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위기이자 기회다
복수노조, 위기이자 기회다
  • 정우성 기자
  • 승인 2010.09.0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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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철한 조직진단으로부터 문제 근원을 찾자
실천적 소통을 통해 구성원의 마음 잡아야
Special Report 이제는 복수노조다 ④ 이렇게 준비하자

ⓒ 참여와혁신 포토DB
타임오프 문제만으로도 벅찬 지금, 복수노조를 대비해야 하느냐고? 복수노조는 타임오프와 연동된 형태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즉 복수노조 시행은 타임오프제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복수노조 시행에 대비하지 않을 경우 현장의 혼란은 타임오프 그 이상이 될 것은 뻔하다. 문제는 현장의 혼란이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노동조합 활동, 노사관계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두려워하지 마라

복수노조는 현재 노사 모두에게 두려운 존재다.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현재 자신을 뒤돌아봤을 때 자신할 수 있는 조직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수노조는 위기이자 기회다. 복수노조 허용은 노사 모두 조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조합원 확보를 위한 경쟁에 나서야 하는 노조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활동이 좀 더 조합원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각종 아이디어를 생산해야 하며, 기업 입장에서는 노조 난립에 따른 노무 비용 증가를 줄이기 위해서도 스스로 안정된 경영과 내부 구성원과의 소통에 나서야 한다. 비록 노조 간 경쟁이 선명성 경쟁, 그리고 경제주의적 과격화 현상에 치우칠 수 있다는 우려는 존재하지만 이 또한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복수노조는 기업 입장에서 꽃놀이패를 쥔 듯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업도 명심해야 할 것은 자칫 노노 간의 갈라치기를 통한 지배개입에 나서게 될 경우 더 커다란 후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경영계가 분명 복수노조를 이용해 갈라치기에 나서거나 친회사 성향의 노조를 노골적으로 밀어줘 강성노조를 약화시키는 활동을 할 것”이라며 “이는 자율적인 노조활동을 간섭한다는 것을 넘어 오히려 조합원들에게 회사의 이중적 행태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복수노조가 오히려 조합 활동을 강화하고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섣부르게 노조 활동을 제약하거나 지배개입하려 들었을 경우 조합원들의 단결을 더욱 강화시키고 회사에 적대적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복수노조를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이를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고 하는 것보다 그것이 어떻게 기업 내부에서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기업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부터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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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진단이 먼저다

앞으로 다가올 복수노조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조합도, 기업도 조합원 혹은 내부 구성원과의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결국 복수노조가 생긴다는 것은 기존 조직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노동계에서도 대부분 노조 활동에 문제가 없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곳에 복수노조가 생길 가능성은 사측이 작정하고 노조 결성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노동조합의 경우 조합원들의 소통이 지속적이고 세밀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며, 기업의 경우 소외받는 구성원은 없는지, 경영진과 노조 혹은 근로자협의회 등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상시적으로 마련되어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무노조 사업장인 한 대기업 인사노무담당자는 “복수노조에 대비해 우선 조직 내부를 점검하는 과정부터 시작했다”며 “지속적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해왔지만 혹시 우리가 놓치고 가는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세심히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한 노동조합 관계자도 “그동안 조합원과의 소통을 줄기차게 떠들었지만 실제 그것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피드백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며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조합원들과의 관계 형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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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의미에서 보면 복수노조 허용이 노사 양측에 누구한테 유리하고 불리한가라는 문제와는 달리 현실이 요구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복수노조로 인해 현실의 우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복수노조 허용은 좋은 기회가 된다.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연구소장은 “복수노조 허용이 소통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계기가 된다면 정말 고무적인 일”이라며 “경영진들이 새삼스레 조직문화를 점검하고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것을 보면 복수노조의 허용이 기업문화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소지는 많다”고 평가했다. 기업 뿐 아니라 노동조합도 그동안의 활동을 반성하는 계기로 조직진단에 나서야 한다. 형식적인 간담회, 대의원대회, 행사를 통해서만 조합원들을 만나왔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조직이 처한 현실을 냉철히 돌아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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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성, 소통, 투명성 확보 중요

복수노조 허용에 대해 한 노동계 관계자는 “이제 노조도 옥석을 가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부 노동조합에서는 현실에 안주하며 집행부만의, 위원장만의 노조활동으로 조합원들에게 외면 받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매번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에는 실천적이지 못해 낡은 조직 구조에 대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복수노조 문제가 등장하자 위원장 간선제 문제가 논점이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처럼 내셔널센터는 모르겠지만 조합원 1천명인 사업장에서 위원장 간선제를 한다는 것은 조직의 안정이란 측면보다 일부 조합원의 의사가 무시된다는 점이 부각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현실의 조합원들이 과거와 같이 조직이 원하면 그대로 따라가는 피동적 역할만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포함된다. 현재 조합원들은 임금·복지 문제부터 고용안정, 회사 성장의 문제까지 다양한 곳에 다양한 의견을 표출한다. 이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모아내는 작업을 하는 것이 노동조합이지만 노동조합 자체가 이러한 의견 수렴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면 굳이 조합원 입장에서도 이러한 노조에 자신을 맡길 필요성은 못 느낄 것이다.

이와 함께 조직의 투명성 확보에도 나서야 한다. 2009년에도 심심치 않게 일부 노동계의 공금횡령, 뇌물 수수 사건 등이 발생했다. 이는 즉시 노동조합의 신뢰성에 큰 타격을 주며 조합원들로 하여금 노조 집행부의 어떠한 활동도 신뢰를 줄 수 없게끔 만든다.

또한 일부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사측과 노조 집행부 간의 은밀한 거래 또한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노사협력과 상생은 뒷거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 조합원의 의지와 결단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노조에서는 상생과 협력의 댓가로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점은 복수노조 시대에 절대 해서는 안 될 행위다. 물론 그 전에도 그러한 행동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만….

그리고 이러한 민주성 확보, 소통 강화, 투명성 확보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특히 경영진의 비민주적 운영과 내부 구성원과의 소통 단절 등은 이제 노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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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는 새로운 도전이며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만이 길을 개척할 수 있다. 두려워만 하거나 이를 이용해 이득만을 챙기려고 하는 자세는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약 1년의 시간이 남았다. 이제라도 우리가 처한 현실, 즉 조직 현실에 대한 냉철한 자기진단으로부터 조합원 혹은 내부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