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왜?
아이폰? 왜?
  • 박종훈 기자
  • 승인 2010.09.29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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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허술한 아이폰 유저의 사용기

 

박종훈 jhpark@laborplus.co.kr

최근 화제인 스마트폰에 대해서 얘기할까 합니다. 통화하고 문자메시지 보내는 것 이외에 주로 어떤 기능을 자주 이용하는지 그냥 소소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전 애플의 아이폰 3G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출시되고 얼마 안돼 샀으니까 얼추 일년 가까이 쓰고 있습니다.

가끔 주변에서 이것저것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왜’ 아이폰을 샀는지, 아이폰을 ‘왜’ 샀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가장 많습니다.

‘왜’ 아이폰을 쓰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시스템 기반의 스마트폰도 막 출시될 즈음이었기 때문에 왜 하필 아이폰을 샀냐고 물어보신다면 노트북 컴퓨터를 처음 구입하던 당시까지 거슬러 올라가야지 얘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저는 애플에서 나온 저가형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했습니다. 이른바 ‘맥(MAC)’을 처음 접해본 것입니다.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었고 그냥 예뻐서 샀습니다. 사고 나서야 곰곰 생각해 보니 당시 제가 구입한 모델은 다른 브랜드의 기종들에 비해 가격대 성능비가 꽤 우수한 편이었습니다. ‘애플의 제품은 비싸다’라는 선입견을 깨는 모델이었지요.

▲ 아이폰의 잠금 화면과 메인 화면


애플이라는 회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윈도우 시리즈를 만든 세계적인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경우엔 자사 소프트웨어를 돌리기 위한 PC를 직접 만들지는 않지요. 그런데 애플은 컴퓨터도 만들고 운영프로그램도 자기네 것을 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컴퓨터와 운영프로그램 사이에 궁합이 좋은 편입니다. 윈도우 시리즈가 요구사양만 맞는다면 중국제, 대만제, 한국제 PC를 가리지 않고 돌릴 수 있는 것에 비해 폐쇄적인 구조입니다.

저는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운영프로그램이 컴퓨터와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은 아주 편합니다. 특별히 ‘관리’해 줄 필요도 없으며 문제가 일어나는 경우도 극히 드뭅니다. 심지어 제 노트북 컴퓨터의 경우 전원을 끄지 않고 열고 닫으며 몇 달을 쓰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딱히 시스템이 느려진다거나 하는 문제가 없습니다.

얘기가 빗나갔지만, 친숙한 사용자환경을 갖고 있어서 아이폰을 샀습니다. 어쨌든 노트북 컴퓨터 때문에 애플의 운영프로그램에 길이 들었고, 아이폰의 운영프로그램 역시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처음 다뤄보는 스마트폰임에도 이질감이 없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컴퓨터든 휴대폰이든 특정 브랜드나 제품을 고집하는 취미가 없습니다. 그저 예쁘고 익숙하게 쓰던 시스템이면 그만인 것이지요. 골 아프게 매뉴얼을 읽으며 새로운 시스템을 익히고 하는 것은 좀 귀찮습니다.

아이폰을 ‘왜’ 쓰나?

▲ 아이폰의 '사파리'웹브라우저로 온라인 <참여와혁신> 페이지를 띄워봤다.

아이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인터넷 검색인 듯합니다. 화면이 작아 불편함은 있지만 확대 축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큰 무리는 없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기존의 웹사이트들이 모바일페이지를 오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모바일페이지는 스마트폰의 화면 사이즈에 맞게 웹페이지를 재구성해서 굳이 확대하지 않아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폰의 강점 중 하나는 20만 개가 넘는 다양한 앱(App,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의 준말)을 골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 계정을 만들어 놓으면 바로 앱스토어에 접속해 다운로드 받아서 쓰면 되고 유료 앱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 또한 별도의 절차 없이 바로 구입이 가능합니다.

아이폰의 다양한 활용은 어떤 앱을 사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유난히 길눈이 어두운 제가 즐겨 쓰는 앱 중 하나가 바로 지도 앱입니다.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식당이나 각종 편의시설, 지명에 대한 검색기능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장소라면 쉽게 찾을 수 있고, 나침반 기능과 GPS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간단한 네비게이션 역할도 합니다.

간단한 메모용 앱이나 음성녹음 기능 역시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메모 앱의 경우 사진 같은 이미지를 첨부하는 것은 물론 간단한 일정관리 기능도 겸하고 있으며 와이파이(Wi-fi, 무선인터넷)나 블루투스를 이용해 컴퓨터나 다른 아이폰으로 자료를 전송할 수도 있으며 널리 쓰이는 구글Docs로 백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메모장 앱과 아이폰을 녹음기로 바꿔주는 '음성 메모' 앱. 음성 메모는 다운로드 받을 필요가 없는 기본 탑재 앱이고, 메모장은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사진은 유료 앱인 '어썸 노트'이다.


차를 타고 이동 중이거나 약속 시간을 앞두고 잠시 짬이 나는 동안 간단한 읽을거리를 뒤적이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아이폰은 매우 유용합니다. 사파리라는 이름의 애플 전용 웹브라우저를 이용해 직접 인터넷 사이트나 모바일 페이지를 방문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최근 대다수 대형 매체에서는 아이폰 전용 앱을 제작해 배포하고 있습니다. 혹은 문서파일의 한 양식인 PDF 파일을 PC에서 전송받아 열어보거나 간단한 텍스트파일 역시 아이폰으로 열람이 가능합니다.

