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것이 문제예요
바로 그것이 문제예요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9.09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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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일하는 곳에 ‘사랑’이 있나요

▲ 김관모 kmkim@laborplus.co.kr
‘바디 오브 라이즈’라는 영화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CIA 대테러요원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그를 지휘하는 관리요원 호프만(러셀 크로)입니다. 뭐 전형적인 테러첩보 헐리우드 영화입니다만 한 가지 흥미로운 내용이 있습니다. 이슬람 과격단체 수장을 체포한다는 목적으로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지만 이 두 주인공이 전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한다는 점입니다.

페리스는 실제 이슬람 국가를 돌아다니며 목숨을 걸고 싸우는 활동가이며, 호프만은 미국에 있는 자택에서 모니터와 전화만으로 페리스에게 지시를 내리는 전략가입니다. 그러다보니 페리스는 이슬람에서 동료와 애인을 만들며 이슬람에 좀 더 깊이 들어가려 합니다. 그들을 존중하는 법과 예절, 문화, 종교를 배우며 자신의 발판을 마련합니다. 미국과 이슬람 사이에서 유연하게 사고하고 고민하며, 결과보다는 그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관심을 가지게 되죠.

반면 호프만은 냉혈하고 결과주의적인 전형적인 보수주의 미국인입니다. 자기 옆의 가족과 애국심이 더 중요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이슬람은 물론 자기 부하인 페리스마저 속이며 소모품처럼 이용합니다. 마치 미디어만으로 이슬람을 바라보는 미국인처럼 호프만 또한 지극히 갇혀있는 상태로 이슬람과 자기 일을 바라봅니다.

사랑할 것 하나 없는 나의 사업장

결국 서로 속고 속이며 사람 목숨으로 장난을 치는 게임에 지친 페리스는 CIA를 그만두고 이슬람에 남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러자 호프만은 페리스에게 “이슬람에 뭐 하나 정이 가는 것이 없는데 왜 남으려 하냐”며 핀잔을 줍니다. 그러자 페리스는 이렇게 말하죠.

“바로 그것이 문제예요.”


같은 목적, 같은 곳에서 일하지만 페리스는 자신이 일하는 곳을 사랑했고 호프만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적대하고 목숨마저 위태로울 정도로 ‘개고생’ 하지만 페리스는 자신이 찾아야 할 ‘사랑하는 것’을 여기서 찾습니다.

최근 우리사회도 성공이나 업무라는 목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쟁터 같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자기가 일하는 곳을 사랑하고 누군가는 불만만 이야기합니다. 그 차이는 페리스와 호프만과 같습니다. 내 사업장에서 사랑하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을 찾는 것과 미워하는 것만 바라보는 것의 차이지요.

직장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회사와 동료의 좋은 점만 이야기합니다. 그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폭넓게 바라보고 고민하는 겁니다. 하지만 직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나쁜 점만 들춰내죠. 아무 고민 없이 자기 일만 바라보고 그것으로 끝입니다.

사랑을 찾아서

‘사랑’이란 말이 유치하게 들릴지 모르겠습니다만 무척 중요한 말입니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니까요. 특히 미움이 팽배한 현대사회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사랑도 공부와 같습니다. 연습하고 갈고 닦지 않으면 녹이 슬죠. 그래도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매일 치르는 전쟁에 신경쓰다보면 이마저도 잊고 살게 됩니다.

저 자신도 일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만 매달리다보니 주변은 황폐해지고 자꾸 많은 일들을 놓치게 되더군요.

‘바디오브라이즈’의 페리스도 일에 쫓겨다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놓치지 않습니다. 이란 출신 간호사인 에이샤를 계속 찾아가 그녀의 호감을 얻어냅니다. 또 자신과 함께 일하다가 죽어간 동료의 뼈조각을 간직하며 그를 기억합니다.

이렇듯 좋아한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지만 그 의미는 분명합니다. 그것들을 모으다보면 내 일터에서 중요한 것들을 찾고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요.

당신이 좋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 그것과 함께 하고 있거나 늘 간직하고 계시나요. 그렇지 못하다면 당장 일에 매달리기보다 잠시 쉬어갈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그러지 못하시겠다고요. 일도 많은데 그런 생각할 시간이 어디있느냐고요.

바로 그게 문제예요!

김관모의 와이홀릭(Why-Holic)
'왜(why)?'라고 세상에 외치는 병적인 집착,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