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고, 짜고, 누르고, 때리고
감고, 짜고, 누르고, 때리고
  • 하승립 기자
  • 승인 2010.09.06 14:34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승립 ⓒ lipha@laborplus.co.kr
며칠 전에 대구야구장을 다녀왔습니다. 최근 은퇴를 선언한 양준혁 선수를 만나기 위해서였습니다. 야구를 원체 좋아하기도 하고, 또 일 때문에 갈 일도 생기면서 많은 야구장을 다녔는데 공교롭게도 대구야구장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번에 대구야구장을 다녀오면서 이제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전국의 모든 야구장을 다 가봤습니다. 양준혁 선수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이름입니다. 한국 프로야구의 타격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이지요. 얘기를 나누는 동안 인상적이었던 것은 타격 기술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선수가 아니고, 또 동호인 야구도 해 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 감은 오더군요. 양준혁 선수는 공을 ‘때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갖다 맞추는 게 아니라는 거죠.

양 선수의 표현에 따르면 ‘배트를 약간 감아주면서 빨래를 짜준다는 느낌으로 들어 쳐야 하는데, 이 때 공을 누르면서 때려내야’ 한다는 겁니다. 말로만 들어서는 결코 알 수 없을테고, 결국은 수도 없이 연습하면서 몸에 익혀야겠지요.

사실 양준혁 선수의 타격 자세는 정석과는 거리가 멉니다. 엉거주춤하게 배트를 쥐고 있다가 타격을 하고 나면 양팔을 하늘 위로 만세 부르듯이 들어올려서 ‘만세 타법’이라는 얘기를 듣습니다.

특이한 자세라면 지금은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으로 있는 박정태 선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타격 준비 자세 때 한 손으로만 배트를 들고 잔뜩 웅크린 채 몸을 좌우로 흔들어대는 흔들 타법으로 유명했습니다.

모든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이 폼이라고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들입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폼을 찾아내고 그것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반기 들어서도 노사관계의 핵심 이슈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타임오프입니다. 이와 관련한 주요 기업 노사의 협상은 얼추 마무리 됐습니다. 대공장들의 경우 주로 전임자 수를 일정하게 줄이되, 타임오프 범위를 넘어서는 전임자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수당 신설 등의 방법으로 해결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동부의 점검 과정에서 논란이 되는 곳도 있을 것이고, 충돌이 빚어지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일단 큰 가닥은 잡힌 것으로 보입니다. 이 문제가 정리되고 나면 복수노조를 둘러싼 고민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타임오프건 복수노조건 일반적인 ‘폼’을 만들고 그것을 지키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주어진 상황에 적합한 방식을 찾아내고, 이것을 해당 노사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일 것입니다.

 

하승립의 구구절절(句句節節)
구(句)와 절(節)이 모이면 문장을 만들어내고, 문장들이 모이면 이야기가 된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