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하는 인간들을 위한 직업들
유희하는 인간들을 위한 직업들
  • 참여와혁신
  • 승인 2010.08.0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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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시간 증가·소득 증대로 관광 관련 분야 급부상
나라별 고객들에 대한 동향 파악 및 세심한 체크 필요

오호영 박사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다. 짧게는 2, 3일부터 길게는 일주일이 넘는 기간을 즐기기 위해 직장인들이 1년 동안 열심히 일 해왔다는 사실에 약간의 서글픈 생각도 든다. 인류학자들의 계산으로는 풍요로운 석기 시대에는 일주일에 2~3일 정도만 사냥과 채집을 하면 먹고살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15개월 동안 칼라하리 부시맨족과 함께 지낸 인류학자 리처드 리(Richard Lee)는 그곳의 성인 남자들도 일주일에 2∼3일만 일하고 나머지 시간은 논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아프리카 하자족은 사냥 시간을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로 제한한다.

우리가 일하는 일차적 목적은 무엇인가? 잘 놀고 잘 먹으려고 일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현대인이 추구하는 ‘풍요롭고도 여유로운 삶’은 어쩌면 수만 년 전 원시인들이 이미 성취한 것일 수도 있다.

호모루덴스의 시기가 열린다

최초의 인류가 등장한 것이 약 500만 년 전, 그리고 현생인류가 4, 5만 년 전 등장했으니 인류에게 익숙한 것은 노동보다 여가라고 하는 편이 옳다. 원시인의 삶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했으니 말이다. 인류 역사 대부분을 여가중심의 문화가 차지했다면, 노동중심의 문화로 역전된 것은 언제쯤부터일까?

학자들은 대략 청동기시대(B.C. 2000~ B.C. 400)에 농업이 본격화되면서 일하는 시간이 더 길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사는 봄에 씨를 뿌리고 가을에 추수하는 계절별 노동을 필요로 하고, 저수지, 수로 등의 농업 인프라 구축을 요하기 때문이다. 『로마인이야기』의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에 따르면 로마의 1년 휴일은 120일 전후, 하루 노동시간은 대략 7시간을 넘지 않는 정도였다고 한다.

오늘날과 같이 노동시간이 길어진 것은 산업혁명의 산물이다. 기계를 이용한 공장제 대량생산이 정착되면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기계에 맞춰 노동시간도 덩달아 증가하게 됐다.

그렇다면, 미래세계는 어떨까? 미국의 경제학자 데오발드(R. Theobald)는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전체 인구의 2%만이 식량과 제품생산 활동에 종사하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생산력의 향상이 빈곤퇴치, 노동시간 단축, 인간 삶의 풍요와 창의력 발전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하위징아(J. Huizinga)가 제창한 유희하는 인간, 즉 호모루덴스(homo ludens)의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 봉재석 기자 jsbong@laborplus.co.kr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이것은 몇 년 전 등장한 어느 신용카드사의 광고 문구다. 주5일제 도입과 맞물려 현대인의 욕망을 압축적으로 담아 인기를 끌었다. 실제 통계청 조사에서도 주5일제 시행 이전에는 휴일에 집에서 빈둥거리며 쉬는 게 1위였지만, 주5일제 도입 이후에는 여행, 레저, 취미활동을 하는 국민이 크게 증가했다.

호모루덴스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여가와 관련된 직업의 부상이 예상된다. 2005년 현재 여가산업의 규모는 국내총생산의 28.8%인 232조 원에 이르는데, 여가가 늘어날수록 외식, 관광, 스포츠, 미용, 문화 등의 산업비중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중에서도 관광산업의 미래는 매우 밝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근로시간의 점진적 단축, 소득의 증대 등으로 국내관광 수요가 점차 증가하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또한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수도 증가세에 있다. 실제 소득이 증가하면 여가활동에 눈을 돌리게 되고, 이때 최고의 선망대상이 되는 것은 외국여행이다.

가령 13억 중국인구가 한 번씩만 한국을 찾는다고 가정해보자. 한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대략 600만 명 정도에 불과한데, 이의 약 200배 이상 외국인 관광객 수가 늘어나는 셈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기회인가?

그렇다면 관광분야의 유망직업에는 무엇이 있나. 지금까지 우리 관광업계는 내국인의 해외관광 쪽에 주력해왔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내국인 및 외국인의 국내관광에 대해서는 상품개발이나 관광인프라 구축에 소극적이었다.

서울, 경주, 설악산, 제주도 등 특정지역에 비슷한 관광코스나 음식, 숙소 등 천편일률적인 상품이 대부분이었다. 관광상품 개발을 통해 다양성을 높이고 관광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관광기획자가 특히 중요하다. 관광기획자는 각종 아이디어로 무장해 여행상품을 기획, 개발하며 여행자들이 편안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그들을 인솔하는 역할까지 책임진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도 유망직종으로

국내관광여행사(inbound tour company) 운영자도 유망한 직종이다. 관광업체는 우리 국민을 해외로 보내는 송출업체(outbound company)와 외국인 관광객을 국내로 유치하는 업체(inbound company)로 구분된다. 국내관광여행사는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창업이 쉬운 이점이 있다.

다만 관광업은 일정에 따라 차량, 기사, 관광가이드, 호텔, 식사, 관광지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며 여기에 국가별 관광객의 취향, 특징 등을 고려해 새로운 여행 주제를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하는 감각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의료관광코디네이터도 급부상하고 있다. 한류열풍으로 한국의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길 원하는 젊은 중국 여성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일본, 미국 등에서도 한국의료관광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의료관광은 관광과 건강, 미용까지 챙길 수 있으니 수요자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이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는 외국인 환자가 공항에 도착한 이후 숙박, 치료, 여행 등의 모든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호텔, 관광, 의료서비스, 보험 등에 대한 다방면의 지식을 갖춰야 한다. 의료관광은 환자의 건강을 다루기 때문에 정확한 의사소통이 생명이며, 혹시라도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외국어를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의료관광코디네이터는 2009년 5월 1일부터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외국인환자유치업체가 등록을 시작했기 때문에 비교적 최근에 주목받기 시작한 직업이다. 현재 등록을 신청한 업체는 250여 개가 넘고, 이들 업체에서 인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은 수요와 비교하면 인력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밖에 관광분야의 유망직업으로 통역사, 요리사, 호텔매니저, 승무원, 항공기정비사, 해외관광지개발가, 호텔국제판매직, 바리스타, 소믈리에, 조주사(바텐더), 제과제빵사, 전통식품 제조자, 한옥민박운영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