력충원과 근로조건의 변동 문제가 있습니다. 법 통과 이후 정부차원의 치밀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은 데 따른 ‘예고된 파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제도가 그러하듯이 ‘주5일제’ 역시 장점만을 갖고 있는 제도는 아닙니다. 지난 해 법 통과 당시, 노동비용의 상승, 노동계층 내 격차심화,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증가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들도 많았습니다만, ‘삶의 질 향상’이라는 대세와 명분에 묻혀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법 개정에 필수적이어야 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문제, 노사갈등 방지대책 등 핵심적인 내용들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습니다. 


올해 임단협에서 주5일제에 따른 임금과 단체협약의 변경이 핵심쟁점이 될 것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정부의 대책은 다소 안일했던 것 같습니다. 
주5일제는 앞으로 사업장 규모별로 2010년 무렵까지 단계적으로 실시될 것입니다. 매년 이 문제로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가뜩이나 힘든 우리 경제를 ‘두번 죽이는’ 일입니다. 금번의 상황을 교훈삼아 정부가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 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올해 시행대상 사업장이 1000인 이상의 대규모 기업들인만큼 해당기업의 노사도 대승적인 견지에서 한 발짝씩 양보하고, 국민경제도 생각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청년실업을 포함한 실업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입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효과적인 대책은 무엇입니까? 아울러 현행 고용안정서비스의 비효율성 등으로 인해 재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고용안정센터 공단화 필요성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고용창출이 최대의 실업대책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경제가 좋아져야 고용이 창출되는 것 역시 상식입니다. 투자와 소비가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수출로 버티고 있는 현재와 같은 ‘외끌이 경제’로는 실업, 특히 청년실업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크게 봤을 때 경제활성화 대책이 곧 최선의 실업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부 차원의 대책도 문제가 많습니다. 실업률을 떨어뜨리기 위한 양적 실업대책 일변도입니다. 이 과정에서 청년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주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보조금 일변도의 실업대책도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실효성이 얼마나 있는지, 실제 사업주와 구직자가 원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정부의 관점이 아닌 수혜자의 입장에서 설계된 대책마련이 아쉽습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노동부 산하에 160여개나 되는 고용안정센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취업자의 10~20% 정도만이 고용안정센터의 서비스를 제공받았을 뿐, 절반 가량이 인맥, 즉 ‘알음알음’으로 취업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실업대책이 현실과 얼마나 괴리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 그동안 고용정책이 고용안정센터와 같은 인프라 확대에 치중해 왔다면 이제는 내실을 다져 한 차원 높은 고용서비스를 제공할 시점에 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고용안정센터의 공단화 문제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좀더 시간을 두고 검토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사정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사회적 합의기구화 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섣불리 결론내리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경제사회위원회와 같이 경제전반의 문제를 협의하고 그 이행을 강제하는 기구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하면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폐지를 주장하는 쪽도 있습니다. 행정위원회로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금 구체적인 의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각각의 주장들이 모두 나름의 타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어느 의견이 옳다고 딱 잘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 17대 환노위에서 많이 다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좀더 지켜 봐 주셨으면 합니다.

최근 이해찬 총리가 공무원 노조법을 입법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정부가 마련한 공무원 노조법은 2003년에 이미 만들어 놓았지만, 여러 이유로 말미암아 국회제출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 개인적으로 공부를 좀 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공무원 노동기본권 문제입니다. 외국의 사례도 조금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외국의 사례와 ‘글로벌 스탠다드’, 한국적 상황,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입니다. 지금은 특별히 개인적인 입장을 밝힐만큼의 공부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웃음).

 

17대 국회 환노위에는 유례없이 노동계 출신 인사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구성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 배일도, 이목희, 김영주, 단병호 의원님과 같이 노동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셨던 분들이 포진하고 계십니다. 장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상임위의 전문성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노동문제에 대한 식견이 짧은 저로서도 이 분들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점은, 글쎄요 차차 지내 보면 드러날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재계를 대변하는 위원님들도 몇 분 계셔서 상호간에 열띤 토론의 장이 마련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환노위 위원장으로서 노동계와 재계, 그리고 정부부처에 각각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 우리 사회의 다양한 조직들 중에 내부민주주의가 가장 발전된 조직을 꼽으라면 저는 주저없이 노동조합이라고 말합니다. 우리 정치인들도 배울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조직내 민주주의의 발전 정도에 비해 대표자들의 리더십이나 대표성은 다소 부족한 것 같다는 것입니다. 재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02년 주5일제 관련 노사정위원회 협상이 결렬된 데는 이런 원인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노사의 고위 지도자들은 당연히 자기 조직의 이해관계를 대변해야 하겠지만, 사안에 따라 국가적 견지에서 고도의 정책적 결단과 타협을 요구받을 때가 있습니다. 노총이나 경총 같은 조직을 내셔널센터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노사 고위 지도자들의 리더십과 대표성이 안착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유럽식 사회적 합의주의가 설령 도입된다 하더라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파트너십과 상호 신뢰증진에 힘써달라고 부탁드립니다. 노동계는 경제를, 재계는 근로자를 생각하는 문화가 자리잡도록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부는 공명정대한 자세로 노사관계의 ‘관리자’가 아닌 ‘조력자’의 역할에 충실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자왈 맹자왈 같은 얘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것이 민주사회와 선진국가로 가는 노사정의 기본적 자세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