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 기업? 글쎄!
삼성전자가 세계 초일류 기업? 글쎄!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8.0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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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업체·노동자 피땀엔 관심 없는 삼성전자

박석모 smpark@laborplus.co.kr
지난달 30일,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액이 37조8,900억 원에 이르고 영업이익만도 5조 원을 넘는다. 코스닥 상장사 전체의 영업이익을 합한 액수보다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더 많다.

돈 잘 버는 게 미덕인 사회에서 엄청난 실적을 올린 건 분명 박수를 칠 일이다. 하지만 덮어놓고 축하만 할 수 있을까?

대기업은 사상최대 실적, 중소기업은?

우선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구가하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들의 현실은 그와는 한참 먼 거리에 놓여 있다.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면에는 대기업과의 불공정거래가 놓여 있기도 하다. 원자재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중소기업은 납품단가를 인하하라는 대기업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대통령까지 “전경련도 대기업의 이익만 옹호하려는 자세를 가져선 곤란하며 사회적 책임도 함께 염두에 둬야 한다”고 언급할 정도이니 더 말해 뭣하겠는가?

당사자인 전경련은 “세종시와 같은 국가 중대 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4대강 사업도 반대 세력의 여론몰이로 인해 혼선을 빚고 있다”면서 “나라가 올바르게 나아가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요컨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정부가 ‘포퓰리즘’에 휘둘려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거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친서민’이니 뭐니 하는 행보가 못마땅했을 터. 더구나 4대강 같은 사업은 대기업에게 확실한 이익을 안겨줄 사업들 아닌가?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면서 더 확실하게 대기업에게 이익을 안겨주지 못하는 정부가 야속했나?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도 삼성전자가 기록한 사상최대의 실적만큼 경영성과를 올렸을까?

또 하나의 가족? 진짜로?

지난 3월말, 삼성전자에 근무하던 한 노동자가 투병 끝에 조용히 숨을 거뒀다. 그의 이름은 故 박지연 씨. 박 씨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3년간 근무했고, 3년간 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숨졌다.

박 씨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 중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혈액암에 걸린 이들이 최근 10년간 20명을 넘어서고 있다. 사망자만도 10명에 이른다. 유가족들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인정을 요구했지만, 공단은 직업관련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광고카피로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는 삼성전자는, 그러나 정작 자신의 가족이 죽어가는 데에는 무관심한 듯 보인다.

아니 관심은 있다. 어떻게 하면 사건이 커지지 않고 조용히 덮일 수 있을지에만 관심이 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하다 희귀병이 발병해 투병하고 있는 한 노동자의 가족은 “삼성이 돈으로 회유하려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세계 초일류 기업을 지향하는 삼성전자에서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지만, 유가족들과 환자 가족들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이를 알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5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는 데에는 혈액암을 비롯한 희귀병으로 투병 중이거나 숨져간 노동자들의 땀과 정성도 들어 있을 터. 그러나 영업이익 5조 원은 언론마다 장식되지만 이들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에겐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광고하면서, 정작 자사에 근무하는 ‘가족’의 안위에는 별로 관심 없는 삼성전자가 과연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섣부른 전망인지는 모르지만 몇몇 매체들은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이 20조 원에 이를 거라고 추측한다. 그중 단 0.1%만이라도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자사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안전에 투자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박석모의 우공이산
 시련도 많고 좌절도 많지만, 희망이 있기에 오늘 다시 발걸음을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