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국제고유가시대_ 곳곳 새는 석유 ‘파이프 라인’
신(新) 국제고유가시대_ 곳곳 새는 석유 ‘파이프 라인’
  • 김중구 연구위원
  • 승인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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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는 느는데 공급 불안정 요인 많아 ‘뇌관’
대형 자연재해·산유국 내부 불안요인 겹쳐

금년 국제유가는 1월 3일 서부텍사스중질유(WTI) $42.21/배럴, 브랜트유(Brent) $38.57/배럴, 두바이유(Dubai) $34.26/배럴에서 6월 1일 WTI $54.53/배럴, Brent $50.30/배럴, Dubai $47.26/배럴로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와 같이 질주를 하였다. 8월 1일 WTI $64.49/배럴, Brent $61.11/배럴, Dubai $54.70/배럴로 상승세를 유지하였다.

급기야 8월 2일 사우디왕의 서거 및 미국 정제시설 가동중단 등을 이유로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국제유가는 설상가상 멕시코만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여파로 8월 30일 한때 최고가격인 WTI $69.84/배럴, Brent $66.13/배럴, Dubai $58.36/배럴을 기록하였다.

이러한 국제고유가로 인한 제3의 석유위기확산과 세계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우려한 미국이 8월 31일 전략비축유(SPR)의 방출을 결정하였다. 이어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9월 2일 26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일일 200만 배럴의 전략비축유를 30일간 총6000만 배럴을 방출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는 약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기상악재인 열대성 폭풍 ‘리타’가 멕시코만을 강타한다는 예보와 함께 국제유가가 상승하더니 OPEC총회(9월 19일)에서 석유장관들이 OPEC생산량 상한선의 유지와 함께 10월 1일부터 3개월간 일일 200만 배럴을 추가로 석유시장에 공급한다는 합의로 국제유가는 다소 하락하기 시작하여 9월 20일 현재 WTI $65.91/배럴, Brent $62.79/배럴, Dubai $57.21/배럴에 이르렀다. 이제 세계는 $60/배럴의 신(新)국제고유가 시대를 맞게 되었다.

정치 요인 아닌 ‘수요 못 따라 가는 공급’이 문제

신 국제고유가 시대의 도래는 과거 70년대 중동의 석유금수조치와 같은 정치적 요인에 의한 고유가의 유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금번의 신 고유가는 석유시장의 원리인 석유수요증대에 대한 석유공급의 불안정이 그 발단이라고 진단함이 옳다.

석유수요의 지속적인 증가는 선진국의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수송수요의 급증 및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BRICs’라 불리는 4개국이 석유에너지를 근간으로 하는 지속적인 고도경제성장을 추진한 결과였다. 더욱이 중국정부는 석유가격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서 고유가의 시장반영이 느린 점이 또한 중국의 석유소비 증가세를 꺾지 못하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에서는 현재의 고유가 파장이 과거 70년대와 같이 경제성장이나 물가상승 쇼크로 작용하지 않고 서서히 시장이 이를 흡수함으로써 그 여파를 줄여간 결과로 석유수요를 줄이지 못하는 요인이 되었다.

석유공급에도 문제점을 진단할 수 있다. 석유공급은 원유를 직접 생산하는 상류부문과 원유를 다시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석유제품을 생산하는 하류부문으로 구분하는데 양 부문이 석유수요 증가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상류부문에서는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하여 OPEC이 총생산능력에서 최소한도 10%에 달하는 일일 300만 배럴 정도의 잉여생산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이 국제유가 불안으로 작용하였다. 더구나 베네수엘라의 총파업 이후 생산능력의 감퇴, 인도네시아의 생산저조, 이라크의 전쟁 이후의 생산량 회복의 어려움 등이 석유생산에 차질을 주는 추가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또한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자산의 국유화를 통하여 외국자본의 유전개발투자에도 제한조치를 가해 유전개발이 적극적으로 확대재생산을 하지 못하는 점도 석유공급제약에 따른 공급불안 요인이 되었다.

하류부문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 1990년대 중반까지 하락하기 시작한 유가 상황 하에서 석유제품 공급과잉을 경험한 세계 정유사들이 정제설비확충을 소홀히 한 결과 석유제품수요에 대한 공급인프라의 부족으로 제품가격이 급등하였다. 더구나 석유소비의 경질화 현상으로 경질제품에 대한 수요를 하류부문의 공급인프라가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점도 유가 급상승의 요인이 되었다. 또 정유시설확충이 단기에 이루어지기 보다는 환경규제 강화 등으로 많은 시일이 소요된다는 점이 정유시설확충을 위한 투자의 제약요인이다. 따라서 정제시설의 신속한 확충 없이는 유가상승은 잠복되어있다.