앱스토어에 대해 짧게 언급했지만 이보다 훨씬 이전 애플은 ‘뮤직스토어’로 전 세계 온라인 음원 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했습니다. 애플의 가장 상징적인 상품이 된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과 컴퓨터에서 음악 재생은 물론 기기와 싱크하는 프로그램인 ‘아이튠스(iTunes)’를 갖추고 불법 다운로드 등으로만 공유되던 음악 MP3 파일을 소비자가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까지 구비해 3박자를 한 회사에서 모두 커버하는 성공적인 콘텐츠 비즈니스의 모델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현재 음악 파일은 물론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동영상 콘텐츠도 판매하고 있으며 마치 예전에 비디오가게에서 영화를 빌려보듯 일정 기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는 저렴한 ‘렌탈’ 서비스까지 제공합니다.

▲ '아이북스(iBooks)' 앱. 책장을 넘기는 듯한 효과를 보여준다. 딱히 어떤 기능을 노린 것은 아니지만 처음 보면 매우 그럴듯하다.


최근 애플은 뮤직&무비스토어와 앱스토어의 성공에 힘입어 콘텐츠 비즈니스의 발을 넓히려 시도 중입니다. 그래서 올해 처음 등장한 것이 바로 ‘아이북스(iBooks)스토어’입니다. 아직 국내 콘텐츠를 구할 수는 없지만 영어 책은 구매하거나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폼으로 다운받아 놓고 읽지 않는 플라톤의 <테아이테투스>를 사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저작권이 만료된 고전들은, 특히 1971년 미국에서 시작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통해 공유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무료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른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마치 실제 책을 넘기듯 그럴듯한 효과를 구현하고 있지만 사실 처음 봤을 때나 ‘오~’하고 감탄하게 되지 정작 본격적인 독서를 하기엔 화면도 작고 갑갑한 느낌이 듭니다.

그밖에 심심풀이용 앱을 몇 가지 소개하겠습니다. 각종 인터넷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앱이 많이 배포돼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앱을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Wi-fi 상태로 이용 중이라면 상관이 없지만 3G(휴대전화 망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요금이 부과된다)로 접속한 경우 소위 ‘데이터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데이터 사용량을 잘 체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영국의 인터넷라디오 방송국인 'Classic FM'의 아이폰 전용 앱과 기타 연주를 흉내내는 '버추얼 기타(Virtual Guitar)'앱. 라디오 앱은 데이터요금에 주의하며 사용해야 한다.


화면을 멀티터치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한 기타연주 앱도 꽤 신기합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피아노나 드럼세트, 바이올린, 오카리나 등의 연주를 흉내낸 앱도 있습니다. 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음악 전문가용 앱들은 실제 가수들의 음악작업에도 이용할만 하다고 합니다. ‘유튜브(You Tube)’와 같은 동영상 사이트에서 아이폰 연주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심심풀이라면 게임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아이폰에는 중력과 가속도를 감지하는 장치가 내장돼 있기 때문에 기기 자체를 흔들거나 좌우로 기울이는 방식으로 게임의 조작이 가능합니다. 또한 스마트폰이니 만큼 빠른 CPU가 내장돼 있고 256MB 혹은 512MB의 메모리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상당한 퀄리티의 게임을 구동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 탁구 게임인 'VTT(Virtual Table Tennis)'


사진의 탁구 게임은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검지손가락에 쥐가 날 정도로 승부근성을 자극시키는 쏠쏠한 게임입니다. 실제 탁구를 치는 느낌과 매우 유사하게 구현했습니다. 기자의 경우 진짜 탁구를 칠 때 한 템포 성급하게 받아치려는 미숙한 버릇이 있는데, 게임에서도 그 버릇이 나오더군요.

구슬이 서말, 묵혀둘 것인가?...그냥 힘 빼고 쓰자

아이폰은 2007년 미국에서 1세대가 처음 선 보인 이후로 꾸준히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혹자는 “삶의 양식을 혁명적으로 뒤바꿀 디바이스”라고 극찬을 하는가 하면 “강박적으로 폐쇄적인 신비주의 정책을 고집하는 미국 대기업에 대한 일부 광팬들의 아우성이 우려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지고 있는데, 경쟁 제품을 출시한 삼성과 비교하며 묘하게 어느 한 쪽을 편들어주는 느낌의 기사를 읽은 기억도 납니다.

어떤 분의 표현을 빌자면 ‘무슨 대단한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저도 관심이 없습니다만 아이폰은 꽤 ‘재미있는 물건’임에는 분명합니다. 아이폰을 구입해 일반 휴대폰처럼 전화통화 하는 데만 쓴다한들 제가 무슨 참견이겠습니까만, 이왕 고가의 기기를 샀으니 열심히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추신 : 다른 휴대폰과 마찬가지로 아이폰도 최근 통화기록이 쭉 나열됩니다. 그런데 개개의 기록을 임의로 삭제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통화기록 전체를 지우던지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하지요. ‘스마트’폰이 어째 별거 아닌 저런 기능을 지원하지 않나 모를 일입니다. “다른 것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저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면 절대 아이폰을 안 사겠다”고 강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참 이상도 하지. 

 

 

박종훈의 테아트룸(Theatrum) 

테아트룸(Theatrum)은 라틴어로 극장을 의미한다. '극장'은 모든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작은 '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