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산업_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휴대폰 산업_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 조준일 연구위원
  • 승인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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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산업 이슈와 대응 과제
빠른 제품 혁신·기술에 의한 비용 절감·차세대 원천기술 확보가 관건

현재 휴대폰은 통신 이용의 편의성 증대, 정보화의 확산 선도 등을 통해 우리의 생활 패턴을 변화시키면서 일상 생활 깊숙이 침투하였다. 이제 휴대폰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7억대 이상의 거대 시장을 형성하면서 IT 제품 중 대수 기준으로는 가장 많이 보급된 제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통신수단에서 벗어나 개성과 유행을 반영하는 패션 액세서리로 변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약적인 기술 발전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의 추가 등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한편 IT 산업 전반에 걸쳐 모바일화, 네트워크화, 융합·복합화 등의 트렌드가 가속되면서 휴대폰이 IT 산업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도는 보다 증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휴대폰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차지하는 위상은 지대하다. 국내 휴대폰 산업은 1997년 PCS의 도입 이후 내수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바탕으로 단기간 내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대표적인 수출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휴대폰 수출의 경우 1997년 9억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0년 73억 달러, 2001년 85억 달러 등으로 급증하였다. 2002년에는 100억 달러를 돌파하였으며, 2004년 223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하면서 최대 수출 품목으로 부상하였다.

최대 수출품목으로 부상

국내 기업이 판매한 휴대폰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24%에 달하고 있으며, 2005년 중에는 30%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상위 기업들의 시장 위상도 상당하여 2004년 중 삼성전자가 3위, LG전자가 4위에 진입해 있으며, 팬택도 10위권 내에 포진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단말기 산업의 성과는 국내 기업들이 디자인이나 멀티미디어 역량 등의 제품 개발력 및 생산기술력 등 사업에 필요한 역량을 꾸준히 확보해 왔다는 점, 탄탄한 내수시장이 안정적인 수요처이자 신기술·신제품의 시험무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점 등에서 그 요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2005년부터 휴대폰 산업은 시장이 완연한 하강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잠재된 리스크 요인들이 돌출되면서 국내 기업들을 크게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당분간 국내 기업들을 위협할 여지가 있는 리스크 요인들을 점검함으로써 이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이엔드폰 시장의 경쟁 격화

첫째,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하이엔드(High-end, 가격이 비싸며, 최고의 성능을 가진 모델)폰 시장으로 가격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 휴대폰 산업에서는 선 개발·출시를 기반으로 한 제품 혁신 능력이 중요시된다. 즉 휴대폰 사업의 성공 요건은 첨단 제품을 최초 개발·출시하거나 기 출시된 제품을 창조적으로 모방하여 스피드 있게 개선 또는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현재까지 이러한 게임 룰에 가장 잘 적응하고 있는 회사는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이며, LG전자도 나름대로 첨단 High-end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노키아를 필두로 모토롤라, 소니에릭슨 등 경쟁사들이 첨단 멀티미디어폰을 중심으로 선 개발·출시 역량을 대대적으로 강화함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의 High-end폰 시장 우위에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노키아, 모토롤라,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에릭슨 등 Top5를 중심으로 High-end폰 시장 경쟁이 보다 격화될 것이다. 이에 High-end 제품군에서의 기업간 차별성이 줄어들고 가격 인하 압력이 전반적으로 거세어질 전망이다.

중국 기업들의 거센 도전

둘째, 중국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공략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은 현지 기업이라는 이점과 코스트 경쟁력을 바탕으로 자국 시장에서 입지를 크게 강화하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해외시장으로는 발을 들여 놓지 못하고 있다. 이는 R&D 역량 부족에 따른 첨단 제품 대응력 미흡, 낮은 브랜드 인지도 등이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 통신 규격, 서비스사업자별 독특한 서비스의 구현, 다양한 언어·문화 체계 등을 반영한 제품 개발 역량과 현지 유통채널 확보 능력 등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 기업들이 비록 잠재력은 있다고 하나, 세계 시장 진출에는 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그러나 2004년부터 중국 기업들은 적극적인 M&A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면서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중국계 통신장비회사인 유티스타컴은 미국 휴대폰 유통회사인 오디오 박스를 인수하여 북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였고, 중국 최대의 휴대폰 기업인 TCL은 알카텔과의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제품력 및 서유럽 내 유통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 2위의 휴대폰 기업인 닝보버드는 서유럽 내 유통망 공유 등 지멘스와의 제휴를 통해 연간 200만∼300만 대의 수출을 기대하고 있다. 2005년 중에는 이러한 M&A나 전략적 제휴의 효과가 가시화되어 중국 휴대폰이 북미, 서유럽 등 선진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중국 기업들이 단기간 내 시장점유율을 크게 증대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나, Low-end폰 시장에서의 부분적인 약진이 예상되며, 이에 따라 가격 경쟁이 보다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다