내년 최저 52달러에서 최고 73달러 예상

국제유가는 석유수급을 결정하는 변수에 따라서 좌우되는데 그 변수가 항상 가변적이어서 국제유가 전망의 정확성을 갖기란 매우 어렵다. 석유수요를 결정하는 주요변수는 경제성장과 석유가격인데 경제성장의 효과로 금년도 하반기부터 미국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따라 석유수요 증대가 예상되나 고유가에 대한 부담으로 석유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2005년 평균 석유수요는 OECD 일일 4억9900만 배럴과 비OECD 일일 3억3700만 배럴을 합하면 일일 8억3600만 배럴로 예상된다.

2006년의 평균 석유수요는 고유가에 대한 부담이 높아서 OECD의 경우 2006년은 전년대비 1% 정도의 수요 증가, 비OECD의 경우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추구로 5.6%의 수요 증가가 예상되어 전 세계적 석유 수요는 2.9% 증가를 예상할 수 있다.

한편, 석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석유 공급은 2005년 OPEC이 40.2%를 담당한 반면 비OPEC이 59.8%를 담당할 것으로 전망되며, 2006년 석유 공급에 대한 OPEC과 비OPEC의 비율도 2005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같은 석유 수요와 공급을 바탕으로 국제유가를 전망해 보면 기준유가 케이스(reference case)의 경우 2005년 4/4분기 WTI는 $59/배럴, Brent $57.5/배럴, Dubai $54.5/배럴, 2005년 평균으로 WTI는 $55.28/배럴, Brent $53.69/배럴, Dubai $49.35/배럴로 예상되며 2006년은 전년도의 고유가 부담에 의한 석유수요 증가세의 둔화로 WTI는 $52.0/배럴, Brent $50.50/배럴, Dubai $54.5/배럴로 예상된다.

그러나, 예상치 않게 석유 공급이 타이트하게 될 경우의 고유가 케이스(high oil price case)는 2005년 4/4분기 WTI는 $70/배럴, Brent $68.25/배럴, Dubai $62.85/배럴, 2005년 평균 WTI는 $59.20/배럴, Brent $57.47/배럴, Dubai $52.12/배럴로 예상되며 2006년 WTI는 $72.50/배럴, Brent $70.7/5배럴, Dubai $64.74/배럴로 예상된다.

여전한 불확실성이 위험요인

국제유가전망은 그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유가전망에 따른 불확실한 요인을 제거해 나감으로써 유가전망의 결과에 따른 위험요인을 제거해 나갈 수 있다.

1) 현재와 같은 석유수급상황이 타이트하게 지속될 것에 대한 확실성이 문제다. BRICs 국가들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전략적 채택으로 발생될 석유수요의 증가, 여기에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의 경기변수에 따른 석유수요의 증가를 석유공급이 적절히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성이다.
금번 OPEC총회(2005.9.19)는 향후 3개월간 일일 200만 배럴을 추가적으로 증산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금년도 4/4분기에 석유수급 상황은 타이트하게 될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동절기 난방석유 수요증대 도래, OPEC의 추가적 공급할 능력(space capacity)의 한계, 미국 정제 가동률이 95%에 이르고 있어서 정제능력의 한계로 석유제품공급이 원활치 않을 전망이란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멕시코만의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의 석유공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기상악재도 잠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산유국의 정치불안 악화는 석유공급의 안정성에 문제를 제기한다. 지난 8월 1일 사우디 파드 국왕의 서거 이후, 사우디의 석유공급정책이 보다 강한 국유화 방향으로 선회되면서부터 제기된 석유공급의 안정성 지속에 대한 우려의 증대와 자국내 석유시설에 대한 테러의 가능성이 점증되면서부터 사우디의 석유공급의 안정성이 유가전망의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이란의 이슬람 강경보수파 출신의 대통령이 집권하면서부터 석유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었다. 이라크는 석유산업에 대한 조기회복의 기대감이 내부 저항세력의 폭력사태로 이어지면서 점차 위기감으로 바뀌었다. 특히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이 전망에 따라 국제원유가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10~15달러/배럴에 이르고 있는 점이 유가전망의 정확성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3) 투기자금의 선물시장 유입의 정도가 국제유가의 예측을 유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투기자금의 유입은 석유수요의 증가에 대한 석유공급능력의 제약이란 상황 하에서 유가급등 중에 석유선물시장에 유입된다. 뉴욕상품선물시장(Nymex)의 경우 대규모의 투기자금이 실물시장에 유입되는 것은 미국의 저이자율정책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고수익률의 추구 때문이다.
이런 투기자금은 석유수급이 타이트할 때 신속히 유입되어 유가결정에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유가예측을 빗나가게 한다. 따라서 이 모든 변수들에 대한 예의주시와 과학적 분석력을 높이는 길이 국제유가 예측의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이고 예측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길이다.

_ 김중구 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