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한여름에 고용불안 한파?
한진중공업, 한여름에 고용불안 한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08.18 14:52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측, 2월 정리해고 중단합의 파기
노조, 하루 백 명씩 상경투쟁 예정
▲ 18일 오전 서울 갈월동 한진중공업 사옥 앞에서 열린 국내 물량확보 촉구 및 노동자 고용보장 합의파기 규탄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결의 발언을 하고 있다. ⓒ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 방침에 노조가 반발하고 나섰다.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지회는 17일 오전 서울 갈월동 한진중공업 사옥 앞에서 '국내 물량확보 촉구 및 노동자 고용보장 합의파기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진중공업지회는 "부실의 근본원인은 필리핀 수빅조선소의 무리학 확장에 따른 채무보증"이라고 주장하며 △무능한 경영진 사퇴 △2월 정리해고 중단합의서 이행 등을 촉구했다.

노조와 사측은 지난 2월 26일 임단협 성실 진행, 수주경쟁력 확보에 노사노력 등을 합의했으나 지난 7월 사측은 인력감축, 노무비 삭감, 무파업 선언 등을 요구하고 나서 교섭 진행이 중단된 상태이다.

이에 한진중공업지회는 강력히 반발하며 지난 13일 부산광역시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거리행진을 진행한 이후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17일부터 9월 7일까지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백여 명의 조합원들을 교대로 상경시켜 한진중공업 서울 사옥과 조남호 한진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와 1인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 상경투쟁을 총괄하고 있는 한진중공업지회 김상욱 수석부위원장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지역민들의 호응이나 관심도 매우 높다"며 "오는 20일 저녁 남항내교 옆 수변공원에서 지회와 영도민주단체협의회의 주최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살리기 주민문화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주물량 제로(0), 파업에 힘이 실릴까?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6월부터 4시간, 6시간 부분파업 및 집회와 시민선전전을 아울러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영도조선소의 수주물량이 0건인 점을 감안해 볼때 노조의 파업이 회사를 압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상경 투쟁에 참여해 소나기에도 불구하고 1박을 노숙한 조합원들은 "수주물량이 없어 실제 두달 남짓이면 일거리가 없어지는 판국에 파업이 제 힘을 발휘할 지는 확실치 않다"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또한 "교통비 정도만 노조 재정으로 충당하고 식대나 여타 잡비는 조합원 개인이 부담하면서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투쟁은 확실히 벅찬 일"이라면서 "장기간 근속한 노동자에게 정리해고란 그야말로 살 길이 막막해지는 일인데 회사의 안하무인적인 태도로 조합원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진중공업의 노무담당자는 "최근 조선산업의 불황으로 전반적인 수주물량이 떨어진 데다가 영도조선소의 경우 규모가 협소(약 8만 평)하고 임금이 높아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의 우려처럼 영도조선소의 폐쇄나 수빅조선소로 물량 몰아주기는 아니다"라며 "대형화, 첨단화하는 데 영도조선소가 분명 한계가 있는 만큼 비용 절감을 위해 설계 외주화나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는 "지난해 손익계산서에 따르면 매출액 3조 2천억 원 대비 인건비는 5백 30억 원으로 1.73%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인건비의 3배에 달하는 1천 7백억 원의 이자비용을 포함해 영업외 비용 지출은 20.7%에 달하는 데 이는 필리핀 공장 계획과 관련한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한진중공업지회 채길용 지회장은 "한진중공업은 현금자산 1조 원을 보유한 데다가 지난 10년간 4천 2백억 원의 이익을 낸 흑자기업"이라며 "회사가 어렵다는 데 엉뚱한 곳에 지출하고 노동자들에게 고통분담을 강요하는 것은 건설업계 출신 무능한 경영진의 과오"라고 비판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국내 최초의 조선소이자 지난 73년간 지역 경제를 이끌어 온 상징적인 사업장이다. 한진중공업의 위기는 단순히 한진중공업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청 협력업체들과 지역 상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한진중공업의 노사관계가 지난 겨울과 같이 극한대립으로 치닫을 지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