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엄마 아빠랑은 대화가 안돼
어휴, 엄마 아빠랑은 대화가 안돼
  • 참여와혁신
  • 승인 2010.08.0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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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대화하는 학생, 학업 성취도 높게 나타나
짜증내는 엄마, 훈계하는 아빠…가족 내 소통 부재 심각

조진표 와이즈멘토 대표이사

학교에 다니고 있는 시기의 자녀들은 아직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때여서 완전히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따라서 성장을 도와주는 여러 장치들이 곳곳에서 필요하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가정인데, 특히 가정에서의 의사소통은 자녀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 성공적으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연습이다. 가정에서의 긍정적인 의사소통 경험을 통해 자녀들은 정체성과 가치관을 확립해 나간다.

게다가 부모와 자녀의 대화는 학업성취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부의 ‘초·중·고교생들의 학업 성취도 평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부모와 거의 날마다 대화를 하는 학생과 전혀 하지 않은 학생 간의 과목별 평균 점수는 15~25점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엄마의 간섭은 ‘신경질’?

이렇듯 부모와 자녀간의 의사소통은 상당히 중요하면서도 다양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대화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데 왜 자녀는 부모와 대화를 하려 하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부모와 자녀간의 의사소통 문제는 시대를 초월하여 존재하는 문제이다. 부모와 자녀는 서로 다른 세대이기 때문에 사고방식이 다르고, 그러한 것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세대 차이라는 일반적인 이유를 넘어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바로 자녀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엄마는 항상 옆에서 자녀를 지켜보고 있으므로 자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간섭을 하게 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인 듯싶다. “방이 왜 이렇게 지저분하니.”, “공부할 때는 집중을 해야지”, “아침에 깨우면 바로 바로 일어나야지” 등등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엄마와 자녀의 대화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대해 자녀들은 이렇게 반응한다.

“엄마는 괜히 신경질만 내요.”

대화하기 너무 어려운 아빠

반면 아빠와의 대화는 엄마와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일을 하고 와서 자녀와 얼굴을 대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자녀의 세세한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아빠들은 자녀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주제보다는 훈계나 교훈을 주는 이야기로 훌륭하고 유능한 아빠의 몫을 다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간혹 자녀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고민들을 이야기 하면 아빠는 너무 갑작스러워 당황하게 된다.

학생들과 가족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아빠랑은 얘기를 잘 안 해요”다. 이유를 물으니 아빠와는 할 얘기도 별로 없거니와 아빠는 별 것이 아닌데도 심각해져서 과민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어제 친구들하고 노래방에 갔는데요”, “수학 선생님이 별로인 것 같아요” 등의 이야기에 아빠의 가슴은 덜컹 내려앉는다. 자녀가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를 수용하고 들어주는 자세가 되기보다는 먼저 문제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를 생각하므로 아빠는 자녀가 원하는 대화의 방향과 멀어진다.

자녀는 단지 가볍게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뿐인데 엄마는 신경질로, 아빠는 심각함으로 받아들이니 자녀는 입을 닫아버리고 친구나 컴퓨터와 의사소통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엄마·아빠 역할 바꿔보기

엄마는 이제 좀 더 크게, 멀리 다가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녀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고쳐주려 하기 보다는 자녀 스스로 깨우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지도가 요구된다. 자녀가 얼마나 바람직하게 행동하는가에 의해 자신의 능력이 평가 받는 다는 생각은 신경질만 내는 엄마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아빠가 해야 할 일은 더욱 많다. 정부가 실시하는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아빠와의 대화가 부족하다고 대답한 청소년이 50%정도나 됐고, 고민이 있을 때에는 아빠와 이야기한다는 청소년은 4%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어, 그 심각성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제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을 더욱 늘리고, 자녀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자녀의 생활에 대한 관여도를 높여야 한다. 더욱 근본적으로는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가족들이 함께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해나가며 서로간의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