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의 규칙
예외의 규칙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0.08.0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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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승립

수십 년간 글을 써온 사람에게도 참 쉽지 않은 것이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입니다.

현행 한글 맞춤법은 1988년 개정안이 발표되고, 89년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래서 저처럼 개정 전 맞춤법으로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에게는 더욱 어렵습니다.

저도 그럴진데 한참 연배가 높은 대통령이 가끔 ‘습니다’를 ‘읍니다’로 쓰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읍니다’가 ‘습니다’로 바뀐 것도 89년부터입니다. 물론 매번 방명록 쓸 때마다 그러는 것을 바로잡아주지 못하는 참모진들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만.

맞춤법에서 곤혹스러운 부분 중 하나가 ‘예외 규정’들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사이시옷 규정에서 두 음절로 된 한자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섯 단어만 예외를 둡니다.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가 그것입니다 (한글 맞춤법 제30항 3). 이 예외야 오래된 것이어서 어릴 때부터 외워댔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요.

수컷을 나타내는 접두사는 ‘수-’로 통일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수컷인 소는 ‘수소’라고 씁니다. 산소, 수소할 때 그 수소와 혼동을 일으키고 왠지 어색해 보이지만 어쨌든 ‘수소’가 맞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숫양, 숫염소, 숫’는 ‘숫-’으로 씁니다 (표준어 규정 제 7항 2). 이유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셋방과 같은 사이시옷 규정은 오래 써와 관행으로 굳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숫양 쪽의 이유는 찾아봐도 잘 모르겠더군요. 혹시 아는 분 있으시면 좀 알려주십시오.

현장을 온통 혼란 속으로 몰아넣을 것처럼 보이던 타임오프 문제가 예상보다는 조용한 편입니다. 주요 사업장 중 아직 단협만료일이 지나지 않아 적용되지 않는 곳도 있고, 또 소리 소문 없이 합의한 곳도 있는 모양입니다. 세간의 관심이 온통 쏠리고 있는 기아자동차 정도가 마찰음을 내고 있습니다.

<참여와혁신>이 지난 7월호에서 창간 6주년 특집으로 실시한 노사관계 전문가 조사 결과를 보면 재계 응답자의 상당수는 타임오프 제도가 변칙적, 편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규정대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모 대기업의 경우 이면합의와 변칙적 수당 신설을 통해 기존의 전임자임금을 모두 보전해 줬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타임오프 문제야 말로 예외가 적절히 활용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개별 기업 하나하나의 노사관계가 처한 처지가 모두 다르고 주변 환경 또한 같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무리하게 법규정을 들이대면 오히려 노사관계를 해칠 우려가 많습니다.

다만 예외에도 규칙이 필요하겠지요. 엉뚱하고 예측 불가능한 예외라면 이해를 구할 수 없을 테니까요. 한 가지 분명한 원칙은 타임오프 제도가 노동조합 활동을 제약하고 압박하는 수단이 아니라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되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점일 것입니다.

하승립의 구구절절(句句節節) 구(句)와 절(節)이 모이면 문장을 만들어내고, 문장들이 모이면 이야기가 된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