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벼운 죽음
너무 가벼운 죽음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09.2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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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일터에서 죽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나?
“사업주 안전불감증이 큰 원인”…엄중한 사법처리 필요

젊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잇따라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근무하던 협력업체 직원 이 모씨(29)가 퇴근 후 자택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앞서 지난 7일에는 당진의 철강업체에서 근무하던 서른 살 젊은이가 용광로에 떨어져 사망하는 어이없고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가운데 39세 이하의 사망 노동자는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15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같은 기간 동안에는 201명이 목숨을 잃었다.

꽃다운 청춘이 매일 한 명꼴로 일터에서 죽어간다. 매년 2천 건이 넘는 산재사고가 발생하지만 책임자가 법적으로 처벌받는 경우는 1~2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언론에 보도되고 널리 알려지는 경우는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안전설비나 유해 환경에 대한 규제가 미비한 것인가, 아니면 안전의식에 대한 현장의 교육이 부족한 것인가?

규제는 많다, 지켜지지 않을 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임상혁 소장은 “오히려 국내의 산업안전과 관련된 규제는 너무 많은 편”이라고 밝혔다. 임 소장은 “예를 들어 안전화만 봐도 굽이 몇 센티미터 사이여야 한다고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며 “규제에 맞는 안전장비를 갖추는 게 일이 될 만큼 세세하고 방대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규제를 지키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의식이 현장의 책임자나 사업주들 사이에 팽배하다는 것이 임 소장의 주장이다. 특히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재해가 발생 시 어떤 규제를 위반했는지에만 처벌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맹점이다. 피해자의 사망이나 상해와 같은 산재의 결과에 대해서는 규제 조항들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기업 살인’에 대한 법률을 제정해 외국의 사례와 같이 사업주나 고위임원까지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 사업장은 과연 안전한가?

아무리 만전을 기해도 작업 중 산재의 위협은 항상 존재한다. 비극적인 사실은 비슷한 종류의 중대재해가 동종 사업장에서 혹은 동일 사업장에서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에서는 지난 2008년 전현직 노동자 4명이 질병으로 사망했고, 작년에는 2명이 사망해 집단돌연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임 소장은 "사업주가 현장의 안전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곳에 대해서는 안전 여부를 확인하고 시정하는 조치가 필요함에도 형식적인 검사와 제출 자료만 준비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중대재해가 반복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한국노총 산업환경연구소 조기홍 국장 역시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조 국장은 “사업주의 실질적 처벌로 산재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 우선”이라며 “이를 위해 사법부의 엄정한 판결이 중요함에도 지금까지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고용노동부나 기업에 대한 규탄은 물론 사법부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도 병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람의 생명에 경중을 따질 수 없지만 채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죽어간 젊은 노동자들의 사연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어이없고 아까운 죽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관계부처와 기업, 사법부의 각성이 다시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