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이사장이면 나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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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민정 기자
  • 승인 2010.09.1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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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학 특별채용 비리 연이어 드러나
족벌경영과 정치권력 유착이 내부고발자 목소리 막아

최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의 딸 특채 논란으로 사회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사립대학에서도 특별채용 비리가 대거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1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9 사립대학 감사백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총 40개 대학에서 2,138명의 교직원이 특별채용 비리와 함께 학교재산 유용, 예산 부당 집행, 부적절한 학사관리 등의 비리를 저질러 조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대학은 지난해 스포츠생리학 분야 교수를 채용하면서 후보자의 평가점수를 임의로 조작해 최종 임용 대상자를 선발했다. 특정 후보자에게 평가 점수 범위의 최저점보다 낮은 점수를 줘 2위로 떨어뜨리고 어부지리로 1위가 된 다른 후보자를 교수로 최종 임용했다.

B대학은 2006년 1학기에 외식조리학과 교원을 공개모집하면서 석사학위 이상 지원자 5명 중 4명을 면접도 없이 떨어뜨렸다. 이 대학은 면접을 본 나머지 1명도 불합격처리한 뒤 석사과정을 수료한 학사학위 소지자를 심사 없이 특별 채용했다.

C대학은 이사장의 손자를 학교기업지원센터에 연구원으로 특별채용한 후 근거도 없이 전임교원 급여 80% 수준의 급여를 지급했다. D대학은 신규 교수를 채용하면서 당초 교수 충원 계획에 없던 4개 학과 5명을 총장이 추천했다는 이유로 심사도 없이 특별 채용했다.

이러한 비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사립대학의 ‘족벌경영’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3년 민주당 설 훈 의원이 전국 154개 사립대학의 ‘친·인척근무현황’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75개 대학이 재단을 자녀 또는 친·인척에게 물려주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대학에서 고용한 친·인척 수는 총 247명으로 대학당 평균 3.3명에 달했다. 심지어 친인척이 5명이상 근무하는 대학도 21곳이나 됐으며, 아버지·어머니·아들·며느리·손자가 함께 근무하는 전형적인 족벌세습형태를 보이는 대학도 있었다.

이영진 사립대학비리척결교직원연대 간사(경북과학대학 교수)는 “사립대학의 족벌경영이 관료권력, 정치권력과 유착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경북 A대 같은 경우 전직장관이 총장으로 있었고, B대학 총장은 교과부 국장 출신이었는데, 이런 경우 내부고발자들이 교과부에 민원을 제기해도 실제로 조사하는 경우가 드물거나 민원을 무마시키려하고 축소하는 일들이 벌어진다”고 밝혔다.

또 “이사장이 인사상의 전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내부고발자들은 보복징계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도 문제”며 “족벌체제와 교과부, 정치권력의 유착을 끊지 않는 한 사립대학 비리는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