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의 대안으로 최선의 합의를 하라
차선의 대안으로 최선의 합의를 하라
  • 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 승인 2005.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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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우
한국노동교육원 교수
노동조합은 조합원의 고용보장을 위해 58세로 되어 있는 현재의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회사는 현재의 정년보장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년을 오히려 연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고 있다


 

협상에서는 자기의 이익을 최대한 많이 얻어내기 위한 방법을 찾아 이를 관철하고자 하나 상대방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당초 내가 원하고 요구했던 목표대로 성취되지는 않는다.

 

대개 협상의 결과는 처음에 설정했던 목표보다 못미치게 마련인데, 이것은 협상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바라는 목표보다 차선의 대안을 선택하여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하는 것이 그 상황에서는 가장 적합한 최선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차선의 대안을 선택하여 공동결정을 통해 최선의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 협상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협상이 가능하다’고 하면서도 막상 협상이 난관에 부딪히면 서로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승패를 가르는 협상만을 떠올리기 쉽다. 협상결렬로 인한 파업이 신생노조 사업장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은 협상을 ‘승패게임’으로 인식하고 차선책 즉, 다른 대안을 개발하고 준비하는 일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협상을 통한 합의가 차선의 대안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협상력은 결국 누가 대안을 많이 가지고 있는가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흔히 우리는 협상력이 시간, 정보, 합법성, 전문적 지식 등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협상력은 그보다도 누가 더 좋은 대안을 많이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좋은 대안이 많다는 것은 협상에서 상대방에 대한 의존도가 그만큼 낮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상황에 따른 대안을 충분히 마련해 놓지 않으면 합의도출에만 집착하여 수용해서는 안될 수용을 하거나 합의해서는 안될 합의를 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협상결렬을 협상실패로 인식하기 때문에 무리한 합의를 하게 되는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차선의 대안으로 최선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협상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공정성의 관점 즉, 균등분배의 원칙에서 접근해 보자. 이익이 있다면 이익을 공정하게 나누고, 양보를 해야 한다면 역시 동등한 양보를 해야 한다. 정년연장을 주장하는 노동조합 요구의 속내(이해관계)는 조합원의 고용보장이 핵심이므로,  회사는 정년을 연장해 주는 대신 노조는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감액해 가는 동등한 수준의 양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고용보장의 내용을 달리하는 방법으로 풀어보자. 노조가 요구한 정년 2년 연장안을 철회하고 올해 단협에서는 58세 정년을 유지하는 것으로 하는 대신, 회사는 정년퇴직하는 조합원의 재취업과 창업프로그램을 적극 개발ㆍ지원하기로 하는 등의 고용안정을 위한 부차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올해 현대자동차의 단협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모호성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합의문구가 모호하면 합의 이후에 단협 해석상의 문제로 또 다른 분쟁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그런데 사안에 따라 전혀 합의가 없는 것보다 모호한 상태나마 합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서로가 자기에게 유리한대로 해석이 가능하도록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는 현재 재직중인 조합원의 고용을 정년까지 보장하기 위해 인위적인 감원을 하지 않으며, 정년연장을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한다’ 등의 합의가 그 예이다. 협상타결은 차선의 대안으로 하는 것이고, 그것이 곧 최선의 합의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