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자율 단협 뜯어고치라고?
노사자율 단협 뜯어고치라고?
  • 박석모 기자
  • 승인 2010.08.2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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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지노위, 단협 시정명령 의결 … 타임오프 한도 초과 고쳐야
금속노조, 시정명령 거부키로 … 노정 갈등 불가피
▲ 25일 오후 금속노조 경주지부와 포항지부 조합원 80여 명이 경북지노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협 시정명령 의결을 요구한 포항노동청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금속노조

타임오프와 관련된 단협 시정명령을 놓고 포항노동청과 금속노조 사이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위원장 박영호, 이하 경북지노위)는 25일 회의를 열어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지청장 이삼영, 이하 포항노동청)이 요구한 단협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이에 앞서 포항노동청은 지난 7월 23일과 8월 4일, 금속노조 소속 19개 사업장의 단협이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해 체결됐다며 경북지노위에 시정명령 의결을 요구한 바 있다.

경북지노위가 이날 오후 4시부터 심문회의와 판정회의를 진행한 결과, 포항노동청이 의결을 요구한 내용에 대해 노조법 위반이라고 인정하고 이 같이 의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노동위원은 공익위원 3명과 노사위원 각 1명이며, 해당 내용이 노조법 위반이라는 데에 공익위원 3명의 의견이 일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북지노위는 30일 이내에 의결서를 포항노동청으로 보내야 하며, 의결서를 받은 포항노동청은 해당 사업장 노사에게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만약 노사가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날 금속노조 경주지부(지부장 한효섭)와 포항지부(지부장 황우찬)는 심문회의에 앞서 오후 2시부터 경북지노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기본권을 유린하거나 훼손하는 지노위의 어떤 결정도 따르지 않고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행정소송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 포항노동청이 경북지노위에 의결을 요청한 단협 시정명령 내용
금속노조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120개 사업장에서 노사자율로 교섭을 마무리했고, 나머지 사업장에서도 속속 임·단협이 타결되고 있다”면서 “정부와 노동부가 사용자를 협박해 몇몇 곳에서 노사합의가 깨지고 노사평화가 유린되며 노사관계가 파탄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또 “포항노동청이 위법하다고 주장한 내용은 노조법과 대법원 판례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위법한 공무집행’이며, 직권남용을 넘어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덧붙였다.

이재인 금속노조 단체교섭실장은 “다른 지방노동청이 보낸 단협 시정공문은 전임자 임금과 관련된 문제에만 국한돼 있는데, 유독 포항노동청만 전임자가 아닌 조합원의 노조활동이나 노조에 대한 편의제공까지 문제 삼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의 일가가 소유한 (주)다스 노동자들이 금속노조 경주지부에 가입한 것에 대한 보복과 과잉충성이 이 같은 결과를 낳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북지노위의 이번 의결에 따라 포항노동청이 단협 시정명령을 내리면, 전국에서 타임오프와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는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앞서 몇몇 지방노동청이 각 노사에 단협 자율시정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는 했으나,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거친 시정명령은 아직 내려진 바 없다.

한편 금속노조는 노동부가 단협 시정명령을 내리더라도, 이를 노사자율을 해치는 불법행위로 보고 거부키로 했다. 또 산하 사업장에 대한 단협 시정명령 취소소송과 효력집행정지신청을 제기할 방침이며, 단협 시정명령이라는 행정처분 거부에 따른 벌금에 대해서도 행정소송을 전개키로 했다.

이에 따라 타임오프 제도 안착을 위해 한도를 벗어난 단협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고용노동부와, 노사자율로 단협을 체결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으려는 금속노조 사이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