셋째,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견·중소 기업군에 대한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는 점이다. 휴대폰 산업은 최근 수년간 외형적 규모면에서는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정작 기업들의 수익성은 과거에 비해 더욱 저조해지고 있다.
제품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데 반해, 기술·제품 혁신 속도 단축과 기능의 다양화·고도화, 시장의 글로벌화 등으로 재료비, R&D 지출, 마케팅 비용 등 제반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는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특히 중견·중소 기업들에게서 두드러진다. 2003년중 스탠다드텔레콤이 부도를 맞은 이후 2004년 들어 모다텔이 부도를 맞았고, 세원텔레콤이 법정관리 신청을, 텔슨전자가 화의 신청을 내는 등 상당수 중견·중소 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로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2005년 들어서는 상황이 보다 악화되고 있다. 그동안 시장이 양호한 상황에서도 수익성 확보에 애로를 겪었던 만큼, 휴대폰 시장이 저성장기에 접어들면서 중견·중소 기업들의 자금난이 보다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국내 휴대폰 산업에서는 구조조정의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상당수 회사들의 추가적인 퇴출 가능성도 예상된다. 이러한 와중에 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서비스 회사들과 중국기업, 아시아 시장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기업 등이 중견·중소 기업들의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수익성에 시달리는 휴대폰 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M&A를 통한 시장 재편이 불가피하나, 핵심 기술·인력 유출 등으로 자칫 우리나라 휴대폰의 경쟁력 기반이 흔들리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국내 휴대폰 산업은 최근 수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왔으나 향후 시장 상황의 악화와 더불어 물밑에 도사리고 있는 위협 요소들이 돌출되면서 심각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국내 휴대폰 기업들이 향후 진행될 위협 요소들에 적절히 대응하고 차별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첫째, 기술·제품의 지속적 진화 및 유행의 빠른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여 스피드 중심의 제품 혁신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즉 한 제품시장에서 선 출시를 통해 선발 프리미엄을 향유한 후, 후발자 진입으로 인해 가격 하락이나 수익성 저하가 나타날 때는 또 다른 제품시장에서 선 출시를 실현하는 매커니즘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둘째, 차별화 요소로서 기술에 의한 코스트 절감 능력을 키워야 한다. 최근 제품 수명주기 축소에 따른 학습 기간의 단축, 컨버전스에 따른 부품 수 급증, 중국기업과의 전통적 코스트 경쟁에서의 열세 등으로 전통적인 제조나 운영 측면보다는 설계 최적화 능력 등 기술 측면이 보다 효과적인 코스트 절감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경쟁사들과의 대등한 경쟁 기반 마련을 위해 차세대 원천기술에 대한 대응력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이 상대적으로 강점을 지닌 High-end폰 시장에서 차별성이 퇴색되고 있고 이동통신 인프라의 세대별 진화와 멀티 네트워크의 도입 등으로 새로운 플랫폼 대응과 제품 차별화를 위한 원천기술력이 보다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중소기업들의 경우 제휴나 M&A를 통해 시너지를 제고하거나 규모를 키워야 한다. 다만 현실적으로 제휴나 M&A가 여의치 않을 경우 자사가 보유한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R&D, 제조, 디자인, 유통 등 가치사슬별로 특화하여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 전문기업, 디자인하우스 전문기업 등이 그 사례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제한된 자원을 자사의 강점 부문에 집중할 수 있어 전문화가 수직통합 형태보다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_ 조준일 (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