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성 위한 명분보다는 전체 위한 실리 택하겠다”
“선명성 위한 명분보다는 전체 위한 실리 택하겠다”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0.08.02 14:59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욕 먹더라도 한 발 앞서 마음 편하게 해주는 게 중요
미니 인터뷰_ SK에너지노동조합 윤상걸 위원장

▲ SK에너지노동조합 윤상걸 위원장 ⓒ 참여와혁신 포토DB

분사와 같이 조합원의 신분상의 변동이 생기는 문제에 대한 노동조합의 일반적인 대응, 그리고 그간 보여온 SK에너지노동조합의 성향 등을 감안할 때 투쟁 없는 합의는 의외다.

“구성원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한 발 앞서서 마음을 편하게 해주자고 생각했다. 만약 싸웠더라면 200~300명 정도가 끝에 남을 거다. 이렇게 200~300명 남았을 때 이들을 어쩔 것인가. 노동조합이 책임을 못지게 된다. 결과가 보이는 싸움이었다. 다른 답이 있다면 끝까지 싸웠을 것이다. 대법원 판례를 보더라도 물적 분할에서 이긴 경우가 없다. 회사로서는 투쟁으로 갔으면 오히려 쉬웠을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곧 선거도 있는 상태에서 반발도 충분히 예상되는 문제 아니었나.

“지금도 현장조직들은 우리가 다 팔아먹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다수가 중요한 거지 소수가 무서워서 결정을 못하면 정말 큰 피해는 조합원 다수에게 돌아간다. 합리적인 방법이라면, 전체에게 도움이 된다면 결정해야 한다. 물론 구성원이 편하더라도 맞지 않는 일이라면 끝까지 싸워야 한다.”

회사측에 아쉬운 부분도 있었을 텐데.

“회사에서는 이번 분사는 투자 목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언론에 터진 이후에 통보가 왔다. 그것 때문에 많이 싸웠다. 서로 믿음이 부족하다.”

분사가 노조의 분할과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지 않나.

“노조는 이미 규약 변경을 통해 조합원의 범위를 주소지 기준으로 하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분사된다 할지라도 모두 SK에너지노동조합 조합원의 신분을 유지한다. 회사에서도 노조 분할을 못할 것이다. 지금은 필수공익사업장으로 묶여 파업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노조를 분할하게 되면 정유를 제외하고는 파업이 가능해진다. 여기는 하나가 서면 다 서게 돼 있다. 따라서 노조를 나누면 오히려 노조가 유리하게 된다.”

실리는 얻었지만 명분을 잃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명분 챙기려고 했으면 일단 싸웠을 것이다. 색칠, 분칠 하고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욕을 먹더라도 억지로 분칠하는 것은 싫다. 그렇게 갔으면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았을 것이다. 그 명분이 단지 선명성 유지를 위한 명분이라면 전체를 위한 실리를 선택하겠다. 선명성은 결국 ‘선거’ 위한 거 아니냐.”

앞으로가 더 중요할 것 같다.

“조합원들이 입도, 귀도, 가슴도 닫았다. 예전에는 SK 문화라는 게 있었는데 지금은 말을 안 한다. 조합원들이 스트레스가 쌓여 있다. 조합원들의 입이 열릴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모이도록 하겠다. 같이 산에도 가고, 족구대회도 열고 여러 방식이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꾸준히 얘기하면 마음이 풀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