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아저씨!
힘내라 아저씨!
  • 김관모 기자
  • 승인 2010.09.3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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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도 여유도 없다구요?
▲ 김관모 기자 kmkim@laborplus.co.kr

최근 슬프고 충격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아, 다시 기억하려니 목이 메네요. 오후에 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세 살배기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제 쪽으로 오고 있었지요. 어찌나 예쁘고 귀여워 보이던지 가까이 오면 “안녕”하고 인사하고 싶어지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웬걸. 그 아이가 저를 보더니 뒷걸음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엄마가 “괜찮아”라고 하는데도 아이는 걸음을 주저하더군요. 그러더니 하는 이야기.

“저 아저씨 무서워.”

아저씨 경계주의시대, 누구 잘못일까

백배 양보해서 제가 좀 무섭게 생겼을 수도 있겠습니다. 중학생부터 아저씨 소리 많이 들었으니 그러려니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는 그 모습이 너무 수긍이 되기도 합니다. 저라도 잘 모르는 험상궂은 아저씨 옆에 가고 싶지는 않을 겁니다.

아저씨라서 죄가 되는 시대인 셈이죠. 하지만 이것은 다름 아닌 우리 아저씨들이 쌓아온 업보입니다. 뉴스에서 나오는 강력범죄도 대부분 아저씨들의 소행입니다. 항상 무뚝뚝하고 차운 말투를 뱉는 아버지의 모습도 우리 아저씨들이 만들어 놓은 모습이죠. 항상 일과 피곤에 절어 항상 인상 쓰고 다니다보니 웃음을 잃어버린 겁니다.

저만 해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즐기고 혼자 틀어박혀 있는 것을 좋아하니까요. 삶의 여유는 없어지고 주변에도 신경 쓰지 못한 채 스스로 팍팍해지는 느낌입니다. 아이가 절 좋아해야 할 이유가 없을 만도 하죠.

여유라는 에너지를 모으세요

사람이 끌리는 이유는 그 사람에게 느껴지는 에너지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신감 있고 여유가 느껴지는 사람은 그만큼 주변사람들을 편하고 즐겁게 해줍니다. 그 여유도 그냥 찾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고 공부해야 하죠. 제가 아는 친구도 야근까지 이어지는 바쁜 와중에도 음악은 물론 바리스타, 스포츠를 배우거나 여행을 두루 즐기면서 보냅니다. 넉넉한 살림도 아니어서 십여 년을 혼자 좁은 집에서 지내지만 항상 활력이 느껴집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다 할 수는 없지만 고민하고 나서다보면 차츰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진다고 하더군요. 영업을 하던 또 다른 분도 주말에도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지만 한 달에 2,3일은 자기만의 시간을 반드시 갖는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보다 많은 좋은 아이디어도 나오고 일을 더 폭넓게 보게 된다고 하더군요.

이제는 행복해지세요

하고 싶은 취미를 즐기거나 즐겁게 웃어본 때가 언제인가요?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나지 않나요? 항상 일에 시달려서 제대로 집에 들어가기 힘들 지경이라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사치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노동을 하는 것은 잘 먹고 잘 자려고 하는 일입니다.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것들을 얻어나가는 것일 겁니다. 어쩌면 아까 그 아이와 웃으면서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잘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행복하지도 않다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그 많던 일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자란 시간이 늘어나지도 않습니다. 아, 물론 지금 내 주변의 문제라면 분노하고 싸우는 방법도 있습니다. 정말 불합리하고 바뀌어야 한다면 되찾기 위해 그 불합리와 싸워야 합니다. 다만 그 불합리가 외부에 있을 때도 있지만 내 내부에 있기도 합니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행복하다고 믿어보세요. 항상 인상을 쓰기보다 정말 웃을 수 있는 거리들을 찾아보세요. 그것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 다만 아까 말한 아이처럼 제가 무서워 잠시 뒤에 물러서 있는지도 모릅니다.